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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동안…

□ 한련분

  • 2009-04-28 18:08:14
"당신 왜 그러지?"

다른 사람들이 종종 이런 물음을 물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대답이 궁해진다. 내가 왜 그럴가?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특이한 행위를 하고있어 일반인의 행위규범을 벗어나고있다는 뜻으로 안겨온다.

이런 물음속에는 당신은 나처럼, 우리처럼 사고하고 행동해야지 네멋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못마땅한 기색이 완연히 엿보인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은데 반하여 당신만 홀로 그러고있다는 깜직한 권유를 동반한 따가운 질책도 담겨져있다.

하지만 나는 나절로 자신을 주체할수 없다. 필경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나라는 원인때문에, 나는 나로 살고싶다는 마음때문에…

음식을 먹을 때도 나는 내입에 맞는것이 따로 있고 옷을 입어도 다른 사람과 꼭같아 보이는건 질색이다. 말을 해도 남들이야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이 내멋대로 뱉어낸다. 심지어 저가락 집는것도 남하고 달라서 핀잔을 당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난 언제나 제멋대로다.

그러니 걱정쯤은 잠시 비끌어매고 산다. 오물조물 생리적으로 인간을 뒤집어서 연구하는 의사선생님들까지 아무런 이상 없는 나를 보면서 말짱하다고 한다. 그러니 쉽게 다가오는 치매라는 문턱과도 아직 천리나 떨어져있음이 분명하다. 다만 너무 자아도취와 환상적인데 빠져있지 말라고 어느 신사분이 따뜻한 충고를 주어서 좀 께름직한것이 마음 한구석에서 떠날줄 모르는것이 탈이다.

이런 내가 한번은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큰 실수를 저지른적이 있다. 녀자들만 오랜만에 모인 자리라 처음부터 화제가 시집이요, 친정이요, 남편이요, 애들이요 하면서 기껏 궁상들을 떨었다. 누구의 시집에서는 자가용을 사주었다는둥 누구의 남편은 고위급요직으로 발탁되였다는둥 또 누구의 애는 명문대학에 붙었다는둥 모두들 자랑얘기로 시끄러운데 내 맞은켠에 앉은 친구만은 다소곳하게 덤덤한 기색이다.

제딴엔 대화상대를 잡았다고 나도 멋대로 자랑을 쏟고 싶었다.

"얘, 우리 애는 말이야…"

뒤미처 련발총 쏘듯이 나도 남들 뒤질세라 목 빼들고 애자랑을 힘껏 풀어제꼈다.

고개 숙이고 묵묵히 듣고만 있던 그 친구의 얼굴에 이상하게 암울한 그늘이 비낀것이 얼핏 내 눈에 들어왔다.

"얘, 넌 왜 한마디 말이 없니?"

친구의 한시름 가득한 주름진 량미간사이가 좁혀지면서 물끄럼히 나를 쳐다보는 눈길엔 물기가 축축하다.

나는 퍼그나 놀랐다.나중에 친구들한테서 들어서 안 일이지만 그 친구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애가 금방 백혈병으로 떠나갔단다.

갑자기 한방 얻어맞은것처럼 어지럼증이 났다.

"내가 왜 그런걸 몰랐을가?"

후회막급이다. 내가 애 자랑으로 빼든 련발총탄알이 그 녀의 가슴에 얼마나 많이 박혔을가…

제멋대로 쏟아부은 희열의 순간적인 폭우가 그녀의 깊숙한 눈속에 얼마나 많은 피눈물이 괴게 했을가…

못된것도 사람이고 무서운것도 역시 사람이다. 사람과 제일 근접하다고 하는 원숭이들도 언제나 자기 자리를 지킬줄 알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면서 서로 의존을 한다. 서렬이 확실하고 남의 눈치를 볼줄 알며 절대로 혼자 잘난척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주변을 무시하고 자신외에는 아무 보잘것없는 인간들만 널려사는가보다 하고 까진 어깨를 잔뜩 살리고 살았으니 참으로 안하무인격이다. 못된 송아지는 엉뎅이에서부터 뿔난다고 하는 말이 아마 나를 두고 하는 말인것 같다. 얼마나 못됐고 얼마나 리기적이고 무서운 인간이였던가를 원숭이들도 알았으면 아마 몸서리쳤을것이다.

인생은 자기 인생이지 남이 살아주는 인생이 아니다.

너무나 맞는 말이다. 개인적인 심리취향과 개성을 곳곳에서 발굴하고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딱 맞는 말이다. 내 맘에도 꼭 와닿는 말 같아서 기회가 생기면 이 말을 성구 써먹듯이 아낌없이 흘려버린다.

하지만 지난번 일을 겪고난 뒤부터 나는 오히려 "당신은 왜 그러지?"를 남의 말이 아닌 나 홀로의 말버릇처럼 자꾸 외우게 됐다. 그러면서 비록 남이 나를 대신해 내 인생을 살아줄수는 없지만 내 인생은 필경 남들속에서 어울려져야만 참된 인생으로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단순한 도리를 깨우치게 됐다.

피는 꽃이 아름답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흙먼지가 있어야 꽃이 아름답게 필수 있다는것엔 너무나도 생각을 두지 못한다. 세상사람들 눈에 하늘이 노랗게 보이지 않고 깨끗한 푸른색으로 보이는것도 빛이 있기때문이다. 만약 그 빛이 없다면 비뚤어진 나처럼 하늘이 노랗게 보일수도 있고 빨갛게 보일법도 하다. 밤하늘이 캄캄한것도 그때문일것이다.

내 다리가 아프다면서 남한테 자리를 사양할줄 아는 심려, 내 삶이 고달파도 다른 사람의 더 고달픈 삶을 헤아릴줄 아는 배려,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한테 권하고싶은 마음… 이 모든것이 내 개성과 취향의 주축이라면 내가 뭘 먹든 뭘 입든 뭘 말하든 상관없다.

사람은 올려다 보지 말고 내려다 보면서 살랬다. 남에게 발뒤축을 밞히고도 그 사람이 사과하기 앞서 “죄송해요. 제가 뒤에 눈이 없어서…”라고 익살까지 섞으며 선사과를 하는 언제나 겸손하고 터치가 끼끗한 양상을 가지고 취향적인 개성과 의존적인 군체성의 조화를 의식하며 살아가는것이 내 인생을 내가 산다는 바람직한 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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