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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글쓰기 그리고...

□ 오설추

  • 2008-01-04 06:24:26
문장의 생명은 진솔성에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글쓰기의 어려움이란 바로 이와 같은 진솔성의 경지에서 자기를 성찰하고 승화하는 작업에 있다고 생각된다.그런데 이 진실과 솔직함이 일종 신체적 신경장애에서도 온다고 할줄이야.

우리들의 신체에는 각부를 지배하는 2개의 신경이 있다 한다. 그 하나는 뇌척수신경으로서 입, 목, 손, 발, 가슴과 같은 신체기관을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신경이라 한다. 례를 들어 한 동료가 곤난에 처해있을 때 방조해줄것인가, 하지 말것인가 하는것은 자기의 의지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바로 뇌척수신경의 작용이라고 한다. 이 신경을 동물신경이라고도 하는데 심리학적으로는 현재의식이라고도 한다.

다른 하나는 자률신경으로서 내장, 맥관, 선(腺) 같은 불수의근(不随意筋)을 지배하며 자기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신체가 놓인 그때 그 환경에 따라 자률적으로 움직이는 신경이라한다. 례를 들어 거짓말을 하게 되면 아무리 아닌보살을 하자 해도 저절로 낯이 빨개지고 살구를 생각하면 아무리 얌전을 피우자 해도 입에서 침이 나오고 긴장하거나 더우면 아무리 땀을 흘리지 않자 해도 땀을 흘리게 되는 등등이다. 이것을 식물신경이라고도 하는데 심리학적으로는 잠재의식이라고도 한다.

인간의 신체내부에 있는 식물신경은 인간과 더불어 복잡다단한 사회현실을 헤쳐나갈 때 항상 동물신경에 자기 메시지를 보내준다고 한다. 그런데 동물신경이 이 메시지를 포착못하거나 지나친 자기 타산때문에 외면하고 수용하지 않을 때, 또한 이런 현상이 하루 세끼 밥먹듯 일상생활의 습관으로 굳어졌을 때 총애을 잃은 후궁이 소박받듯 식물신경이 소박을 받아 <<식물신경실조증>>이 오게 된다는것이다.

금년 1월에 나는 난생 처음으로 나의 생존에 관계되는 큰 시비에 나서게 되였다. 상대방에게 “바보”라는 인격모욕을 받게 되였다. 분명 내쪽에 도리 있음에도 죄인 취급 하는듯한 건방진 태도에 내 식물신경은 당장이라도 그 책임자의 목덜미를 잡아채고 책임자사무실에 달려가 시비를 캐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주고있었다. 그러나 하루 빨리 내쪽에 유리한 결과를 보려는 리해타산은 나의 동물신경으로 하여금 애써 이 메시지를 외면하고 고개를 숙이고 쓰거워진 혀를 나긋하게 놀리며 그 개명치 못한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에 전전긍긍하고있었다. 동물신경이 어처구니 없이 식물신경을 배신하는 시각이자 진솔성의 결핍을 초래하는 시각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내 모습이 역겨워난다.

이번 일을 겪고나서야 간사함으로 정평이 나있던 동료가 왜 그랬겠는가를 조금은 리해할수 있게 되였다. 내가 평소에 제일 싫어하던 인간이였다. 회사의 장래와 운명에 관계되는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항상 인심을 잃을가봐 핼끔핼끔 량쪽의 눈치만 살피다가 일단 일이 마무리질것 같으면 그제야 나서서 다투지 말고 해결해야 된다느니, 양보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며 이 세상의 너그러운 일은 혼자 다 하는척한다. 마음속으로는 자기가 좋아하고 지지하고싶은 동료이면서도 그 동료를 경원하는 령도의 눈치때문에 입 한번 뻥긋 못하다가 그 령도의 대세가 기운것 같으면 그제야 그 동료에 대한 지지와 칭찬을 폭죽마냥 터쳐주는것이다. 더욱 웃기는것은 이런 칭찬도 상대방 배경의 후광에 따라 그 강약을 조절하는 레모콘이 돼있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지 너무도 역겹다 못해 아주 무시해버린 인간이였는데 정작 내가 일을 당하고보니 그 동료만 무시하고 미워할 일이 아니였다. 그 동료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생존에 부딪치는 리해관계가 발생되지 않았을뿐 그 동료처럼 렬악한 환경에서였더라면 오히려 내가 더 간사한 인간이 되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진솔성이 소박당한 심적장애자가 과연 글을 쓰면 얼마나 잘 쓰겠는가? 가령 억지로 한편을 썼다 해도 그것은 필경 결국 독자들을 기편하고 독자들의 시간이나 랑비하는 언어장난이였을것이다. 하다면 인체의 건강이 진솔성을 생명으로 하는 수필과 그 어떤 정비례같은 함수관계가 있지 않을가? 만약 정말 이와 같은 함수관계가 성립된다면 우선 인간의 심리건강부터 등급을 나눠보는것이 우선일것 같다. 마침 그런 글을 본 기억이 있어 내나름대로 정리해본다.

첫번째, 기계 같은 건강ㅡ시계추처럼 제 궤도에서만 왔다갔다하는 건강

두번째, 고물 같은 건강ㅡ각성제, 진정제, 호르몬, 비타민약 등에 의뢰하여 삶을 연연
하는 건강

세번째, 짐승 같은 건강ㅡ누군가를 이겨야 본인이 승리할수 있다는 건강

네번째, 인간적인 건강ㅡ 인간과 인간의 풍요로운 조화를 이룰수 있는 건강

다섯번째, 창조적인 건강ㅡ자연과 인간의 여유와 힘의 조화를 이루면서 새롭게 창조

되는 건강

자신의 심리건강상황을 상술한 등급에 따라 하나하나 체크해보면 자기가 썼다는 수필들에서 어느것이 <<기계>> 같은 수필이였고 어느것이 <<고물>> 같은 수필이였으며 어느것이 <<짐승>> 같은 수필이였겠는가 하는것을 조금은 깨달을수 있을것 같다. 그 함수관계에 따라 자기가 쓴 글을 성찰하는 동안 비록 달인에 가까운 <<창조적인 건강>>수필은 못쓰더라도 동물신경과 식물신경의 벨런스가 취해진 <<인간적인 건강>>수필을 쓸 용의는 갖춰질것 같다. 적어도 자기는 마음이 항상 너그럽고 고상한척 남더러 부드러워야 한다느니, 소리를 높이지 말라느니,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설교따위는 안할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자신의 신체적 신경건강부터 챙겨야 할것이 아니겠는가?

식물신경실조증은 산소결핍에서 온다고 한다. 그런데 연길은 분지여서 그런지 더 엄중할래야 더 엄중할수 없는 산소결핍현상이란다. 겨울 저녁녘에 모아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도 시커먼 악마가 공중에서 타래를 치는듯 보기만 해도 숨막힌다. 도시를 한개 유기체로 볼 때 연길시도 분명 식물신경실조증에 걸린 환자일것이다. 우리가 몸을 잠그고있는 도시환경이 이러할진대 인문환경이라고 <<식물신경실조증>에 걸리지 말란 법은 없을것이다.

연변의 문인들이 산을 자주 찾는 리유를 알것 같다. 그것은 어쩔수 없이 앓게 되는 <<실조증>>의 삶속에서 자연만이 유일하게 만날수 있는 건강한 글이기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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