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작명□ 채영춘
2020-04-03 09:08:57
손주가 태여났다. ‘마스크’ 비상세월에 인간신고의 고고성을 터뜨린 것이다. 코로나19의 음영이 내내 가슴 한구석에 드리웠었는데 그동안의 체증이 싹 가신 듯 속이 후련하다.
락수물 소리(외 4수)□ 강효삼
2020-04-03 09:08:12
깊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침묵을 깨고 계절의 언살을 살짝 찢으며 똑ㅡ 하고 떨어지는 처마 밑 락수물 소리 들릴듯 말듯 은은해도 그 두터운 빙벽을 뚫고 우주의 자궁에서 용케도 뛰쳐나온 봄의 첫 울음소리다
엄마의 감주 (외 5수)□ 배소윤
2020-03-26 15:22:30
보리고개 적셔 온 터밭의 향기 농익은 어둠속 구수한 이야기 새벽 우는 초록빛 아침 하얀 옷고름 날릴 때 꽃나이 기워맨 구멍난 행주치마 색바래진 항아리에 눈물 찰랑거리네
전선의 백합꽃□ 최어금
2020-03-26 15:18:44
병동에서 피는 백합같은 천사들 초연이 없는 전선으로 달려갔다네 깊숙이 패인 마스크 자리 아픈 상처에서도 풍기는 꽃 향기 환자에게 해살과 희망을 묻어 준다네 아, 따뜻한 손길 사랑의 눈길 백의천사는 백합꽃 병실에 봄빛을 뿌려주네 환자의 신음이 가슴 찢는다며 이밤도 병실에서 지새웠다네 지치여 피곤이 찾아들어도 시들줄 모르는 어여쁜 백합꽃 그 사랑 병실에 해살로 피여 난다네 아, 따뜻한 손길 사랑의 눈길 백의 천사는 백합꽃 병실에 봄빛을 뿌려주네.
3월□ 미 란
2020-03-26 15:14:32
삼월의 저산에서 물오른 나무가지 훈훈한 봄바람에 새움 틔우네 삼월의 들녁에서 잠을 깬 작은생명 한줄기 봄해살에 기지개 켜네 삼월의 강가에서 피여오른 물안개 봄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네
마스크□ 서광억
2020-03-26 15:10:32
무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방지하려고 로인활동실 문을 닫으니 삼동갑인 갑, 을, 병 로친들 중에서도 갑로친이 제일 갑갑해 하였다. 칠십 나이지만 촌의 부녀주임이던 어제날처럼 뛰여다니며 사업하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호북성 무한으로 떠나가는 의료진 장면이 자꾸만 나오는 텔레비죤 스위치를 꺼버리고 ‘그런 의료진 대오에 끼이지도 못할 주제에 부러워해서 무슨 소용있나! 여기서라도 집에 박혀있지 말고 동네사람들에게 전염병 예방 선전사업을 지원하면 되지 않는가! 방송에서 뭐라더라? 그렇지! 사람 밀집장소를 피하고 남과 말할 때 한메터 이상 거리를 두고, 밖에 나갔다 와서는 손톱눈까지 깨끗이 씻고, 외출할땐 반드시 마스크를...’하다가 혼자말을 끊었다. 남한테 선전하기 먼저 자기부터 마스크를 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이다.
봄의 서정 (외 5수)□ 김현순
2020-03-26 15:05:56
복사꽃 볼 부벼 향기 빨갛고 바람소리 정다워 초목 푸르네 별빛 밝아 어두워도 밤은 정답고 물새 울어 숲 잠들어도 꿈은 황홀하여라
불조심□ 김정권
2020-03-20 08:37:32
아빠트 사람들이 몰려와 웅성거릴 때 소방차도 빨간 눈을 켜고 앵앵거리며 들어섰다. 다행히 남자와 녀자가 ‘흑인’으로 변한 시점에서 불은 꺼졌던 것이다. 사달은 다름 아닌 녀자의 건망증에서 생겼다. 액화가스를 켜놓은 채 욕실에 들어가 샤와를 하다 나니 주방에 불이 붙는 것도 까맣게 몰랐고 남자 역시 엊저녁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으로 침실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못한 무렵이였다.
욕 망 (외 1수)□ 조홍련
2020-03-20 08:47:15
가슴 속 메아리 하늘까지 울려퍼졌나 나홀로 창가에 외로이 머물다 가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칼바람의 매서움에도 하늘하늘 작은 숨결 고르며 창을 흔들고 있네
환 희 (외 4수)□ 조려화
2020-03-20 08:45:58
저 끝을 알 수 없는 시뿌연 창공에서 장대비 쫘륵쫘륵 세차게 내리꽂혀 더위에 지친 도시를 신명나게 두드려.
순백의 고요 (외 1수)□ 박장길
2020-03-12 15:39:46
밤을 하얗게 칠하며 알 듯 말 듯 알 수 없는 미소가 온 세상을 지우며 새벽을 벗겨내서 백발의 어둠이 내 창가에 고즈넉하다
내게는 설이 없다□ 리향옥
2020-03-12 15:39:09
설련휴 전, 퇴근해서 이런저런 물건을 사들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각종 음식과 온 가족의 새 옷을 사들여야 한다는 의무감에 짬짬히 시간을 잡아 쇼핑몰을 돌았다. 애들하고 남편, 그리고 부모님의 속옷부터 털실 내의, 바지 그리고 양말까지 꼼꼼히 챙겼었다. 시댁으로 설쇠러 떠나야 하는 남편과 큰 딸애, 음력설을 함께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서 적어도 새 옷을 장만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나는 매일마다 몇가방 가득 사들고 집에 들어섰고 만족스러워 하는 가족의 웃음 속에 안도의 숨을 쉬였다.
새해에는 (외 2수)□ 송미자
2020-03-12 15:35:35
새해에는 해님과 달님의 딸로 태여나게 하소서 내가 가는 곳마다 따뜻하게 하고 내가 있는 곳마다 밝게 하소서
봄은 오고야 말리라□ 허미란
2020-03-12 15:34:45
가는 겨울 잡으려나 오는 봄을 막으려나 경칩의 하늘에서 눈이 내리네 움트는 꽃나무에 눈이 내리네 눈보라 날려 본들 어찌 막으랴 어김없이 오는 봄을 어찌 막으랴 트다 말고 떨어져도 봄은 오리라 코로나의 겨울에도 고향산천 겨울에도 봄은 오리라 희망의 꽃나무에 잎새돋는 봄 봄은 오고야 말리라
마스크□ 김혁
2020-03-12 15:31:57
방송 전문프로에서 알려준대로 하얀 색의 무직포(无纺布)면을 안으로 하고 남색 방수층을 바깥으로 하고 금속 띄가 있는 부분을 우로 향하게 착용했다. 혹여 거꾸로 끼지 않았나 다시 살펴 보았다. 손바닥으로 량볼쪽을 잘 펴주어 마스크와 안면 사이에 틈이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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