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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바느질 사랑

□ 전금선

  • 2009-04-28 18:08:53
오늘 아침 나는 실이 풀려진 남편의 바지를 깁다가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구식돋보기 끼고서 희미한 석유등잔불 밑에서 온밤을 새며 한뜸한뜸 바느질 하던 정경이 눈앞에 아물아물 거렸다. 세월이가면 왜 젊은시절에는 무심하게 스쳐지났던 기억들이 새삼스러운지 나도 모를 일이다.

가정의 둘째딸로 태어난 어머니는 일찌기도 부모를 여의고 여덟살에 쪽지게에 실려 시집이라고 왔다고 한다 열여섯살에 머리 틀어 올리고 자식 여덟을 낳았는데 둘이 죽고 6남매를 키우면서 갖은 고생이란 고생을 다 겪었다. 째지게 가난했던 시기에 어머니는 낮이면 밭일하고 저녁이면 등잔불 밑에서 자식들의 해진 옷들을 깁는라고 밤을 패우는 날이 얼마인지 헤아릴수 없었다 .내가 어릴 때엔 어머니는 잠기도 없는 사람인가고 생각했었다 .매일 저녁이 되면 양말을 깁지 않으면 해여진 옷들을 기워야 했고 구멍난 장갑도 고쳐야 했고 또 해진 신도 손질해야 했다. 이렇게 바늘질해야 하는 어머니는 손톱이 구멍까지 나고 갈라 터지기가 일쑤였다.두터운 솜바지에 바늘이 들어가지 않으면 바늘을 머리에 대고 긁적이였다. 그러면 바늘이 다시 매끌해지면서 잘 들어가게 된단다 .어느 한번은 신을 깁다가 바늘에 손을 찔리우게 되였는데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하도 놀라 눈이 휘둥그래 있는데 어머니는 성냥갑에서 까만 인화종이를 뜯어 내여 손에 붙이였다. 그러니 인츰 피가 멈추었다 .고된 밭일에 때시걱일에 바느질까지 다 해야 하니 어머니는 항상 팽이처럼 돌아쳐야 했다.

내가 사범학교 가기 직전이다.내 솜바지가 너무 낡았지만 새 바지는 돈이 없어 살수 없으니 입던 낡은 솜바지를 다시 고쳤는데 손으로 솜을 한잎 두잎 뜯어서 다시 펴고 구멍난 곳은 깁고 하면서 하다나니 온밤을 패웠다. 한잠 자다 일어나 보니 그냥 바느질을 하고 계셨다.

“어머니 아직도 주무시지 않습니까?” 내가 걱정했다. 나도 어머니의 걱정을 할줄 아는 년령대에 들어섰다. 아침에 깨여나니 내 머리맡에는 간밤에 한 솜바지가 차곡히 개여져 놓여 있었다. 물이 난 바지를 다시 번져서 한 것이 새옷 못지 않게 보기 좋았다.

시집오고 자식들을 키우면서 어머니의 바느질 사랑이그냥 뭉클하게 다가온다.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바느질에 의탁해서 겨울밤을 지새우던 어머니의 그 모습이 그냥 눈에 삼삼하게 안겨왔다. 그바느질은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담보였고 걱정이였다. 그것을 알면서부터 나는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첫날 이불을 그냥 꺼내보고 쓸어본다. 전등도 없이 등잔불 밑에서 손수 지어준 첫날 이불은 세상의 랭기를 모두 녹일듯한 온기가 있었고 겨울날 창호지를 둟고 들어 온 랭기를 막는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어머니의 바느질 사랑은 나의 눈앞에 아름다운 미래를 수놓아가는 아침 해살처럼 찬란히 안겨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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