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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식농사 하나 둘 셋

□ 강룡운

  • 2008-04-24 20:58:16
하나


청명에 부모님산소에 가 성묘하고 돌아온지 며칠 안되였는데 장백로 길량켠에 벌써 화사한 복사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활짝 핀 환한 웃음으로 오고가는 행인들에게 정다운 미소를 선사하는 복숭아꽃을 바라보고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너무나 귀에 익은 옛노래가 가슴속에서 메아리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바로 이거였다. 먼 옛날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피여나는 산촌마을에 모여살면서 꽃피는 봄이 오면 밭을 갈고 씨뿌리면서 한해 농사를 시작했고 농사를 지어 의식주의 모든 걱정거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우로는 부모님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대를 이어 세세손손 민족의 혈맥을 이어왔던것이다.

자급자족의 농경사회에서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 농사보다 더 큰 일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을 농사에 비유하면서 자식농사란 낱말을 곧잘 사용해왔던것이다.





고리끼가 말했듯이 모든 비유는 다 일정한 제한성이 있기마련이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사와 자녀양육을 뜻하는 자식농사란 이 두가지 일은 비슷한 일면이 있으면서도 엄연히 다른 점이 더 많다.

농사는 농절기를 잘 맞춰 좋은 종자를 골라서 되도록이면 밑거름을 많이 주고 제때에 파종하고 제때에 김매고 후치질해주어 충족한 일광과 충분한 수분만 보장해주면 무럭무럭 잘 자랄수 있으므로 만풍년을 기약할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자식농사는 이런 밭농사나 벼농사와는 달리 그저 잘 먹이고 잘 입혀서 건실하게 잘 키우는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인간이란 이 생명체는 다른 동식물과는 다르다. 사람도 일종의 동물이긴 하지만 사회적동물이기때문에 자식을 낳아서 그저 몸뚱아리만 멀쩡하게 키워서는 잘 키웠다고 말할수 없는것이다. 그래서 자식농사가 그 어떤 다른 농사보다 엄청 힘들다는것이고 세상에서 제일 부모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바로 자식농사라는 말도 있는것이다.

자식농사에 있어서도 중국 신민주주의혁명에서처럼 “최저강령”과 “최고강령”이 있는것이다. 그 “최저강령”은 자식을 낳았으면 아들이든 딸이든 절대로 나라와 인민에게 해만 끼치는 그런 애물단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것이고 그 “최고강령”은 자기의 자식을 나라와 인민에게 유익한 인간으로 잘 키워야 한다는것이다.

중국 신문화운동의 기수였던 로신선생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어 특이한 유언 하나를 남기시였다. 그는 자신의 신변에서 맴돌며 좌익문학을 한답시고 빈말만 늘어놓기 좋아하는 그런 “문학가”들이 가증스러워 그때까지 아직 어린애였던 아들 주해영(周海婴)에게 장차 커서 성인이 되거들랑 제발 빈말만 하기 좋아하는 그따위 “문학가”는 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였던것이다.





지금 우리 옆집에는 십대 소녀가 홀로 살고있다. 엄마 아빠는 모두 한국에 돈벌러 나가고 그들이 돈을 벌어다가 사놓은 아빠트에서 그애 혼자 밥을 해먹으며 학교에 다닌다. 어떤 날에는 제때에 깨워주는 어른이 곁에 없어 늦잠을 잤는지 오전 아홉시가 넘어서야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로 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운다.

구체적인 집계는 보지 못했지만 학교에 가보면 아직도 엄마 아빠곁에서 한참 응석을 부려야 할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와 멀리 떨어져 외롭게 살고있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어린 자식을 고향에 남겨놓고 돈벌러 떠나간 사람들은 거의다 한결같이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서, 아이들이 멀지 않아 대학에 가게 되면 그들의 공부뒤바라지를 잘해주기 위해서 막무가내로 애들을 떼여놓고 돈벌러 나간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부모가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에 굶주리다못해 나쁜 친구를 사귀게 되고 이렇게 저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탈선하거나 범죄에 길에 들어서게 되여 대학에 가기도전에 감방으로 가는 사례가 비일비재라고 한다. 부모가 곁에 없는 아이들가운데는 공부엔 전혀 관심이 없고 밤과 낮이 따로 없이 컴퓨터게임에 빠져들어 학업은 아예 포기한채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에 미디어를 통해 너무 때이르게 포르노를 접하게 되여 범죄의 길에 들어선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애들의 엄마 아빠가 이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왔다고 한들 그애들의 앞날에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밭에서 자라는 곡식도 해볕과 수분만 충족하면 잘 자라는게 아니다. 반드시 농부의 땀방울을 먹어야 제대로 잘 자란다. 김을 매서 잡초를 뽑아주어야 하고 후치질해서 송토도 하고 배토도 해주어야 잘 자란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피자나 햄버거를 맘대로 먹을수 있다거나 용돈을 물쓰듯이 맘대로 쓸수 있다고 해서 다 행복하게 잘 자라는게 아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먹어야 잘 자랄수 있고 엄마 아빠를 인생의 첫번째 스승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잘 따라주어야 비로소 올곧게 잘 자랄수 있는것이다.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도 가정교육을 떠나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요컨대 자식농사의 진정한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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