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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기억하십니까? (외1편)

□ 김동진

  • 2010-05-06 13:02:51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먼 곳으로 간 사람이여, 저를 기억하십니까?

쌍떡잎에 십자화에 꽃주머니마다 25개의 씨앗을 담고있는 두해살이 여린 생명을 기억하십니까?

남다르게 가을의 끝자락에서 싹을 틔우고 삼동의 설한속에 죽은듯이 있다가 해동의 들녘에서 파아랗게 살아나는 굳센 존재를 기억하십니까?

그 누구의 보듬어주는 살틀한 손이 없어도 자리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흔하게 그리고 소리없이 살아가면서 이른 봄을 장식하는 어진 령혼을 기억하십니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재황의 기아년에 나무껍질이랑, 민들레랑, 달래랑 함께 춘궁에 허덕이는 밑바닥 민생들의 가난한 식탁에 보탬을 주던 착한 마음을 기억하십니까?

저 산기슭의 진달래가 세간에 봄을 알리는 선구자꽃이라면 저는 이 벌판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자풀이랍니다. 뿌리에서 씨까지 다 먹을수 있는 풀, 시골의 장국에 국거리가 되는 풀이랍니다.

논을 떠나 밭을 떠나 먼 곳으로 간 사람이여, 오세요, 그리고 가져가세요. 장윤정의 노래 《어마나》처럼 《다 줄게요.》

꽃말이 《나의 모든것을 드리렵니다》인 저의 이름은 냉이, 방언으로는 나생이, 나시라고 부른답니다.



감주타령

《감주타령》을 들을 때면 시골에서 마시던 막걸리생각이 절로 난다. 집체농사때라 김매기 쉴참이면 화식원이 감주동이를 이고 오는데 그건 우리 제초기군들 몫으로 정해진것이였다. 목구멍에서 나는 겨불내를 가셔주던 시원한 감주! 그 감주를 마시고나면 제초기를 미는 팔뚝에 새힘이 솟구쳤다.

감주는 재료가 특별히 간단하여 찹쌀, 멥쌀, 옥수수 등을 가마에 쪄서 만든 고두밥에 누룩 그리고 물이 전부이다. 감주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술인 막걸리를 이르는 말인데 맑지 않고 탁하면 탁주요, 농가에서 만들기에 농주요, 채로 받아내면 청주요, 밥알이 동동 뜨면 동동주요, 방언으로는 탁배기가 된다. 발효후 증류를 거치지 않고 막 걸러 마신다고 막걸리라 했으니 이름 한번 재미있다.

이런 서민의 술이 날개가 돋쳐 하늘을 난다고 하니 드디여 기적이 나타난게 아닌가! 한국 아시아나항공이 한일로선에 막걸리를 기내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는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외국귀빈에게 영빈주(迎賓酒)로 막걸리를 대접한다고 하니 우리 민족의 전통주인 막걸리가 바야흐로 와인과 소주와 맥주앞에서 당당한 세계의 술로 부상하고있는것이다.

재료가 간단하고 제조가 간편하며 값이 싸고 마시기 좋고 몸에 좋은 막걸리.

이제 어느날 친구들과 약속하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저가락장단에 《감주타령》 을 불러야 하겠다. 막걸리에 흠뻑 젖은 소리로 우리의 노래를 불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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