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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덩굴

□ 안수복

  • 2009-12-07 15:38:27
1

그날은 도문시에서 어떤 문학행사가 있었다.

고속도로우에 단풍을 재촉하는 가을날이 소조한 해빛이 풍성하게 내려 앉았다. 평범한 일상같지만 여럿이 함께 어디로 간다는 단순한 려행 그자체에 흥분하는 문학인들이다.

“아, 저기, 담쟁이덩굴…” 어느 시인의 감탄에 일행은 담소하다말고 일제히 창밖에 눈길을 돌렸다.

맙시사, 도로 량켠의 돌담위로 승천을 꿈꾸는,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담쟁이가 붉은 옷을 갈아 입고 콩나물처럼 련대로 줄기차게 기여오르고 있었다. 돌담은 당장에서 빨갛게 물들었다. 흡사 장미빛 이불을 펴놓은듯 하였다.

“여름에는 시원한 록색향을 내뿜고 가을에는 저렇게 칼라풀한 옷을 입고 …”

어느 시인인가 담쟁이를 찬미하는 시를 읊자 나의 눈앞에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와 함께 담쟁이를 쓴 도종환의 시 한구절이 떠올랐다.그래서 나도 끼여들었다.

“저것은 벽//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수 없는 벽이라고//고개를 떨구고 있을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가 위대하다는 말은 이런 철리적인 시를 읽을 때면 실감하게 된다.

2

“담쟁이덩굴에 붙어 있는 저 잎 말이야.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나도 가야 하는거야”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는 폐렴에 걸린 무명화가 존시가 하루종일 창밖의 해묵은 담벼락만 바라보며 담쟁이 잎이 떨어질 때마다 죽음이 한발작씩 다가온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비바람이 거세차게 몰아치던 밤이 지나고 절망에 빠진 존시가 커튼을 열었을 때 놀랍게도 작은 담쟁이 잎 하나가 꼿꼿하게 붙어있었다. 폭풍우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그 잎은 바로 아래층에 사는 늙은 화가가 그린 마지막 걸작이였다.

소설속 담쟁이가 존시에게 삶의 의지와 용기를 주었다면 현실에서는 메마른 삶 같은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에게서 우리 인간은 도전정신과 절망과 고난을 조금씩 이어나가고 여럿이 함께 손잡고 넘는 아름다운 인내를 배워야 바람직 하지 않을가?

3

하버드대학에서는 졸업할때 심어놓은 “담쟁이덩굴이 뻗어 올라간만큼 졸업생이 사회에서 성공하고 있다.” 는 속설이 내려오고 있다.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의 락엽만목인 덩굴손으로 돌바위나 바위, 나무줄기에 찰싹 붙어서 한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고 잘도 기어오르는 줄사철나무로서 벽이 있을때 주저앉아 절망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물없는 척박한 곳에서도 벼랑 등에 달라붙어 덩굴손으로 뻗으며 서두르지 않고 자라난다. 그래서 고금중외로 담쟁이 덩굴에 얽힌 사연도 많다.

4

현재 아빠트 록지화에 담쟁이덩굴을 덮어 친환경으로도 각광받는다.콘크리트 벽면이나 도로의 방음벽과 담장을 기어오르는 덩굴식물은 소음을 줄이고 유독가스를 흡수한다. 친환경적 도심경관 조성과 더불어 열섬화방지, 공기정화, 습도유지 등 도시환경 개선을 꾀하고 있다.

담쟁이 덩굴은 식물이 아니라 그 어떤 정신이다. 그 세계속에는 우리들의 얼이 숨어져 있고 가을날의 향일성 같은 끈질김이 있다. 하기에 담쟁이 덩굴은 사랑으로 상징된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는 담쟁이 덩굴은 그래서 아름다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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