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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 2011-08-12 09:26:57

화장대서랍장에는 별로 소중히 간직하지 않은 여러개의 목걸이들이 일년에 한번도

걸어볼가말가 한채로 자리만 잔뜩 차지하고 있다. 때로는 저따위걸 금점에

팔아버릴가 하는 충동이 일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진주에서부터 24케이, 18케이 ,

14케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 목걸이들은 금방 갖출때뿐이지 이제 더이상 나한테

그어떤 쾌감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냥 있으나마나 내인생에 별 도움이 안되는것

같다. 어쩌면 어릴때 오매불망 갖고 싶었던 50전짜리 비닐구슬 목걸이보다 나를

유혹하지 못한다.

철부지 소녀시적에 나는 목걸이에 무던히도 집착하였다. 향항드라마에서 처음보는

이쁜 녀배우들의 목걸이나 귀걸이는 짜장 시골소녀를 반하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었다.

시내구경 한번 못하고 후미진 촌구석에서 어머니의 통너른 몸뻬자락만 보고자란

나에게 있어서 향항드라마는 말그대로 바깥세계를 내다보는 창문이였고 멋과 지식을

가르치는 계몽선생이였다.

나는 때로는 할아버지의 목공소도구들이 가득 들어있는 신발장을 뒤지여 누런

구리쇠줄을 찾아내기도 하고 알락달락한 고무을 씌운 전기줄을 주어서는 성냥으로

달구어서 껍질을 벋겨내여 얻은 구리속살을 잘게잘게 끊어서 동그랗게 매듭지어

하나하나 잇어 팔목걸이,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다.

가을이 오면 산과 들에 널려있는 가시열매 또한 목걸이 감으로 제격이기도 했다.

빨간 열매를 실에 줄줄이 꿰여 길게 드리워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며칠 지나면

시들해지는 결점이 있었으나 시골 아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였다.

그러다가 동네 복자라는 져자애가 선참으로 비닐구슬 목걸이를 걸고 밖에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이쁜 목걸이를 난생 처음 보는 계집애들은 너도나도 부러워 입에

침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였다. 하얀색과 파란색 알들로 조화를 이룬 목걸이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보였다.나는 자나깨나 그 목걸이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게다가 온동네 애들이

하나둘씩 그 목걸이를 걸기 시작했기에 나의 부러움은 극치를 달렸다. 친구들과 물어보니 남새장 보러갔던 엄마가50전에 사왔단다.

그시기 금방 호도거리를 시작했던때라 동네 엄마들은 채전에 남새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팔아 분분히 시장경제의 혜택을 받기 시작했던터였다. 아침이면 온동네

남정들이 소수레에 배추며 삶은 풋옥수수 따위를 잔뜩 싣고 큰길어귀에 내다 놓으면

아낙네들이 뻐스에 싣고 연길 서시장으로 떠난다. 저녁때쯤이면 줄레줄레 천가방에

채가 긴 장대저울만 가볍고 넣어가지고 애들의 간식거리를 두루두루 챙긴 아주머니들이 뻐스에서 우루루 내리면 적으만치 한개반은 됨직한 동네 크고작은 애들이 마중을 나와서는 저마다 엄마들의 천가방을 받아쥐고서는 먼저 이리저리 뒤지기 일쑤였다.

나는 벌써 며칠째 이렇게 가방뒤지기를 반복했지만 번번히 실망했다.

며칠전에 엄마께 제발 애들이 걸고 다니는 저런 비닐구슬 목걸이를 하나 사달라고

부탁했건만 엄마는 빈대답뿐이고 항상 천가방엔 호떡하나 댕그랗게 있지 않으면

그것마저도 없이 이리저리 엉킨 비닐주머니들만 가득 차있을뿐이였다.

금세 눈물이 떨어질것만 같은 나를 제쳐놓고 엄마는 씨엉씨엉 내손도 잡지않은채 앞서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런 엄마가 너무너무 야속한 나는 구새목에 쪼그리고 앉은채

저넉밥먹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남들은 다 걸었는데 . 땅거미가 진지

이슥해져서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나면 난 누구의 부름도 없는 집안으로 어정어정

기여들어가 맛없는 저녁을 먹고는 또다시 목걸이 꿈속에 깊이깊이 빠지곤 했다.

퍽 시간이 지난후에야 드디여 그 목걸이를 걸게 됐었다. 세상을 얻은것같은

행복감은 오랜시간 지속됐던것 같다. 어찌나 걸었다 뺐다 했는지 수십번은 끈이

끊겨서 널려진 구슬알을 주어서는 다시 꿰고 하다보니 많은 이가 빠져버린 목걸이가

나중에는 볼품없는 모양새로 변해버려 종당에는 귀걸이로 손목걸이로 탈바꿈을

했었다. 그렇게 그 비닐구슬 목걸이는 나의 가난한 동년을 이쁘게 수놓아준

일등장식품이였다.

사회인이 되고 가정을 이루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옛

취미가 다시 되살아난듯 싶었다. 그래서 어지간히 명색을 잡아서는 남편에게서

선물받거나 자기절로 갖추기도 하는데 한때는 친구들끼리 경쟁이 일기도 했었다.

누가 시집갈 때 더 굵은 황금목걸이를 선물받나……그람수가 높은 쪽으로 선물받은

애들은 시댁에서 환영을 받는다는 쪽으로 혹은 시집을 잘갔다는 증거로도 통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바오래기같은 황금목걸이를 떡하니 받쳐걸어봐야 전혀 이쁘지가 않다.

오히려 촌스럽게 보이고 자랑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굵고 값비싼 목걸이를 걸었어도 눅게 보이고 어색하기만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간단하고 산뜻하면서도 저렴한 악세사리 하나 걸었지만 깨끗한 의상과 새하얀 목과 우아한 거동이 배합되여 더욱 세련되고 시대감각이 있어보이는 녀자들도 있다.

정기 흐르는 두눈과 아름답고 부드러운 말씨나 설치지 않는 무게있는 몸가짐을 가진

사람은 금강석이나 황금목걸이를 건 사람보다 더 빛나는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하다면 몸밖의 물건으로만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받쳐줄 영원한 지식이나 아름다운 외모나 삶의 지혜를 대체할수없는것임에 틀림없다. 중요한것은 외적인 멋과 내적인 공을 함께 갖출 때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의 경지에 도달하는것이 아닐가 생각한다.그야말로 금상천화다.

값비싼 황금을 제쳐두고 싸구려 악세사리들로 꾸며도 여전히 이쁠수 있는건 멋이란

결코 금전적인 가치에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만족과 풍요로움은

자신감을 낳고 자신감은 녀자들을 더욱 이쁘게 한다. 오늘도 나는 별로 값도 안가는

예쁜 악세사리를 걸고 거울앞에 서서 요리조리 비춰보면서 구리목걸이나 50전짜리

비닐구슬 목걸이를 걸고서도 행복해했던 소녀시적의 내얼굴로 돌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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