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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별의 의미

□ 임춘영

  • 2012-08-10 09:05:16

마전,친한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년 가을 내내 맹령과수원으로 사과따러 다니던 한없이 쾌활하고 건강해보이던 그가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하마트면 쓰러질번했다.

리 집 랭장고에는 아직도 그가 준 사과로 만든 쨈이 그대로 봉해져있는데 친구는 그렇게 45살 나이로 영영 우리곁을 떠나버렸다. 6개월을 살수 있다던 의사의 바람도 뒤로 한채 친구는 투병생활도 얼마 못해보고 40일만에 이 세상과 급작스레 리별해버린것이다.

어떻게 자기 몸이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방치할수 있단 말인가? 병에 따른 고통도 엄청 심했을텐데 조금도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친구가 참으로 바보스럽고 원망스러웠다. 소식을 알고나서부터 끔찍한 통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너무 힘들어 우리는 병문안도 함부로 가지 못했다. 우리의 그 어떤 말도 그에겐 아무런 위안이 될수 없었고 이미 정해진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게 모두에게 너무나 잔인한 고통이였다.

마지막날을 며칠 앞두고 병문안을 갔을 때 친구는 진통제를 맞고 모처럼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아마 죽을 때 가져가려고 그렇게 이악스레 사과 따러 다녔나봐.” 일당 80원을 받으면서 과수원에 일하러 다니던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피기 없이 깡말라버린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리였지만 우리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어릴 때 이야기, 친구들의 이야기, 심지어 내가 잊고있던 작은 오해도 그는 다 기억해냈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그가 문득 이런 말을 하는것이다.

“리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아닌것 같아. 내가 죽어도 너희들은 날 기억할것 아냐, 어쩌면 지금보다 더 좋은 친구로 말이다……”

구는 그동안 우리 누구보다도 리별에 대해 깊게 생각했던 모양이다.자신이 남기고 가는 모든것과의 관계를 낱낱이 더듬어보면서 인생 전체가 수많은 만남과 리별로 이루어진다는것, 그리고 리별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고 이 세상 리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걸 깨달았던것 같았다. 45살 나이에 그는 삶의 치렬함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인생을 알아갔고 철학을 깨우쳐갔던것이다. 그리고는 삶에 대한 애착도 미련도 조용히 내려놓고 그렇게 담담하게 떠나갔다.

구가 떠난 뒤에 우리는 그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절감했다. 그가 세상에 남긴 인생의 흔적이 리별뒤에 그렇게 크고 환하게 되살아날수 있다는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여겨졌다. 대상의 부재를 통해 깨우치는 존재의 의미, 친구가 말한 리별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였을가?!

순간, 함께 할 때는 모르던 소중함, 눈부심, 반짝임 같은것이 벅차오르면서 우주 전체가 부재의 공간처럼 느껴져 한없이 안타깝고 허전해났다.

사람들은 리별을 두려워한다. 리별이 세상 모든 일의 끝이라고 여기기때문이다. 하지만 인생려정에 수많은 만남이 이루어지는것처럼 리별 또한 삶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태여나고 자라고 늙는것처럼 죽음도 그렇게 스쳐지나는 삶의 일부인거다. 인생은 만남과 리별의 련속이고 그것을 통해 인간은 성숙한다. 리별이 없다면 우정도 사랑도 의미가 없다. 리별을 겪은후에야 비로소 지나간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삶을 새롭게 직조하고 성찰할수 있게 된다.

그러고보니 우리 곁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 그들 모두가 우리 삶의 스승인것이다.좋은 사람은 가르침으로, 나쁜 사람은 교훈으로 그렇게 그 모두가 가치있는 깨달음으로 되새겨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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