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김철우 2019-02-14 15:25:53
시골마을 상큼함 아침이다검은 욕설 꾸역꾸역 토해놓고외눈통 눈으로하늘을 째려보는 검은 대통활짝 열린 창문으로수저들의 장단에 양념치는말소리 웃음소리기쁨이 꼬리물고 튕겨나와반짝이는 이슬에 화살처럼 꽂힌다
시지푸스의 후예
김정권 2019-02-14 15:25:53
응-응-응, 왕!왕!깜돌이 짓는 소리이다. 놈은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내내 찌뿌둥한 상통이다. 하긴 뿌루퉁할 만하기도 하렸다. 어쩌다 자기하고 놀아달라고 퐁퐁 뛰며 매달리자 남편이 선불 맞은 메돼지처럼 눈알을 딱 부릅뜨고 꽥 소리쳤던 것이다.“이 개 같은게! 저리 가!”“시어미 역정에 개 배때기를 찬다더니 돈은 어디 가서 잃고 분풀이는 왜 애매한 개에게 하며 이럼까?”“저 개 같은게 자꾸 매달리니깐 그러지.”“어쩌다 오랜만에 보니깐 반갑다구 놀자는데…”“시끄럽소. 누가 놀자는가?”남편은 깜돌이가 첫인상부터 아니꼬왔었다. 그날도 남편이 저녁 늦게 집에 들어서자마자 깜돌이는 왕!왕! 짖어댔다. 남편은 깜짝 놀라 “이 개 같은게, 어디서 이런 게 왔나?” 하며 쏘아보았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개는 계속 짖어댔다. “이 개 같은게, 니 주인이야? 내 주인이야? 내가 누군지 너 알기나 하니? 내 이 집 나그네다!” 남편의 말에 우리 식구들은 한바탕 웃어제꼈다.
그리움 (외 1수)
오일환 2019-02-14 15:25:53
머나 먼 북쪽 하늘 아래왜 하늘은 이리도 푸를가멀고 먼 옛날에그 푸른 하늘도 느끼지 못한 채삶을 위해 생존을 위해서슴없이 고향을 떠났구나!우리는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모였다가 또다시 흩어지는그런 반복 속에서만남의 즐거움을 향수하는구나!
수상한 이웃□ 최명옥
최명옥 2019-01-31 16:19:02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낮의 무더위를 식혀주지만 아직도 유난히 따가웠던 여름기운이 완전하게 사라지지는 않아서 밖에서 집에 들어오면 찜통이 따로 없다.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선풍기부터 작동을 시키고 창수는 랭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토할 것만 같던 속이 그제야 가까스로 안정이 된다.
신년 렬차 (외 2수)□ 김학송
김학송 2019-01-31 16:21:15
가면서 오고 오면서 간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바이 알길이 없지만
구름노전□ 천광일
천광일 2019-01-31 16:23:40
새하얀 눈으로 덮혀있는 저 남산들에 연갈색 나무 잎들이 듬성듬성 달린채로 세워져있는 참나무들을 바라보노라니 마치도 구름나무를 실은 쪽지게를 등에 지신 아버지께서 솜옷 두루마기 옷고름을 날리며 눈길을 헤쳐 씨엉씨엉 산을 내리는 모습이 보이는듯 하였다. 지금은 시가지의 층집들의 방바닥에는 나무 바닥재 아니면 고급 비닐장판을 펴고 살림을 하고 시골집들의 구들에도 비닐장판을 펴고 살다보니 예전처럼 깔개를 펴고 사는 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엄마는 엄마로 영원하다□ 전영실
전영실 2019-01-25 08:52:35
엄마는 강하다. 엄마는 이제껏 혼자 있기를 고집하다가 얼마 전에야 우리 집으로 왔다. 아흔 고개를 바라보는 엄마는 지금 고혈압, 당뇨, 심근증… 여러 질환에 부대끼고 있다. 그렇게 강하던 엄마건만 인간의 숙명인 생로병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세월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더니 그토록 건강하던 엄마도 결국 이제는 백기를 들고 여러번 입원하였다. 이젠 병원도 동네 마실 가듯이 한다. 엄마는 입원실에서 며칠째 의식이 없다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엄마의 손을 꼭 쥐며 내심으로부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엄마는 곧바로 집으로 가자고 우겼다. 사실 엄마는 한평생 병원을 멀리하고 살았다. 웬간한 병은 자기 나름 대로의 ‘토방법’으로 떼고 만다.
