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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 사도 배 아픈 리유

—한련분

  • 2009-09-02 14:25:34
우리 말에 “사촌이 땅 사도 배 아프다”는 말이 있다. 사촌이라면 친형제 다음 제일 가까운 혈연관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프다고 하니 어쩐지 이 말을 들을 때면 편하던 나의 심기가 좀씩 불편해진다. 아마 다른 사람이 잘되는것만 보면 공공연히 시기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말이겠거니 하고 정색해서 궁리하다가도 텅빈 머리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사고세포를 굴리기 싫어 그냥 생각을 접어둘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한번 한 학자님이 쓴 글에서 본 재미나는 이야기가 예고없이 종을 두드려대며 내 잠든 사고를 깨우군 한다.

그 학자는 강의도중 우리 말 배우는 한족아이들에게 "사촌이 땅 사도 배 아프다"는 우리 말 속담의 뜻을 해석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해석할수가 없어 진땀을 뺐다고 한다. 학자님이 구술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해석해도 아이들이 믿으려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자고로 자기네들은 사촌이 땅 사면 쫓아다니며 자랑을 하지 왜 배 아파하느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의문의 련주포를 쏘더란다.

뭔가 사색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족아이들의 립장에서는 그런 의문을 던질법도 하다고 수긍이 간다.

3년전 국제학술쎄미나르참석차로 서울에 갔을 때의 일이다.

서울에서 번창가로 유명한 명동거리를 지날 때였다. 우리들 일행을 안내하던 교수님 한분이 명동 땅값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고 넌지시 물어왔다.

“평당 2억도 넘어요. 아마 세계에서 이렇게 비싼 땅은 얼마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의 땅 한평이면 거의 중국의 세평과 맞먹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억이면 당시 환률로 계산해봐도 인민페 160만원이란 거금이 나온다.

그런데 더 놀라운것은 교수님의 다음 말씀이다.

“신기하게도 이 땅의 주인 70%가 화교들입니다.”

원래 초창기 한국에 진출한 화교들은 돈 많은 화교들이 아니였단다. 명동에도 자그만한 짜장면 음식점을 경영하는 화교들이 몇집만 살았댔는데 전국의 화교들은 일단 서울에 올라왔다 하면 다른 음식점에는 일절 발길을 돌리지 않고 화교들 음식점만 꼭 찾군 했단다.

맛이야 있든없든 자기들 돈만큼은 자기들 호주머니안에서만 굴려서 다른곳에 새지 못한다는 , 서로의 치밀한 밀어주기타산이였을것이다. 아교풀처럼 응집된 이런 장사철칙으로 한집이 부자가 되면 다른 또 한집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하면서 오늘의 수많은 명동땅의 주인을 탄생시키기에 이른것이다. 사촌이 땅사면 배아픈것이 아니라 좋아한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살펴볼 때 그 어디를 가나 “당인거리”가 유명한것도 이런 거미줄식의 엉킨 힘의 저력이 밑받침되지 않았을가 하는 깊은 찬탄과 감복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한족들이 어찌 “사촌이 땅 사도 배 아프다”는 우리 말 속담의 뜻을 리해할수 있겠는가?

참으로 우리 민족 국한성의 참괴한 모습에 비해 군자다운 대륙기질같다.이런기질이 돋보이면서 한편 배 아파하는 우리 소인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다.

어느날 갑자기 떼돈을 벌고 신흥부자의 행렬에 가담했다고 어변성룡(鱼变成龙)이나 되는듯 해서 이른봄 얼음 갈라터지는 소리를 떵떵거리고 내지만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라면금방 꼬리 감추고 호랑이 코끼리떼 만난 상을 짓는 군체속에서 늘어가는 "사촌"들을 보면 내가 봐도 배가 아파서 참지 못할 지경이다. 진정 이것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리유》같다. 《땅》 사들이는 그런 사촌들이 마지막 행위가 밀어주기가 아니여서 배가 아픈것이다.

그러니 배 아파하는 우리 소인들만 욕보이지 말라는 권유를 하고싶다. 어느 선조님께서 이 말을 지어내셨는지 아무튼 선조님들 시대에서는 사촌만 받들렸지 배아픈 놈은 아주 못된 놈이라고 욕보았을것이 분명하지만 어쩐지 이 말이 꺼꾸로 가는 느낌이 들어 선조님들한테도 미안한 생각이 없지 않아 든다.

그래도 우리 같은 소인들을 대변해 이쁘신 선조님 한분이 또 탄생하셔서 해주시는 말씀이 저으기 큰 위안의 마음으로 와닿아서 기쁘다.

“아서라, 이웃이 사촌보다 났니라…”

잘살면 잘사는대로 못살면 못사는대로 서로가 보살피고 베풀며 가깝게 지내면 남남이라도 한집안 식구처럼 화목하게 지낼수 있음에 굳이 배 아파할 리유가 있을까마는 너그러운 군자다운 "사촌"이 점점 줄어들고있어 안타까울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왜 “사촌이 땅 사도 배 아프다”는 말보다 “이웃이 사촌보다 났다”는 말이 더 류행되는지 가끔씩 생각을 굴리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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