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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채복숙

  • 2011-07-08 07:43:36

나는 워낙 울보였답니다.

명이 나를 울보로 태여나게 했답니다. 모두들 눈밑에 기미가 있으면 눈물점이라 하더군요. 제가 그 눈물점을 가지고 살아왔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물이 헤펐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부끄러워 막 숨기고만싶었습니다.

그런데 숙명이라던 운명은 고치기도 쉽더군요.

느날엔가 미용원에서 단 몇초만에 그 운명을 빼여버리고말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끝내 울지 않는 녀자가 되였답니다. 화창한 봄날 여린 꽃잎이 작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걸 보고도 눈물을 흘렸던 제가 말입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니 강한 녀자겠지요? 더는 그 주체없는 눈물때문에 부끄럽지 않겠지요?

꽃이 피였습니다. 그런데 어제까지도 붉던 복사꽃이 밤비에 하얗게 하얗게 퇴색했네요. 이제 정오의 뜨거운 태양을 만나면 저 꽃잎들은 하나, 둘 마르기 시작하고 또 누가 알아볼 사이도 없이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요?

하얗게 퇴색한 저 꽃들이 녀자의 인생을 살고있는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럼에도 눈물이 나오지 않네요……

반듯하던 녀자의 이마에 어느새 세월의 흔적들이 하나, 둘 이랑을 일구고 희고 붉던 뺨에 검은 반점들이 자리를 잡아가는것과 똑같은 리치인것 같습니다. 꽃으로 피였다가도 어느새 진토로 돌아가는 인생인걸요.

운명의 눈물점을 빼여버린것을 후회했습니다. 알고보니 녀자에게 눈물이 없는 인생 또한 삭막하군요. 결코 부끄러운것도 아닌데 왜 눈물을 부끄럽게 여겼을가요? 미용원에 가서 다시 눈물점을 만들어 넣을가요?

그리고 눈물점을 만들어 넣으면 눈물이 흘려질가요?

사실은 나도 안답니다. 결코 눈물점때문에 눈물이 많은것도 아니고 눈물점을 빼서 눈물이 없어진것도 아니라는걸요.

내 가슴이 삭막해지고, 내 마음의 파란 빛갈들이 점점 멀어져가던 그 시절 눈물은 천천히,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내 눈물샘에서 말라버린거였습니다. 웃세대들처럼 찌들리는 인생을 살아온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눈물은 그냥 수도물이 가듯이 가버린겁니다.

눈이 맑고 또랑또랑한 아이를 보면 내 눈은 얼마나 흐려있을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뻐스역에서 껴안고 저들만의 세계를 즐기고있는 청춘들을 보면 나는 얼마나 초라한 모습을 하고있을가를 생각합니다.

내 모습이 비온 뒤 퇴색한 저 복사꽃 같을가 은근히 걱정하고있는거죠, 인생은 그 길로 가게 되여있는데도 그게 싫어서 말입니다.

구가 메신저에서 반딱반딱 오렌지색을 띠며 조급히 나를 부릅니다.

그리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눈물이 그리워서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봤습니다. 하늘은 한없이 맑고 푸르네요, 그리고 저 멀리 정원에 이제 늦동이 복사꽃이 지지 않으려는듯 안간힘을 쓰는게 보입니다. 조금은 안스럽지만 그것이 순리인걸 압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의 봄을 열고싶네요.

마음에는 계절의 륜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은 봄에만 살고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울에만 살게요. 적도에서 사는 사람이 여름만을 가지고있듯이.

인생에도 계절의 륜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붉은 뺨에 맑은 눈동자에 투명한 웃음과 아름다운 눈물로 살게요. 적도에서 사는 사람이 검은 피부일수밖에 없듯이.

그런 바람에도 마음에도 삶에도 륜전이 있어 끝없이 흐르네요.

다만 그 륜전이 륜회로 이어지기를 바랄뿐입니다.

붉은 뺨과 맑은 눈동자와 투명한 웃음과 아름다운 눈물이 영원할수 없지만 계절의 륜회를 기다리듯이 내 마음에도 봄의 륜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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