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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눈이 나를 바라본다 (외4수)

김영건

  • 2011-06-17 08:39:17
사슴처럼
슬픈 눈빛이 나를 바라본다
계절을 넘어
수십년의 세월을 넘어서
저만치서 오래도록 바라본 눈이다
가슴을 무늬고
마음을 울먹이게 하는

슬픈 눈이 나를 바라본다
버릴수 없는 응어리를
창랑한 슬픔 넘어
철륜의 절벽 넘어
노을빛 구름자락을 붙들고
새벽경계를 지우며
운명처럼 나를 지켜본다

슬픈 눈이
미래같이 떨리는
침묵의 입술이 나를 지켜본다
어버이 같은
욕망을 추켜 세우고
어둠의 벽을 넘어
목마른 태양 불끈 솟아오른다.



누룽지와 어머니

엄마의 냄새가 보글보글
아침을 메우며
나의 식탁에 향기를 실어왔다
찰랑이는 내물
그 맑은 산향기가
자리내나는 나의 방안을 메웠다

벽화안에 검은 꽃이
이렇게 우수의 세월을 끓여
고소한 시간을 열었다
알알이 흰밥알처럼
알알이 익어터진 정성이
허기진 세월 달래주고
남은 세월동안 나의 아침하늘
닦아주는것이다

배배한 맛으로 찾아오는
바다의 냄새도, 포기포기
달래머리 짭짤한 어릴적 동년도
함께 동반하는 아침
알알이 숨결로 환히 떠오르는
누룽지—불과 철의 그 사랑
무색의 세월을 적시며
우주의 별무리로 솟아오른다.



사슴의 잠

류동림장 희수네 앞뜰에 뿔 잃은
사슴이 곱게 누워있다
산자락이 뽀얗게 강물에 흔들리고
취한 골물소리 처량했다
노을빛 피의 향연이 공기를 전념했다
입가진 무리들의 창자속으로
전설의 사슴은 갔다
오늘따라 선경대가 높게높게 솟는다.
공룡의 발자국이 대서양보다 더 크게 번진다.
사슴 된 무리들이 그 속에 뛰여들었다
그러나 사슴다운 동물은 하나도 없고
허기진 하늘만 고요를 덮었다
피빛의 노을만 산야를 물들였다
류동 희수네 앞뜰에는
사슴이 곱게 누워있었다
눈부신 산노을 베고 곱게 잠들었다.



소금은 상처가 없다

더 이상 상처는 없다
상처의 눈물이 가루되여
나에게로 왔다.
세월의 주머니속에
숨겨둔 첫사랑도 가벼워진다.
사랑은 한때의 싱거운 행복이다
젊음의 피를 먹고
자란 오로라 현란한 빛
젊음의 바다 스쳐간
석굴암에 소금기둥
나이는 그 세월 갈아
가끔씩 나에게 빵을 먹인다
더 이상 상처는 없다.



허무의 노래

오랜 호수안에 빠져버린 그림자가
그림자인 달을 건지고
바람의 파문으로 다 덮어버렸더니
기슭에 도마뱀이 풍덩
호수를 끌고 산을 넘어버렸다
산정호수에 구름이 내리고
바람의 안개가 바다를 모방하고있다
산안에 온갖 생물과 률동을 끌고
내안에 들어와 하나의 사랑을 놓아버렸다
흰말씀들로 솟는 시간의 기둥들에
새로운 태양이 열리고
그 아래 육신은 천년을 넘어오는
향기에 목달고 눈꺼풀 내린다
호수에 빠진 그림자가
인간으로 태여난 슬픔 노래하며
멀리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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