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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가마목

□ 오경희

  • 2012-03-09 09:12:14

지금은 보이라덕분에 가마목 웃목 따로 없이 방바닥 모두가 따뜻하다. 그래도 늘 가마목이 그리운것은 무엇때문일가?

아버지가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시면 어머니가 가마목에서 큰 무쇠솥을 싹싹 닦으며 밥을 지으셨던 초가삼간, 지금도 내 눈앞에 삼삼히 떠오른다. 아궁이앞에서 식구들의 젖은 솜신을 요리조리 둘러가며 말리우시던 아버지, 가마목에서 누룽지줴기를 거네주시던 어머니, 지금은 어디로 가시고 추억은 때때로 나를 울리는지…… 어머니가 물독에서 물을 퍼서 큰 솥에 부을라치면 아버지는 불을 때시다가도 올라오셔서 뽐프를 자아 물독을 채워놓으셨다.

비록 그 시절에는 가스불, 전기밥솥, 수도물, 싱크대, 전자레인지, 랭장고도 없었지만 아버지의 불빛어린 무릎과 어머니의 물빛어린 손만 있으면 가마목엔 밥과 반찬, 국이 옹기종기 놓여져있엇다.

운 겨울, 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 하며 문을 열면 어머니가 퇴근하지 않아 서운하다가도 가마목에 놓인 포대기를 젖히고 밥통뚜껑을 열면 김이 모락모락 나서 금새 언 손, 언몸, 언 마음이 훈훈해났다. 왕궁도 부럽지 않고 돈도 그다지 우세를 못 부렸던 초가삼간의 가마목을 생각하니 아버지,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에 목이 멘다.

그 추운 세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으로 따뜻하던 가마목은 정녕 폭풍우속에 있는 등대처럼 우리 자식들의 삶의 희망이였다. 한겨울 밖에서 놀다가도 빨간 손 호호 불며 집으로 들어와 가마목에 펴놓은 포대기에 손을 쏙 넣어 녹이던 따스함이란 세상의 사랑을 독차지한 기분이였다. 북풍이 불어 칼바람 세차도 가마목은 따뜻했다.

아무리 궁색한 살림살이래도 아궁이에 불빛이 환하게 빛나면 온 집 식구가 가마목에 펴놓은 포대기에 발을 디밀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름없이 환하게 웃었던 세월이 있었음을 지금 젊은이들은 알가? 지금 병원에서 태여나 아빠트에서 자라는 신세대들은 가마목을 알기나 할가. 나는 글로라도 가마목 온정을 그들에게 알리고싶다.

레비가 보급되지 않았던 내 어린시절, 태양(내가 살던 곳) 의 겨울밤은 길기도 하였다. 일찍 저녁상을 거두고 어머니와 우리 자식 넷은 가마목에 모록이 앉았다. 어머니는 바느질 하시고 우리는 숙제를 하였다.우리는 각기 자기 숙제를 하면서 배워주고 물어보면서 과문도 읽어주면서 받아쓰기도 하였다. 두 오빠 언니는 막내인 나를 더운쪽에 앉히고 포대기라도 꽁꽁 덮어주며 극성을 부렸다.

제가 끝나면 우리는 가마목에 펴놓은 포대기에 발을 디밀고 발가락을 서로 걸래기하며 손가락으로는 닭싸움 놀음을 놀았는데 지면 꼬꼬댁꼬꼬대하면서 재미있게 논다.어머니도 바느질하시면서 가끔은 막내인 나에게 얼굴을 돌려 량손가락을 어머니의 눈을 누르시고 어베~어베 한다. 그러면 난 무서워 큰 오빠뒤에 숨는다. 그러면 어머니는 인젠 범이 갔다면서 나를 나오라곤 웃으신다. 우리는 또 가위 바위보로 진 사람이 움에 가서 무우를 내오기를 하였는데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무우를 쪼개주면 이긴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먼저 갖다드렸다. 웃방에서 교수안을 짜시던 아버지는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나오시며 바닥에 내려가서 장판널을 연다. 가마목이 뜨끈뜨끈해지면 우리는 벌렁벌렁 드러눕는다. 그러면 어머니는 바느질을 놓으시고 우리 옷을 벗겨 이를 잡고 서캐도 등잔불에 그을렸는데 그 따닥 따딱 하는 소리는 아궁이에서 타는 콩깍지 소리보다 못하지 않았다. 아궁이에 묻은 감자가 다 익으면 우리는 가마목에 오손도손 모여앉아 저녁을 굶은양 그렇게도 달게 먹는다. 구운 감자 호호 불며 서로 바라보며 웃던 가마목, 그 가마목에선 움츠렸던 마음도 넉넉해지고 흔들렸던 마음도 균형이 잡히고 서로 권하고 양보하는 사랑의 마음도 키울수 있었다.

추운 겨울날, 집에 손님이 오면 가마목부터 내여드리는 부모님, 밤이면 우리 넷을 가마목에 조롱조롱 눕히고 당신들은 웃목에 누우셔 문바람을 막아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알았다.

지금은 가마목 요밑에서 꺼낸 속옷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부뚜막밑에 쭉 말리워져있는 형제들의 신발을 볼수도 없다. 집에 손님이 와도 그냥 모시면 되니 따뜻한 자리를 내여드리는 기본 례의도 발휘할수 없다. 지금은 물질생활이 향상되여 그냥 다 풍족하고 좋으니 덤덤해지고 감격이 적어지는건 아닌지…… 가마목에 모여 가족이 하루 계획을 세우고 서로 고무격려해주던 따뜻함이 점점 사라지는것 같아 서운하고 식구끼리라도 애정과 열정이 추워지는것 같다. 절주빠른 시대에 발맞추느라 각자가 다 자기 방에서 자기 일에 몰두하다보면 또 텔레비죤과 컴퓨터 중심시대여서 그러한 문화에 골똘하다보면 자연히 식구끼리 대화가 줄어들고 감정교류가 적어진다. 우리는 지금 잘살고있는것 같지만 마음은 많이 떨어져있는건 아닌지? 너나 없이 더 잘살자고 돈 벌러 뿔뿔이 흩어져나가다나니 물질은 가득해도 함께 먹을 사람, 함께 웃을 사람, 함께 대화할 사람이 그립다.

가마목이 있을 땐 추워서라도 가마목에 모였는데……

인젠 경제발달로 가마목이 없어졌다. 더는 아버지가 불을 지펴 방을 덮이지 않는다. 지금은 현대 아빠트의 "가마목" 주방에는 싱크대,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랭장고 등 필요이상의 물질이 갖춰져 더는 주부들이 아궁이에서 올라오는 연기도 먹지 않게 되였고 혼자서라도 손쉽게 때를 끓일수 있게 되였다.

마목은 사라져도 이전의 아버지, 어머니의 가마목 사랑, 정성, 나눔,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불러 못 올가?

, 꿈결에도 눕고싶은 가마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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