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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소묘

□ 심정호

  • 2011-07-01 09:51:07

정주간

정주간은 어머니의 령지

구석구석 어머니의 체취가 묻어나는,

머니 손끝에선 기름이 흘렀던가

반짝반짝 윤나던 솥뚜껑이며 시렁우의 그릇들

부엌은 어머니의 요술장

가장 값싼 남새로 가장 맛나는 음식을 료리하는

그래서 상다리 부러지게 올린 푸성귀도

순식간에 뚝딱 거덜나던 우리 집 때시걱

열식솔의 먹거리며 입성은 모두가 어머니의 몫

근심은 얼마나 크고 걱정은 또 오죽했으랴

그래서 정주간에는 지금도 놓지 못하고 가신

어머니의 깊은 시름이 감돌고있는가?

삼동의 추운 겨울날에도

뜨끈뜨끈하기만 하던 어머니의 가마목

타향의 랭돌방에 누워서 내 얼마나 자주 꿈을 꾸었던가

아, 뜨끈뜨끈한 그 가마목이 바로 내 고향!

웃 방

지금도 바람벽 한가운데, 값싼 낡은 액틀속에

대바르고 강직한 성칼의 로옹이 모셔져있는 방

의 할아버지다, 젊어서는 한때

산속 항일부대에 식량도 지여날랐다는,

지만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건

저 질화로속에 묻혀 구수하게 익어가던 감자내음과

그 내음보다 더 구수하던 할아버지 옛말이다

꼬리로 휘파람불며 날아다니는 그 호랑이옛말

학교에서 꼭 100점짜리 시험지를 가져다 바쳐야

이 농짝속에 감춰둔 개눈깔사탕 한알 먹을수 있었지

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사탕이

세상에 또 있었을가?

온 마을의 존경을 한몸에 받으셨던 할아버지

크고 작은 분쟁에는 의례히 재판관

실 근면 검박은 우리 집 가풍

웃방은 바로 그 가풍의 산실

가 처음으로 리순신을 배우고

안중근을 알게 된 할아버지의 웃방

웃방은 내 인생의 첫 교실이였고 또한

영원한 교실이였다

외양간

정주간에 마주 붙은 외양간

외양간엔 또 하나 우리 식솔이 살고있었다

우리 집 가풍대로 살아가는

착하디 착한 짐승식솔

애비 없이는 살아도

소 없이는 못 산다던 그 세월

그래서 우리 온 집안 정성이

그렇게도 외양간에 쏠렸던걸가

버지의 정성은 더구나 류별했다

일어나면 소부터 빗질해주었고

정방놀이 장식에서 워낭 달아주기까지

소는 아버지의 믿음이요 자랑이였다

어찌 그러하지 않았으랴

우리 식구 안중에는

아버지도 한마리 황소였고

소 또한 한분 아버지였던것을,

학교에서 하학하고 돌아오면

우리 개구쟁이들은 저마다 자기 집 소를 타고

휘파람 불며 샘골어구의 그 넓은 풀밭으로 갔지

소가 잘 먹는 청신한 참꼴을 뜯기러

오른쪽 옆구리는 황소의 풀배

왼쪽 옆구리는 황소의 물배

그래서 불룩하게 풀배를 채우고나면

우리는 다시 내가로 갔다, 물배 채우러

농사일이 번중한 계절이 오면

아버지는 황소에게 찰떡을 쳐서 먹였고

어머니는 두부를 앗아 먹였다

못하는 그 고마운 짐승식솔에게

집 식솔 등에 업고서, 수걱수걱

진 세월 넘어온 우리 집 황소

지금은 비여있는 황소의 방―외양간이여

황소는 우리 개척사에서의 일등공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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