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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

ㅡ박영란 (연변대학 학생)

  • 2008-03-14 06:35:59
언젠가부터 게으름뱅이가 되여버렸다. 좋은 사이트에서 감동되는 글을 봐도 부피가 두터운 책을 봐도 벌써부터 뒤걸음 친다. 그리고는 압축된것만이, 짧은 글만이 좋은데 -하는 자기로서도 깜짝 놀라는 이상한 자아전승능력까지 겸비한 재밌는 인간이 되여버린다.

지금처럼 레몬차한잔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기도 아마득한 옛날의 기억부터 너무도 오랜만인것 같다.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 온 오전동안 사무걸상에 엉뎅이를 붙이고 앉아 낑낑거리는 것도 이젠 일상처럼 되여버린다. 잠깐 기지개를 켜고 밖을 멍해 내다보며 -날씨 참 좋네.오늘은 등산해도 좋겠다- 라고 중얼거리다가 다시 걸상에 몸을 맡긴다.

소녀의 향기처럼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맑고 푸른 하늘을 보니 가슴이 펑 뚫린다.스읍~하고 맛있는 공기를 들이켜도 본다.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우리부 주임이 3.8절날에 우리 실습생들한테 주는 특별한 서비스라며 귀엽게 하시던 동요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봄인데...

봄바람이 얼굴을 살살 간지럽히는데...

녹아내리는 따스한 날씨로 거리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기씨들도 보이는데...

새들의 노래도 귀맛좋게 들려오는데...

나는 그저 내려오는 눈까풀과 씨름을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봄은 모든것의 시작이라는데...3월의 햇살처럼 나도 나를 새롭게 리드하고 싶다.항상 뭐가 바쁜지 주위를 돌아보고 살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점점 무기력해지는 내 열정과 그리고 점점 무디여가는 내 실력은 나를 점점 답답하고 미련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다.그리고 고슴도치처럼 점점 자라는 가시와 자존심과 그옆에 도사리고 있는 부질없는 자존심까지 결국 연약한 내 속내를 점점 드러내놓는 나쁜 입김으로 작용되고 있다. 불량한 신호라는것을 감지했지만 아직까지 이길 방도도 마땅치가 않다.

시간이 감에 따라 마음에 맞는 사람,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는것이 어려줬다.그러면서 점점 나를 잊어가고 ,잃어가고,중심을 빼앗기고.. 친구의 성과를 질투하고 친구의 좌절을깨고소해하는 이상한 인간이 되여버린다.기실 버리고 비우면 가벼워지는것을 미처 모르고...

새로운 해,화창한 봄날에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싶다. 자기로서도 확신이 되지 않은 출발이라도 조금씩 병들어가는 마음의 불량신호를 상쇄할수도 있을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얘, 날씨도 좋은데 등산하지 않을래?

-좋지. 언제 갈가?

친구도 무척 반기는 눈치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

누군가가 인생은 100메터달리기가 아니라고 했다. 조금의 여유를 주며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며 살고싶다. 하늘은 내편인데 내 봄도 찾아왔는데...

날개도 없는 주제에 감히 하늘을 사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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