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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다

□ 최혜연

  • 2011-06-24 09:02:18

저녁이 되여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또 하루의 끝자락인 어둠이 찾아왔다. 까매졌지만 낮의 흔적을 다 거두어가기엔 아쉬운듯한 푸른빛의 여운이 감도는 오늘밤 하늘에는 달 없이 별들만 은은히 빛나고있다.

득 어릴적 조선어문교과서에서 배웠던 재미있는 내용이 떠올랐다. 빙심은 “글짓기도 과학적인 태도로——꼬마독자들에게”라는 문장에서 수많은 날들을 병실의 침대에 누워 밤하늘을 관찰하다가 조조의 “달은 밝고 별은 뜸하니, 까치가 남으로 날고(月明星稀,乌鹊南飞)”라는 시구의 진실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달이 밝으면 별들은 자연히 뜸해지거나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 어렸던 우리 꼬마들에게는 참 신기한 내용으로 다가왔었고 그뒤로는 가끔씩 밤하늘을 관찰하는 귀여운 흥취를 붙여주었던것이였다.

달이 혼자서 빛을 뿌려대고있는 날이면 별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걸가? 혹시 조금이라도 그 빛을 빼앗을가봐 조용히 숨어버린걸가? 그리고 달이 맥없이 사라져버린 날이면 별들은 왜 더 열심히 반짝이는걸가? 부족한 달의 몫까지 다 해나가려는걸가? 어쩐지 뭉클해진다. 부모님이 떠오른다.

별 하나가 반짝인다. 어느 해볕이 쨍쨍 쏟아지던 여름날, 한 왜소한 체구의 젊은 어머니가 자전거에 5살짜리 아이를 태우고 등에는 무거운 전자풍금을 메고 힘겹게 페달을 밟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의 등은 어느새 땀에 푹 젖어있었지만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가 자라서 절로 전자풍금을 멜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는 몇년을 하루같이 그렇게 해오셨다. 그리고 10년후, 아이가 전국시합에서 1등을 하고 시상대에 올라 뭇사람들의 부러움의 눈길을 받고있을 때 여전히 왜소한 체구지만 탱탱하던 눈가에 주름이 늘어난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한켠에 서서 말없이 흐뭇한 미소만 짓고계셨다. 아이에게 어린시절 가장 익숙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바로 자전거뒤에 앉아서 바라보던, 커다란 전자풍금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어머니의 뒤모습이였으리라.

또 별 하나가 반짝인다. 코끝이 빨갛게 얼어버릴 정도로 춥던 어느 겨울날, 중학생이 된 아이가 병원에 앉아 점적주사를 맞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심한 독감에 시달려 맥없이 축 늘어진 아이곁에는 일을 제쳐두고 달려오신 걱정스런 눈빛의 아버지가 지키고있다. 살을 저미는듯한 차거운 주사액이 한동안 팔에 흘러들자 아이는 팔이 얼어붙을것 같다고 칭얼댔다. 아버지는 겉옷을 벗어 아이에게 걸쳐주고 두손으로 주사관을 잡아 흘러들 액체를 따뜻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한결 편해진 아이가 40여분을 자고 깨여났을 때, 아버지는 여전히 주사관을 잡고있었고 하도 오래 주사관을 잡고있은탓에 두손은 감각을 잃어 뻣뻣해지고있었다. 비록 한순간 무심결에 보았던 손이였지만 아이에게는 영원히 잊을수 없는 그리고 늘 그랬듯이 언제든지 나타나 든든하게 지켜주고 잡아줄것 같은 두손이였다.

별 하나에 어린시절 휴일마다 공원에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사진 찍어주시던 부모님이 떠오르고, 별 하나에 학교에서 일등을 하든 락제를 하든 항상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시던 부모님이 떠오르고, 또 별 하나에 지금껏 내가 배우고싶다 했던것들은 가정형편이 부족하든 넘치든 모두 시켜주셨던 부모님이 떠오르고, 별 하나에 대학생활 매 학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갈 때마다 역에 나와 기다리시다 보자마자 두팔 벌려 얼싸안아주시는 부모님이 떠오르고, 별 하나에…… 별 하나에…… 어느덧 무수한 별들이 떠올라 내 마음속의 밤하늘을 꽉 채우고있다. 어쩌면 달이 빛나는것은 수많은 숨겨진 별들이 모여 달을 향해 조용히 빛을 쏟아주기때문이 아닐가싶다.

오늘 밤에는 달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달이 나타나는 밤이면 별들은 또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묵묵히 달을 바라봐주겠지……

밤하늘에 별들이 잔잔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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