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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기

□ 남영선

  • 2012-08-03 08:53:30

한여름의 해는 길기도 하다. 저녁을 먹고나서도 해가 아직 채 넘어가지 않고 서산마루에 걸려 붉은 락조를 마저 비추고있어 한낮의 열기로 뜨거웠던 대지는 그대로 달아올라있었다. 저녁을 먹고나니 집안이 무더워서 좀처럼 견딜수가 없었다. 하긴 지금은 모두 아빠트라는 콩크리트속에 갇혀 살다보니 문도 모두 꽁꽁 봉해놓았고 기껏 창문을 열었다 해도 문마다 모두 모기장을 댔기에 바람이라고는 겨우 느낄수 있으나마나 하게 들어와 말그대로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전에 농촌에서 살 때도 모기장은 드리웠지만 바람은 잘 통해 집안에 누워있어도 지금처럼 그렇게 숨막힐 정도로 무덥지는 않았다. 또 앞뒤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잘 통하여 느낌도 기분도 참 좋았었다.

나는 혹 바깥을 거닐면 어떨가 하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지만 거리도 온통 콩크리트세계라 오히려 집안보다도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하루동안 해볕에 달았던 길바닥이며 콩크리트벽체며가 모두 달아오른 쇠덩이마냥 열기를 확확 내뿜어 얼마를 걷지 않았는데 벌써 등골에 땀이 배기 시작하였다. 별수없이 나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강변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변은 그래도 강바람이 있어 시원하였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시원한 느낌을 주어 등골에 배였던 땀이 대뜸 가셔지는것 같았다.

렇게 강변에서 집안이나 거리보다는 시원한 느낌을 받으면서 다양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또 디스코춤을 추고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있노라니 어느 사이 해도 서켠에서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깃을 펴기 시작하였다. 어둠이 내리면서부터 좀전보다는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 많이 시원하였지만 이번에는 더 귀찮은 일이 생기였다. 바로 그 사람을 귀찮게 하는 모기가 앵앵 소리를 내면서 극성스럽게 달려드는것이였다. 그런대로 모기를 쫓느라 이리저리 손을 휘휘 저었지만 어느 사이 팔꿈치가 쨍 해나기에 반사적으로 팔꿈치쪽에 손을 날렸더니 큼직한 모기 한마리가 빨간 피자국을 남기면서 나떨어지는것이였다. 참으로 통쾌한 일격이 아닐수 없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뒤에 일어난 일이 더 충격적이였다. 금방 모기한테 물렸던 자리가 단번에 뜬뜬해나면서 콩알만큼 부어올랐으며 가려워나기 시작하였다. 나는 전에 하던 방법대로 약지에 침을 묻혀 발라주었는데 조금 차도는 있었지만 효험은 보지 못하였다. 모기가 갈수록 더 극성을 부리기에 나는 뱀에게 물린 놈 새끼오래기만 보아도 떠는 격으로 황황히 집으로 삼십륙계 줄행랑을 놓고야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전에 농촌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리에 파노라마로 떠올랐다. 전에 시골에서 살 때는 무더운 여름밤이면 밖에 땅가마라는걸 걸고 저녁을 지은 다음 아예 밖에다 마대나 비닐을 펴고는 식구들이 단란히 모여앉아서 밥을 먹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동네 어른들이 마당에 모여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조무래기들은 숨박곡질을 노느라 올리뛰고 내리뛰면서 여념이 없었다. 이때 어른들은 극성스러운 모기떼를 쫓으려고 마당 한가운데다 모기불을 피우는데 주요하게는 모기쑥으로 피운다. 모기쑥이 타오르면서 매캐한 연기가 타래쳐올라 주위가 자오록한 연기속에 잠겨있어도 모두가 모기불에 둘러앉아 시간가는줄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워갔다. 모기불을 피웠지만 그래도 그중에는 억센 모기가 있었는지 앵앵 거리며 달려들 때가 많았으며 또 띠끔띠끔해나서 손을 날리면 역시 빨간 피자국을 남기면서 나떨어지군 하였다. 그렇게 옷이 축축해남을 느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자정이 가까와와서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헤여지군 하였다. 여러곳에 그렇게 모기에게 물려도 띠끔해나고 조금 가려워만 났을뿐 부어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으로 돌아와 옷을 벗으면서 모기장을 댄 창문을 얼결에 바라보니 모기 몇마리가 들어붙어 집안을 빠끔히 훔쳐보면서 들어올 틈을 찾고있었다. 그런 모기를 보노라니 문득 허구픈 웃음이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내가 살고있는 아빠트는 7층인데 그 높은 7층까지 날아올라 모기장에 붙어 집안을 호시탐탐 노리는 모기가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아빠트생활이 전의 단층집생활보다 편하다고 할수 있지만 흙냄새라고는 조금도 없는 콩트리트속에 외부와는 관계없이 혼자만 갇혀있어야 한다는것이 그 순간처럼 쓸쓸한적이 없었다. 또 전에는 상상도 못하게 이악스러워진 모기떼들을 보노라니 자신이 너무도 취약해보이기까지 하였다. 사람도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하는 높은 아빠트까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날아올라 호시탐탐 노리는 모기떼들과 비하면 적자생존의 년대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무언가를 깨쳐야 하지 않을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록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미물인 모기이지만 생존을 위하여서는 강해지는 그것이 가슴을 세차게 쳐오는건 어쩔수 없었다.

나는 모기장에 붙어있는 모기떼들을 다시한번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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