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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져가는 기억의 저편

방순애

  • 2011-07-08 07:43:14

신없이 치달아 오시던 엄마의 삶의 발자취가 어느날엔가 멈춰섰다. 자기절로 자기의 삶을 돌이켜볼수도 없고 나갈수도 없는 엉망된 삶으로 이어졌다. 엄마는 안개가 푹 낀 십자가에서 헤매고있다. 엄마의 헝클어진 머리속에는 무엇이 살아남아있고 무엇으로 자기를 지배할가? 내내 궁금하다.

컴퓨터 못지 않게 총명하시던 엄마는 오래동안 냄새를 모르던데로부터 귀에 소리가 나고 길에 나서면 길을 잃어버리던것이 나중에는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잊버렸다. 보따리를 싸가지고 엄마가 30대 살던 집으로 간다고 야단이고 집에서 나가 길을 잃어 자식들이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 자식들의 련락처가 쓰인 명찰을 목에 걸고 허망한 발걸음으로 도로를 막 질러가고 잃어버린 엄마를 파출소에 가서 찾아오기도 했다. 엄마를 아무리 불러봐도 메아리만 돌아온다.인젠 다섯 자식을 하나씩 기억하지 못하신다. 오라지 않으면 나 차례가 될것이다. 그러면 난 정말 저세상에 계시는 엄마와 대화하는것과 같을거다. 제발 그날만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가는 사람의 몸집에서 삶의 냄새를 맡아야 행복한것이랬다. 삶의 냄새를 잃은 엄마의 현실은 우리 자식들에게 있어서 커다란 충격이 아닐수 없다. 엄마의 병증세는 너무 빠르다. 좋다는 약을 다 드려도 호전은 없고 도리여 날 봐라 하고 달려갔다.

버지 없이 홀로 도레미파쏠과 같은 자식 다섯을 키우는데 가난은 엄마의 삶속에 찰거마리처럼 딱 붙어 떨어지지도 않았다. 고갈된 아버지의 사랑으로 어머니는 기나긴 세월속의 밤을 슬프고 외롭게 지냈다. 하지만 엄마는 일터에서 훌륭한 지도자로, 집에서는 자애로운 엄마로 우리에게 사랑을 듬뿍 주어 우리 형제들이 그 아픈 삶의 터널을 잘 지나올수 있었다.

때 엄마가 보따리를 들고 집을 뛰쳐나가고 할 때 너무도 힘들었다. 엄마를 돌보는 가정부를 찾을수가 없어서 료양원에 모셔가기로 하였다. 치매환자를 모시는 료양원 복도문은 철창문인데 자물쇠가 잠겨져있었다. 복도에는 몇몇 할아버지환자들이 휠체어에 앉아 멍하니 우리를 쳐다보았다. 방에는 누워계시는 할머니들이 몇몇 있었다. 마치 어느때에 내 차례가 될가 하고 죽음을 기다리는것 같았다. 정작 엄마를 료양원에 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오빠는 “어머니를 여기에 모셔오기는 너무 한것 같다” 고 했고 남동생은 “어머니께서는 혼자의 힘으로 우리 다섯 자식을 키웠는데 우리 다섯 자식이 엄마 한분을 못 모시겠느냐? ” 하고 료양원에서 되돌아나섰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엄마는 인생을 바쳐 자식을 공부시키고 성가하기까지 자신의 의무를 훌륭히 하였지만 자식된 우리는 자기의 생활질서가 흐트러진다고 엄마를 료양원에 보내려는 생각을 하다니. 참 죄송한 마음이였다.

거의 한달간 나는 밤이면 엄마곁에서 지냈다. 새벽 두세시쯤이면 엄마의 정신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난 엄마의 손을 쥐고 물었다.

“엄마 내가 곁에 있으니 좋아?”

“그럼, 좋지.”

“엄마, 이제 나이 들면 양로원 갈래?”

엄마는 한사코 머리를 가로저으신다.

“엄마, 우리 자식들이 엄마를 양로원 안 보낼겁니다.”

오.” 하며 엄마는 한시름을 놓았다는듯이 나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았다.

즘 엄마의 몸은 점점 이전과 같지 않지만 정서는 많이 안정되여있다. 언니 같고 아저씨 같은 좋은 가정부 부부가 엄마를 돌보고있다. 가족과 같은 사랑을 엄마에게 주었더니 엄마의 병은 더하지 않고 그쯤에서 눌러앉았다. 가정부 내외는 엄마를 부모처럼 잘 대해주었고 몸도 깨끗이 씻어주며 정성을 다하고있다.

엄마는 아저씨가정부를 더 좋아하신다. 늘 웃는 얼굴로 아저씨를 바라보며 따라다니군 한다. 엄마하고 저 아저씨가 누군가고 물으면 어떤 때는 우리의 아버지라고 하신다.

없는 늙은이 진탕이 찍힌 삶에서도 내 사랑을 찾는다. 웅뎅이 깊은 세상과 살아가면서 사랑을 잃고 웃음을 잃고 강인하게 살아오시던 엄마이지 않았던가. 무수하고 지루한 밤을 자식들을 촘촘히 눕혀놓고 밤하늘의 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리고그리던 사랑이 아니였던가. 메마른 사랑을 한탄하고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시던 엄마,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자기의 새 사랑도 찾지 않으셨던 엄마였지.

가슴이 저리게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 많은 아쉬움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꽃 같은 나이에, 인생 있어서 제일 소중한 사랑을 잃었으니 령혼이 없은 세상에서도 그 사랑을 갈망하고있는것이 아닐가.

엄마의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는 정신활동이라 할가, 깊게 숨겨져있는 무의식의 사랑은 여전히 남아있는것 같았다. 그리움을 마음속에 담아놓고 하염없이 창문쪽을 내다보며 추억속의 련락선을 타고 쉼없이 사랑하는 남편인 우리들의 아버지를 찾는것 같다. 힘겨웠던 엄마의 인생을 미화하기엔 엄마의 희생이 너무 크지만 헝클어진 머리속에서나마 사랑이란 희망이 있어보여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아득히 멀어진 엄마의 심리와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며 소중한 사랑을 간직하고있는 무의식 엄마의 서글픈 빛이 떠도는 눈에서 오랜 세월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한 녀인의 아름다움을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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