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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름다운 리유

—김영자

  • 2009-03-19 18:13:28
《녀성은 꽃이라네》라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참 많은 생각을 해본다,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눈으로는 즐겼지만 꽃의 속성에 대해 아는것이 별로 없었다. 무심히 지나쳤던 수수한 들꽃 한송이도 꽃으로 피여난 절절한 사연들과 리유가 있었다는것을 나는 미처 몰랐었다.

잎도 피우지 않은 맨나무가지우에 애터지게 피여난 이른봄 진달래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기어코 봄을 울리고 가는 꽃생추위속에서 이제 가지에 아련히 피열날 연두빛사랑을 그리며 이른봄 진달래는 스스로 찬란히 불태운다.

사정없이 내리는 동자군의 마지막 된서리 발길질과 지겹게도 살찬 황사바람에 핥이워 지치기도했으련만 한없는 열정으로 불붙듯 피여나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어여쁜 핑크색사랑으로 핀다.

조금만 서두르지 않았어도 연두빛왕자는 기막힌 사연의 연서를 보낼테고 조금만 기다렸어도 그토록 살점이 뜯기는 아픔은 없었을텐데… 그 무슨 한이라도 맺힌듯 된서리에 먹피를 토하듯 뚝뚝 꽃망울을 떨구면서도 기어이 맨나무가지우에 꽃을 피운다. 진달래는 무슨 리유에서 기어이 맨나무가지우에 꽃을 피울가?!

천송이만송이 꿈꾸는 봄꽃을 불러 이봄이 가기전에 피우기위한 진달래의 간절한 웨침이라 하겠다. 한겨울 추위에 멍든 가슴을 안고 이 봄까지 꽃샘추위가 무서워 봄의 길목에서 서성이며 피지 못하는 어느 가냘픈 꽃송이에 화사한 봄기운과

따뜻하고 진한 사랑을 주고픈 진달래의 어여쁜 마음이라 하겠다.

진달래꽃 지며는 봄꽃들은 화창하게 피여나고 봄바람은 진달래 피였던 언덕을 넘어 대지에 천지청색의 연서를 들고 불어온다.

봄이 제멋대로 낳아놓고 간 생명들을 받아안고 키우느라고 여름숲이 무성할 때 그속에 피여난 노란나리꽃 한결같이 꽃대를 길게 뻗어 용케도 숲풀우에 하사하게 피였다. 여름 숲풀속에서 유난히 길게 뻗은 꽃대, 짧은 꽃대에 꽃을 피워도 나무람하는이 없으련만 기어이 꽃대를 길게 뻗어서 숲풀우에 피워야 하는 리유라도 있을가?!그 가날프고 슬프도록 긴 꽃대는 화사한 꽃을 숲플위에 피우기 위한 나리꽃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하겠다. 길지 않은 한계절의 짧은 생이나마 그늘친 음지를 헤치고 태양을 향해 밝게 피여보려는 나리꽃의 끈질긴 소망이라 하겠다.

뭇꽃들이 다진 가을 들녘에 서리를 맞으면서도 기어이 청순하게 피여나는 코스모스, 생명이 떠나는 계절이여서 꽃필 때가 아니라며 어서 떠나자는 노란락엽의 무수한 충고에도 주저없이 피여나는 꽃이다. 혼자 피면 외롭고 가냘프지만 세월을 기다려 다 함께 피여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꽃,진분홍,연분홍,흰빛의 조화로운 어울림,더불어 산다는것이 얼마나 미덕인가를 세상에 알리려 피는 꽃이라 하겠다.

한겨울 삼동의 추위에도 넝쿨이 시들지 않고 살아서 피워내는 인동꽃 동지달 긴긴 밤추위에도, 눈꽃이 흩날리는 섣달의 혹한속에서도 따뜻한 가슴을 헤쳐 엄한을 감싸안으며 피는 꽃이다. 살아가느라 얼기설기 쌓인 슬픈 사연들과 삶의 고단함을 가슴 밑바닥에 누벼가며 끈기와 인내로 봄을 기다리는 꽃이다. 겨울을 참아내는 인동초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을 참 많이도 닮았다. 그래서 인동초가 피워낸 그 자잘한 인동꽃이 시린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꽃은 참 아름다운 존재다. 살랑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수밖에 없는 꽃들이지만 세상살이에 쫓기우고 세간의 발길에 할키워도 꽃은 결코 자신의 삶을 대충 피워내지 않는다. 누가 무엇이라 불러주던말던 꽃은 꽃모습으로만 진실하게 핀다.

꽃은 아름답다.아름다운 리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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