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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강의 노래

□ 김학송

  • 2012-08-17 09:35:00

사연 많은 해달 싣고 구비구비
파도 높은 세월 싣고 천리 만리
평강벌에 계절이 60번 스쳐가고
모아산에 진달래 60번 피고 지고
그 사이 강산은 여섯번 바뀌고
아이들은 자라서 이순이 되고

물결은 흐르다가
노래로 돌아눕고
버드나무는 웃음짓다
구름속에 몸을 숨기고
이 강변 이 언덕에서 태여나
추운 논벌에
태양을 심던 사람들

돌아보면 그 시절
얼마나 순박한 꿈이
산천을 적시며 흘러갔던가!
그네줄에 청운 띄워
아리랑 열두고개
춤추며 넘어가는 사람들의 진두에
주덕해, 김시룡, 류창은,최죽송, 로기순……
토장국 냄새 풍기는
노을 같은 이름도 있었더니라

잠뱅이 무명치마 베적삼이
이 물가에 흰 그림자 드리웠고
농악소리에 박자 맞춰
이 물속의 물방개와 새우들도
갑삭갑삭 곱새춤을 추었고
강마을 하얀 부락에선
꿈 익는 손풍금소리가
그네줄에 앉아
푸른 하늘 날았고
강줄기
목 꺾는 구비마다
혼이 우는
퉁소소리 정다왔고

뿌리 깊은 너의 이야기를
자장가로 들으며
하얀 초가
농가의 꿈은
깊어만 갔더니라……

순이의 치마폭 적시며
철이의 가슴을 흔들며
천고의 벌판
만고의 숲을 지나
하나의 민족을 등에 업고
해란강이여
눈부신 갈망으로
울먹이는 강이여

너는 우리의 마음이요 노래다
너는 우리의 숨결이요 맥박이다
너는 우리의 두루마기요 행주치마다
너는 우리의 조상이요 신앙이다
이제 너는
미래속에 길이길이
우리의 날개가 되리니

미래의 부름 따라
나의 령혼 깨여나리
피방울 알알이 불태워
그대 가는 앞길에 꽃노을 펼치며
그대의 자손된
드높은 긍지로 눈을 뜨리

9월의 들국화 하늘종 울리고
축복의 해살
황금이 논벌에 쏟아지는 날
2백만송이 진달래로
고이 엮은 영광의 꽃다발
삼가 그대의
목 마른 파도 앞에
올리나이다

작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위대한
우리의 어머니
해란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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