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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 허국화

  • 2010-01-07 16:11:52
“와—”

하고 웨치면서 머리에 쓴 학사모를 하늘우로 높이 올려뿌리면서 대학 4년을 훌훌 털어버린 정경이 어제 같고 그 학사모가 대학 4년 내내 머리를 짓누르고 괴롭히는것 같아 평생 학사모와 결별이라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 어제 같은데 오늘 불현듯 그 학사모가 그리울줄이야… 인간의 마음의 가변적이라는것을 괴럽게 깨치는 시각이다.

학사모는 처음 그리스시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졸업식에서 귀족들이 졸업식에 참여하려고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왔는데 막상 졸업하는 한 학생이 로동복차림에 손에 네모난 흙손판을 들고 왔다. 이것을 본 귀족들은 졸업식을 모독하는 일이라 야단을 쳤지만 가르치신 교수께서 하시는 말이 “저들은 이제 졸업을 함으로써 흙손판을 손에 들고 열심히 일하기를 위하여 사회로 떠나는것이다”라고 했다. 그때부터 졸업식에는 학사모를 썼다고 한다. 로동이 가장 고귀함을 머리에 쓰고 살아가는것이 졸업의 참뜻이라는것이다. 이후 학사모의 사각은 중세시대 대학을 이끌었던 네가지 학문, 곧 신학, 철학, 법학, 의학을 뜻하는것이 되였다. 조선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학위복이 들어오게 되였다. 1899년 최초의 현대식 고등교육기관이자 의학교인 제중원이 설립되여 1908년 제1회 졸업식을 시행하였는데 이때 처음으로 학위복을 입었다. 당시 미국으로 류학을 떠났던 류학생들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형태는 흰 바지와 저고리에 흰 두루마기를 입어 정장차림을 한뒤 그 우에 검은 가운을 입은것이였다. 머리에는 검은색 술이 달린 사각모를 썼다고 한다.중국의 대학들도 현재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착복한다.

당시까지 학사모는 대학시절의 상징 같아서 싫었던것이다. 그리고 그 학사모를 공중에 뿌리는것으로 대학생활에 쾌쾌하게 종지부를 찍었는데 이 시각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니였다. 이 학사모를 쓰기 위해서초조하게 대학입학통지를 기다렸고 또 대학통지서를 얻기 위해 12년동안 선후로 소학, 중학교를 다녔다. 그러니 대학에 입학할수 있어야 학사모를 쓸수 있는 자격증을 얻는것이다. 입장권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작 학사모를 쓰는 날에는 되려 그 학사모가 그렇게도 싫을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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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시절은 고중시절과 달리 느긋했지만 그래도 홀가분한 학습이 아니였다. 학점이 1.98을 넘어야만이 무사히 졸업할수 있게 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에서도 공부를 해야 했던것이다. 그리고 외국어를 장악해야 했고 그에 따르는 증서도 따내야 했다. 외국회사가 이곳저곳에서 밀려들어온 지금에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 영어를 장악하는것은 기본적인 요구로 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그 합격증서를 따내는것도 사각모자의 한 모서리로 되여버렸다.

남은것은 계산기이다. 글로벌시대에 컴퓨터를 다룰줄 모르면 컴맹이라고 한다. 아마도 대학졸업생이 컴맹이라는 소리를 듣는것은 아니라고 생각돼서인 이 놈도 사각의 한몫을 차지했던것이다.

이렇게 학사모의 사각은 졸업증을 위한 발버둥으로 채워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학사모가 싫어졌다. 하여 시원스레 한치의 미련도 없이 머리에서 벗어 훌— 내버렸던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땅에 버려져있는 학사모의 모습을 보면서 허전한 감이 들었고 모자에 깔렸던 술이 애처로워 기억된다.

술은 고대 로마시대의 노예들이 자유를 얻게 되면 그 징표로 술이 달린 모자를 썼는데 학교에서 해방되여 사회로 나간다는 뜻에서 사각모에 달린 술을 달았다고 한다.

졸업식에서 스승님은 우리의 학사모자의 술을 한쪽으로 정리해준다. 이 술에는 우리가 미래에 대한 동경이 담겨져있고 스승님이 졸업생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깃들어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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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기념사진에는 술이 여기저기로 날린 모습이 찍혀졌다.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여기저기로 날렸다. 그 자유로운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왔다. 이는 고정점으로 되여주는 모자가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학사모를 벗는 순간 네 각은 균형을 잃게 된다. 모자의 네 각은 균형을 잃었고 술도 자유로움이 아닌 비툴어진 모자의 모퉁이에서 여기저기 밀려가고있는 신세가 된것이다. 뿐만아니라 모자를 하늘 공중으로 뿌리는 순간 술은 중력의 힘으로 곧추 땅에 떨어지게 되고 모자에 깔려 꼼짝달싹 못하고 모자에 눌려 납작될것이다.

내 사각모는 언녕 벗겨졌고 또 높히 뿌려졌고 지금은 땅에 떨어졌다. 숫은 모자에 깔려 신음한다. 술을 다시 날리려면 고정점으로 될수 있는 사각모자를 다시 찾아야 하고 그 모자의 사각을 균형적으로 채워넣어야 한다. 그리고 사각은 점점 더 풍부해질것이고 술도 더욱 자유롭게 날수 있을것이다. 중요한것은 이 모든것이 더는 한장의 증서를 위한 발버둥이 아니라 스스로의 움직임일것이다.

마법사를 시늉하며 한번 웨쳐본다.

“나의 학사모여, 어서 돌아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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