아 침 (외 4수)□ 윤옥자
윤옥자 2020-12-04 08:30:56
태양선장 발동을 걸면 검은 깃 펼친 붕새 항로를 잡는다
엷어가는 인정□ 회 령
회 령 2020-12-04 08:39:35
사촌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는 착잡한 심정을 어쩔 수 없었다. 벌써 네번째로 한국벌이를 나간 동생은 전화에서 울먹이며 이런 말을 하였다. “…형니메! 내 한가지 부탁을 하기오. 수고스럽지만 거, 우리 아덜께 형니미 둬마디 말씀을 좀 해주오.” “무슨 말을?” “이 애비께 드문드문 좀 전화를 하라고…” 동생에게는 아들 하나 그리고 그 아래로 딸 둘 있다. 아들과 큰딸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고 막내딸은 북경에서 한국회사를 다니는데 서른살이 훌쩍 넘었지만 미혼이다.
생명의 찬가 (외 3수)□ 김정권
김정권 2020-12-04 08:25:43
사람이 무서운데, 그 무서운 데로 가는 사람이 있다 젖먹이를 떼놓고 공포의 현장으로 가는 저 젊은 엄마의 마음 누가 알가
고요한 한가위□ 장초봉
장초봉 2020-11-27 08:53:41
똑- 똑- 아빠트 10층이라 그런지 가끔은 비둘기가 뾰족한 부리로 침실 창문을 쫏는 소리에 단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오늘도 나는 또 그 소리에 눈을 떴다. “어서 일어나 밥 먹어.”라는 어머니의 부름도 아니고 “언제까지 잘 거야, 게을러 터졌어.”하는 아버지의 꾸지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와이프의 가벼운 걸음소리나 부드러운 웃음소리도 아니였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들어 진작 익숙해진 그 많은 소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가.
향 수 (외 4수)□ 박초란
박초란 2020-11-27 08:52:58
숨결에 그리움이 력력히 찍혀있고 손짓에 아픔들이 사무치게 녹아있다 몸 보단 마음 달려가는 내 고향의 절절함.
어머니의 마음□ 박일선
박일선 2020-11-27 08:52:17
어머니의 마음은 저 늪 속의 련꽃입니다 험하고 어려운 인생길을 깨끗하고 바르게 걸어온 나의 꿈속의 청초한 련꽃입니다
해 탈□ 김희수
김희수 2020-11-20 08:33:49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주고 사철맛집 앞에서 내린 철우는 불룩한 가방부터 만져보았다. 그 안에 묵직한 것이 들어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든든해진 철우는 사철맛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단간방을 찾아 자리잡은 그는 복무원 아가씨에게 잠간 기다리라고 하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좀 전에 걸었던 전화번호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준수, 어디까지 왔어? 거의 온다구? 난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와.”
개혁개방 (외 5수)□ 윤청남
윤청남 2020-11-13 08:48:16
청산에 오른 고기 머리 모양 달리하고 물밑으로 넘어와 거울 앞에 앉은 새 입술을 고친다 흙에 목을 맺던 시대는 지나갔다 소는 소로 늙어야 했던 억울함 툭툭 털어버리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되게 했다 드디여 서로는 과거를 멀리하고 원했던 흙에 희망을 심는다.
산책길□ 박영옥
박영옥 2020-11-13 08:52:20
하루종일 생글대던 해님이 지쳤는지 서산에서 서성대다가 산뒤로 살짝 숨어버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 토월산 기슭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닦아놓은 강변유보도로 나서기 시작했다. 날이 점점 저물어감에 따라 산책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로 산책시간을 약속이라도 한 듯 이맘때면 어김없이 나선다. 친구들끼리 걷는가 하면 혼자서 코노래를 부르며 걷는 사람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데 매일 만나도 그렇게 반가운 모양이다.
대 비□ 최만흥
최만흥 2020-11-13 08:54:20
학부모 회의에 참가하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병수의 머리에는 마음을 불안케 하는 생각들이 착잡하게 떠올라 얼굴은 흐린 날처럼 잔뜩 찌그러져있었다. 아들의 학습성적이 전 학급 52명중에서 25등으로 되여 전 20명 안에도 들지 못하여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속이 부질부질 괴여오른 그는 집에 들어서자 바람으로 아들 진호를 불러세웠다. “야, 이놈아, 너 때문에 이 애비가 낯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
어떤 풍경 (외 3수)□ 김철우
김철우 2020-11-13 08:51:21
열무김치 담그며 그리던 님의 얼굴 떠올라 꽃같은 새각시 만면에 수줍음이 피여난다
연변시인협회 훈춘시 밀강향 중강자촌 현지창작 시묶음
2020-11-06 08:19:54
소나무 봇나무 사이사이로 반가운 기별이 돋아오르면 새벽안개 헤치는 나그네의 거쿨진 손이 구름나무에 옹맺힌 가난의 매듭을 풀어낸다
외로움의 가치□ 허미란
허미란 2020-10-30 08:41:26
외로움은 내 삶에 있어서 불편한 존재인 줄 알았다. 외로움에 빠지지 않으려고 등산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요가하러도 다녔다. 내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을 떨쳐내려고 모지름을 썼다. 외로움에 빠지지 않으려고 친구들을 불러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나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을 떨쳐내려 발버둥 쳤다.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웃고 떠들다가도 집에 돌아와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쳐다보는 순간 또 공허함이 밀려 온다.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우울해 진다. 외로움은 우울증을 불러오는 장본인인 줄 알았다. 외로움은 자살을 낳는 삶의 적인 줄로만 알았다.
청 춘 (외 2수)□ 변 일
변 일 2020-10-30 08:40:16
실바람 서성인 강가에 늘어진 버드 가지 태우고 청홍실 꽃잎에 매여놓고는 풀피리 흥겹게 불었네
천년사랑□ 백진숙
백진숙 2020-10-30 08:40:50
내 이름은 바위이다. 내 몸을 두쪼각 내여 그 품안에 푸른 나무 한그루 정히 낳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어미 바위이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 서있는 우리를 보고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어디 있냐며 보는 이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고 수군거리기도 하면서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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