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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그냥 술일뿐이다

□ 최화길

  • 2012-08-03 08:51:01

을 마시는 사람으로서 한두번의 실수가 없다면 그는 아마 진정한 의미에서의 술군은 아닐것이다. 그만큼 술이란 마신 사람의 성격적인 약점이나 우점을 극대화하는 요술이 아닌가싶다. 헌데 문제는 때때로 있게 되는 실수의 근원을 왕왕 술에다 미는 경우가 꼴불견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어찌 보면 술은 애매한 죄명을 들쓰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근거가 없는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런 말이나 그런 행위가 근본 불가능하다는것이 그 리유인데 들어보면 그럴듯한데가 있지만 확실한 리유로서는 성립이 어렵지 않을가 한다.

기분이 좋아도 찾는 술이요, 슬프거나 기분이 나빠도 찾는것이 술인데 왜 술에다 루명을 씌워야 하는지? 술은 그냥 술로서의 근본을 지켰을뿐인데 왜 주관의 불찰을 모두 술에다 들씌워야 하는지에 대하여 통 리해를 앞세울수 없다. 술로 인한 일부 불찰이나 실수는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경향이지 그것에 대한 일반화는 사실 그런 리유를 찾는 당사자의 잔꾀나 목적이 아닐가?

까마득한 기억이지만 내가 살던 시골에는 그 골안에서 거의 왕에 가까운 깡패가 있었다. 물론 나같이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에 한해선 별로 위세를 보인적도 없거니와 서로 껄끄러운 일조차 있을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내가 친구들과 술이 잘되였는데 면바로 그 깡패두목과 정면 접선이 있게 될줄이야. 그날 나는 술기운의 덕으로 그 깡패앞에서 네가 뭐 그리 대단한 눔이 돼서 우리를 숨도 바로 못 쉬게 하는가 등등 깡패로서는 참기 어려운 말을 서슴없이 퍼부었다는것이다. 친구들은 나의 그런 담대한 말에 손에 땀을 쥐였다는것이다. 헌데 이상한것은 그 깡패가 나의 취기를 간파했는지 아예 깡패답지 않게 그 자리를 피하더라는것이다. 이튿날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나절로도 놀라왔다. 어디서 그런 담이 생겨났는지 나로서도 알수 없었다. 오직 평소와 달랐다면 그날 술을 마신것뿐, 그리고 술이 거나하게 됐다는 기억뿐이다. 하지만 부정할수 없는것은 그 깡패가 내 마음속으로 얼마나 고깝게 생각되였겠는가이다. 그날 그 깡패가 손을 댔다면 내가 된매를 맞았을수는 있었어도 깡패에 대한 내 마음만은 틀림이 없다는것이다. 나는 술의 호기를 빌어 그냥 속에 있던 말을 했을뿐이니 술에다 밀어붙일 일은 과히 아니다. 바로 내 속마음 깊이 숨어있던 잠재의식의 발로라 함이 더 적절하다.

그만큼 술은 오직 사람을 솔직하게 내세울뿐이다. 당신 자신도 그때까지는 몰랐던 자신의 어느 한 일면을 사람들앞에 로출시킬뿐이다. 실은 그것이 바로 적라라한 당신 자신인데도 사람들은 그냥 술에다 밀어붙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나에게는 각양각색이라고 일컬을만한 술친구가 있다. 때때로 술이 과할 때면 가히 굉장하다는 말로 일컬을수 있을만큼 주정도 각각이다. 술만 거나해지면 꼭 걸고들어 싸움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술이 잘됐다는 표현으로 눈물을 쏟아야 직성을 푸는 친구도 있으며 일단 술만 마시면 쓰러질 때까지 함께 있어줘야 만족을 느끼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한번이 아닌 두번 세번 접촉하는 가운데서 오히려 그들의 진솔한 마음을 읽게 됨을 부정할수 없다. 물론 그들의 주정을 변호하자는 뜻이 아니고 그들의 술버릇을 자랑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속심(이런 속마음은 아무에게나 말하는것이 아니다.)을 새겨듣노라면 그들만이 가지고있는 세상풍파가 보여지고 그들 자신만이 가지고있는 응어리가 있다는 현실만은 부정할수 없다는것이다.

마음처럼 되는 일보다 마음처럼 안되는 일이 더 많은 세상이고 보면 우리 서로에게는 서로가 색다른 고통이나 고뇌가 있음을 부정할수 없다. 푸는 방식이 각각일뿐 푸는 방식 자체를 두고 콩이야 팥이야 할 일이 아니라는 일견이다. 당하고보면 다 그럴만한 리유가 서게 되는것이다.

“강물은 말라도 술이 마르랴” 하는 세월이다. 더는 푼전이 없어 술을 못 마시던 세월이 아니고보면 없지 못해 생활에서 오는 모든 스트레스를 술에 기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취할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술에 기대면 기댈수록 망가지는 당사자는 자신임을 말하지 않을수 없다. 일시적인 감정으로는 등호가 되지만 한생으로 말한다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믿음이나 허무일것이다.

술은 그냥 술이라 이르고싶다. 어떤 루명도 술에는 당치 않은것이며 어떤 궤변도 술에다는 밀것이 못된다. 술이란 오직 자신을 불태우는 존재 자신일뿐 그 이상이나 이하가 아니라는 말이다. 술이 아주 객관적인 존재로서의 술임을 승인받을 때 우리는 자연 술과 술을 마신 임자의 책임이 구분되는것이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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