내 애인의 이름은□ 김점순
김점순 2019-01-25 08:48:06
금방 대학을 졸업한 젊은 후배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후배의 한 친구가 만난 지 100일 되는 기념일에 남자친구한테서 꽃바구니를 받았다. 그런데 꽃바구니를 뒤져보다가 가락지가 기어이 나오지 않자 꽃바구니를 확 메치고 남자친구와 헤여졌다는 것이였다. 그런 일로 헤여질 리유가 다 되느냐며 내가 눈이 휘둥그래지자 후배의 말이 자기의 녀자를 위해 한번 돈 쓰지 않는 남자는 앞으로도 돈을 쓰지 않을 거라며 친구의 소행이 되려 리해가 간다는 것이였다. 갑자기 일본에서 생활한 지 오래된 친구가 일본 녀인들에게 애인은 현금인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남편이 뼈 빠지게 일한 돈을 현금인출기에서 뽑아내 쇼핑하는 것이 그녀들의 행복인데 남편보다 현금인출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였다. 당시 나는 자본주의 나라여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다.
인생의 뒤모습 가꾸기□ 김인섭
김인섭 2019-01-25 08:45:45
묵은해 정리를 서두르는 년말년시, 내 모습이 또 한해의 석양 속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시계추 횡요처럼 반복을 거듭하는 일상을 보내다 머리를 들어보니 어언간 송구영신의 절박한 시간이 되였다. 해가 바뀔 때면 회한을 남기거나 새 결의를 다지는 것이 속세의 통과의례인데 무슨 향상심의 발로인지 이 위인의 가슴에선 지난해 남에게 꼴불견 뒤모습을 남기지 않았냐는 궁금증이 깊어진다. 인간이 살며 남기는 외형적 행동거지와 언행범절 흔적들은 곧이곧대로 퇴적되여 집적을 이루어 삶의 정체를 이룬다. 누구나 자기 의지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응분의 소임을 떠메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외형을 꾸미며 사람들 속에서 최고의 이미지를 심으려 애쓰게 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결국 뒤에 남은 유형적 혹은 무형적 평가물의 호불호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은 이렇게 앞모습을 보이며 매일을 살지만 그에 대한 정오호악 평가는 지나간 배후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삶이란 결국 나의 뒤와 너의 앞이 포개져 사는 양상이 되고 이 뒤모양은 인간의 진실로 남는 것이다.
도라지술 (외 1수)□ 박문수
박문수 2019-01-18 08:41:36
진지하게 담그었다 인생이란 항아리 안 추억이란 도라지에 세월이란 술을 부어
자화상 (외 1수)□ 김옥결
김옥결 2019-01-18 08:37:35
삭풍 몰아치는 허허벌판에 나서 자라 집 아닌 집 인연 아닌 인연들
당신이 계신 그 곳□ 리홍숙
리홍숙 2019-01-18 08:30:30
참 오랜만에 이렇게 편지를 써봅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당신의 존재를 기억 저켠에 아득하게 묻어버리고 꿈속에서의 대화조차도 거부한 채 깡그리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당신이 계신 그 곳에는 눈이 내렸나요…
죽 정□ 리기춘
리기춘 2019-01-11 08:48:13
오늘 아침 식사메뉴는 김치 두접시, 짠지 몇조각 그리고 만두와 좁쌀죽 한그릇이다. 간소하지만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우유와 빵의 신사스러운 맛보다 죽의 따스하게 담백한 맛이 내 입을 행복하게 즐겨준다. 그 즐거움을 향수할 때마다 내 동년시절의 죽그릇이 눈앞에서 언뜰거리면서 죽에 스며드는 애절한 사연들이 내 가슴에 울렁거리는 것을 어쩌는 수 없다
희망 (외 4수)□ 김현순
김현순 2019-01-11 08:46:06
부서진 시간 꽈악 움켜잡은 정토 씨앗은 풀떡이는 심장에 발톱 박는다
산언덕□ 김명숙
김명숙 2019-01-11 08:43:35
덕 만큼 높은 산이 보인다. 무덤같이 작고 아담진 산도 보인다. 펑퍼짐한 아낙의 히프처럼 높지는 않지만 둔중한 산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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