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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 나 련애해도 될가요?

—전춘화( 연변대학학생)

  • 2008-04-10 20:37:36
-너 대학 졸업하기전에 절대 련애할 생각 하지마,알았지?

가끔씩 마주앉아 밥을 먹다가 멋진 남자연예인 얘기만 해도 어린 놈이 벌써부터 남자욕심을 내느냐며 쐐기를 박으시는 엄마다. 엄마는 왜서 이렇게도 남자얘기에 민감하신걸가…가끔은 편한 친구처럼 장난도 하고 뭐든 다 리해해줄것 같은 엄마가 남자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게 이상하다. 소학교시절 엄마는 담임선생님한테 전화로 -래일 자리정돈을 하신다던데 우리 춘화옆에는 꼭 녀학생 앉혀주세요 -라고 부탁을 했고 초중때 이성한테서 전화라도 걸려오면 한시간은 좋이 “심문”을 받아야 했고 고중 가던 날 -너 혹시라도 내 귀에 련애한다는 말만 들어오면 호구에서 니 이름 아예 파버린다-하고 협박을 할 정도였으니…

대학에 가면 괜찮겠지… 근데 그게 아니다. -너 대학 가서도 련애는 금물이다. 알지? 아니면 호구 파는걸- 도저히 리해할수 없어 용기를 내서 영문을 따지고들었다. -엄마가 열에서 아홉은 니 의견 듣고 리해해줄게. 근데 하나 정도는 엄마 말 들어줘야 하지 않겠니? - 그 하나가 련애예요?

대학 가면 연애부터 해야지 하는 고소한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하지만 어린애한테 불장난을 금지시키면 불에만 자꾸 눈이 가듯이 나도 엄마의 금지구역에 더 가까이 가고 싶었던걸가… 혹시 정말 내 운명의 반쪽이 짠~하고 나타나면 어떡해야 하나~혹시 나한테 사랑 고백을 해오는데 이 나이에 “엄마가 련애하면 안된대”라는 웃기지도 않는 리유를 내세워 마마걸이란 오해를 사고 사랑까지 거부당해야 하는 그 아픔…웬지 드라마에서나 볼수 있는 시츄에이션이 그대로 언젠가 운명처럼 내앞에 나타날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날이 불행하게도 찾아왔다.어느날엔가 난 정말 진한 사랑에 빠져버렸다. 자꾸만 눈앞에 흔들거리는 그 애의 모습때문에 어차피 엄마가 옆에도 없는데 들킬게 뭐냐는 용기로 일단 련애를 시작했고, 그 다음엔 혹시라도 들키면 헤여져도 눈물 안 나오게 정은 붙이지 말아야지 하며 경계를 해오다가 석달이 넘어서선 드디여 그 간들간들 하던 경계심마저 철저히 무너져버린거다. 날 보는 남자친구의 풋풋한 미소는 그렇게도 따뜻하고 가끔은 전화가 와서 -숙사앞이야, 잠간 나올래? 라는 말을 들을 때의 그 떨림은 또 어떡하고… 스물두살 퍼먹고 련애해선 안된다는 얼토당토 않는 리유때문에 사랑을 못 지키는 못난이가 되고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철없이 엄마한테 반항하는 때 아닌 사춘기소녀가 되기도 싫었다.

어느 일요일 나는 집으로 갔다.엄마, 왜? 좋아하는 남자애가 생겼거든. 나, 련애해도 될가? 엄마는 말이 없다.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잘 생겼냐?-아마도 내 눈엔 최고니까. 잠간동안 엄마는 말이 없다. 엄마~말 좀 해봐-니가 좋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 놀랐다. 호구파겠다고 했잖은가. 근데 왜 이리 담담하지?

다음날 학교로 돌아오는 뻐스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호주머니에서 편지 한장이 묻어나왔다. 암마도 이런 놀음을 하다니 쿡쿡 웃음이 나왔다.

하연아… 니가 잠든 얼굴을 보면서 엄마는 이렇게 편지를 쓰고있는거다. 엄마는 잠이 오지 않는구나. 너한테 괜히 연애하게 내버려둔게 아닌가싶은 후회와 이제는 내 딸도 컸구나 하는 자부심이 쉽게 잠기를 몰아가버린가 부다…

난 니가 대학을 필업할 때쯤이 되여야 어른이 될가싶어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한사코 련애를 못하게 한거다. 엄마, 련애해도 될가요? 라고 하는 니 목소리에 난 놀랍게도 어른이 돼버린 널 보았구나.… 엄마는 참 미안했단다. 왜 엄마는 너한테 녀자가 현명하게 남자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주질 못하고 못나게 굴기만 했었는지 말이다. 딸아…너도 이제 다 컸구나. 너를 믿는다.

이제 다시는 엄마 련애해도 돼? 라는 말 하지 말거라.

뻐스역에서 날 기다리고있을 남자친구에게 이 편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난 조금씩 녀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녀자는 이렇게 크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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