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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 생활현장으로

  • 2011-07-15 07:51:58

학창작의 기본원천은 바로 항상 살아숨쉬는 생활현장이다. 연변시인협회는 2006년 3월에 설립된 이래 “기층에 접근하고 대중에 접근하고 생활에 접근한다”는 이 기본방침을 시종 명기하고서 해마다 10여명의 시인을 조직하여 2차 이상 생활현장에 찾아가 현지창작을 견지하였다. 이들은 농촌의 밭머리에서, 도시의 사회구역에서, 건축공사장에서, 변방초소에서 싱싱한 생활소재를 바탕으로 꿀벌이 꿀원을 찾듯이 시의 령감을 찾아서 수많은 훌륭한 시편을 엮었다.

지난 6월 중순 시인협회 회원들은 훈춘시 경신진의 변강농촌에 심입하여 창작활동을 펼치였는바 현지에서 수십편의 시를 창작하였다. 오늘 본지는 이들이 현지에서 창작한 시 몇편을 추려서 싣는다.

——편집자

산 딸 기

□ 리상각


울울창창한 잣나무밭에서
부지런히 따먹었다 빨간 산딸기
새콤달콤한 산뚯한 그 맛 그 빛갈
백발이 되여도 잊을수 없다
파아란 숲속에 피여난 붉은 꽃도
물러서서 바라보니 산딸기
고속도 길가에도 공원 꽃밭에도
온통 산딸기 단물이 흐르는가
아니 그때 나는 심산에 들어가
이슬 젖은 작은 별 주어먹었다
머리를 들어보니 하늘에도 산딸기 총총
좀 좋으냐 입에 군침이 슬슬 돈다.

호수 한복판 정자에서

□ 김응준


산장의 호수 한복판에
정자 하나 곧게 서있고
드리워진 송백숲 그늘 한복판에
허리 굽은 내가 섰다
저기 푸르른 물결엔
흰구름 한가로이 흘러가고
이내 발밑 깊은 물속엔
백발 삼천장 기발이 휘날린다
고기들에 찹쌀밥 둬줌 뿌려주며
굽지 않은 굴원의 혼 읊조려보고
란간에 기대여 앙가슴 활짝 열고
리백의 명월 건지려 기다린다.

향기로운 바람


□ 김동진


실바람 한오리
향긋한 내음으로 다가온다면
당신의 마음밭을 스쳐온
사랑의 선물인줄 알겠습니다
들녘의 이름 모를 풀꽃앞에서
고귀한 머리를 숙일줄 알고
뒤뜨락 풀벌레의 울음까지도
귀담아들을줄 아는 당신이기에
그 마음자락 스쳐오는 바람이
사랑으로 젖은줄 알겠습니다
시린 손에 화덕이 되고
마른 목에 샘물이 되여
기인 밤 잠 못 이루는
당신은 향기로운 바람
온갖 바람이 설치는 거리에서
나는 오늘도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옷깃을 스치여온
당신의 향기를 기다립니다.

투망질


□ 김철학


흘러가는 세파에
사람마다 던진 그물
투망질 실적따라
엇갈리는 희(喜)와 비(悲)
욕심껏
투망질 했건만
맨 나중은 빈 그물.

호수


□ 김영능


하늘아
큰소리 천둥
우줄렁 번개
크고 넓다
코대 세우지 마라
네 한자락
내 한품에 품었는데
내 한 구석
네 한가슴에
담을 아량 없구나.

남새밭


□ 김응룡


농가앞 알뜰히 가꾼 남새밭
가지 고추 줄당콩 오이
풍요로운 생활이 주렁주렁 열렸네
푸른 잎 사이로 빠끔 얼굴 내민
도마도 땅딸기 내 마음 동년에 돌려놓아
사슴의 긴 목 되네
청포도 익는 계절이 오면
그 향기로운 그늘밑에
주인 내외 불러놓고
굶주림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내 엄마 아버지 잊지를 못해
눈물에 젖어 주절주절 이야기하리라.

향초


□ 최기자


마냥 키를 낮추고
타발없이 살아가는 그를
언제나
내 멋에
내 욕심에
내식으로 건드리지만
그는 휘청이며 다가온다
싱그러운 체취로 진한 향기로
건드림이 정말 조심스러워도
건드림에 조금 당혹스러워도
그렇게 건드려서 가슴이 열린다면
이렇게 가슴이 열려서 편안하다면
누군가를 건드려보아도 될것 같다
건드림을 당해도 될듯싶다.

고향


□ 김문세


낯익게 보자 해도 낯설기만 하다
눈설게 내려앉은 산길과 홀로 선
나무의 입술없는 슬픔이 가볍게 품에 안겨들고
듣지 않던 말소리들이 창문에 매달려
주렁주렁 서툴게 나를 본다
길 잃은 시간과 말없는 담배불이
나름대로 주절대고
내앞에 앉은 사람은 옛날의 그 사람이 아니다
지나가는 그림자와 함께 앉아 한담하는 사이
할머니의 등굽던 옛이야기가
넉두리 같은 소리를 홀로 흘리고 말없이
나를 밀치고 멀리로 사라진다.

훈춘


□ 김학송


해당화
갈매기
지평선……


바다
노 젓는 소리……

민들레 닭알


□ 심예란


시골 할매 민들레 캐네
민들레 캐여 닭에게 먹이네
꼬꼬댁 꼬꼬댁
닭둥지에 민들레꽃 낳네
쟁반우에 민들레꽃 터뜨리네
둥근 달님이 뜨네 쟁반우에 뜨네
달빛은 너무 뜨거워 울타리에 걸리네
바둥이다가 닭둥지에 떨어지네
밤하늘이 떨어지네 둥지에 떨어지네
우주 떨어지네 들판에 떨어지네
밤새 봄들에는 크고 작은 별들이 싹 트네
할매는 바구니 들고 별을 캐네
위성들은 할매 바구니속에서 끊임없이 공전하네
할매 별 바구니 안고 하늘을 맴도네
닭둥지 우주를 맴도네.

시내물


□ 석문주


시내물가에서
시내물이 보이지 않는다
도란도란 속삭임이 들리는데
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힘차게 줄기차게 뛰는데
발이 어디에 붙었는지 알수 없다
눈이 어디에 있길래
바다로 가는 길 알고있을가
귀가 어디에 붙었길래
말하는 법을 배웠을가
분명 이목구비랑 있을텐데
모두 몸속에
깊이 숨긴 까닭은 무얼가
기실 너는 그 몸마저도
아예 다 감추어버렸다
온 잔등이 넘치게 짊어진 고향
바다로 달리는 고향의 모습만 보인다.

호수의 노래


□ 리도영


쿵쟈쨔 쿵자쨔 음악이
고요한 호수에 울려퍼집니다
흥겨운 선률 따라
시인들 가슴마다에
서정의 물결이 출렁거립니다
물을 차고 오른 갈매기도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시 같은 노래를 부르며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차츰 빨라지는 네박자속에서
아름다운 호수의 노래를 엮는
시인네들의 함박꽃꿈이
둥글게 잉태되였습니다
모두들 배가 부릅니다.

함박꽃


□ 조민호

산장에 함박꽃이 활짝 피였다
산장을 찾는 사람도 함박꽃이다
꽃잎을 보니
꽃잎우에서
하늘소가 꽃잎을 갉아먹고있다
꽃잎을 먹고 앞발로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 얼굴 단장하는 녀인 같다
해살이 뜨거운 대낮
함박꽃우에
살포시 이부자리 깔리고
하늘소 한쌍
나에게 눈웃음친후
짝짓기를 한다
산장에 함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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