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라이프

무뎌진 촉각

연영미

  • 2013-01-04 10:44:06

최근 우리 나라에서 온라인 강좌가 아주 류행되고 있단다. 하버드나 예일같은 미국의 온라인 공개강좌에 열광하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이 아주 많은데 그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건 경제나 경영에 관한 과목이 아닌 행복에 관한거라고 한다. 도대체 그 행복이란게 뭔지 모두들 어엿한 직장인으로 있으면서도 이토록 얻으려고 애쓰는걸가?

7년간의 직장생활을 한 나도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행복이란 어떤걸가?”라는 질문을 듣고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워 보이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로서는 딱히 뭐라고 찍어 말하기가 어려워 인터넷 사전을 찾았다. 행복(幸福)은,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여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거나 또는 희망을 그리는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으로 심리적인 상태 및 리성적 경지를 의미한다. 그 상태는 주관적일 수 있고 객관적으로 규정될수 있다. 또한, 행복은 철학적으로 대단히 복잡다단하고 엄밀하며 금욕적인 삶을 행복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광의로 해석해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생물에도 이에 상응하는 상태나 행동, 과정이 있을수도 있다”라고 적혀있다. 조금은 아리숭한 개념인지라 또 행복에 관한 좋은 글귀들까지 다 찾아가며 오늘은 이 문제를 풀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모든게 부질없는 일이 될줄이야…… 한 방송을 듣고 나니 그 어느 사전속의 의미보다 더 명확하게 알수 있었다.

방송에 청해진 게스트는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걸 끄집어내서 만드는것이지 누가 한웅큼 담아주는것도 아니고 욕심난다고 얻어지는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말씀하셨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애가 집나가면서 문을 열고 “다녀올게요”라고 인사를 하고 가는데 그 순간 정말 자식 괜찮게 키웠다는 생각에 행복해지기도 했단다.

이런 작은 행복이 어디 그에게만 국한된것인가? 한돐 반 되는 딸아이가 나의 볼에 뽀뽀해줄 때 오늘 아침 폭설이 내렸는데 다행스럽게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차를 인차 잡아탈수 있었을 때, 아는 선배님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아 밤늦게까지 행복이 뚝뚝 떨어지는줄도 모르고 읽었을 때, 저녁에 술 마시고 늦게 온다던 신랑이 생각보다 좀 일찍 들어왔을 때…… 그러고보니 여직껏 행복을 얻기 위해 열심히 뛰여온 나에게 사실 행복은 언녕 다가와 있었다. 너무 멀리만 내다보고 내가 할 일만 가득 쌓아둔채 아침 출근길에서부터 하루의 일과를 하나하나 다 체크하고 그 스케줄에 따라 빼곡히 시간을 안배하는 다망중의 나의 모습속에는 늘 걱정이 있었던것 같다.

내가 행복했던건 언제였지 하면서 돌이켜보니 그나마 임신기간이 많이 떠올랐다. 그때는 배속의 아기한테 무리가 될가봐 모든걸 내려놓고 오직 편안한 마음상태만 유지하려고 했었다. 그러했기에 출산을 준비하면서 하얗게 삶아놓은 아기 기저귀를 빨래줄에 걸어놓으면서도 그 새하얀 기저귀로 인해 온 집안이 환해진것 같은 행복감을 만끽할수 있었고 곧 태여날 아기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난 혼자 있을 때도 늘 웃고있었다. 그 시절 신랑이 맛있는 과일 듬뿍 사들고 오면 더없이 행복해 했다. 그렇게 따뜻한 난류를 늘 온몸으로 느꼈고 그 난류와 함께 “당신은 사랑 받길 위해 태여난 사람”이라는 아주 익숙한 노래속의 한구절도 흐르고 있었다.

요즘도 신랑은 자주 과일을 듬뿍 사들고 다니지만 어느새 난 그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세상이 변한게 아니라 내가 무뎌진것이다. 출산 100일도 안돼 다시 일에 뛰여들었으니 마음은 또다시 예전상태로 인차 돌아간것이다. “올해안으로 론문 한편 발표해야 하는데…… 아 참~ 내일은 또 지예가 예방접종 하는 날이지…… 그리고 오후에는 유아용품상점에 전화해서 기저귀 배달시키고, 내일 오전에는 방송원고 마무리하고…… 점심약속 잊지 말고…… 퇴근전에 꼭 잡지사에 투고메일 보내고……” 이런 생각만 련달아 떠오르니 아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안아달라고 해도 “엄마 힘들어. 잠깐만 티비 보면서 가만있어……”하고 애를 떼여내기가 일쑤다.

한번은 애가 텔레비죤에서 본 춤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난 머리 숙이고 설걷이 하는데만 집중하다보니 미처 보지도 못했었다. 그랬더니 애아빠가 “애가 재롱부리면 좀 칭찬이라도 하고 봐주는척이라도 해야지……. ㅉ ㅉ”하며 못마땅해했다.

이런 주변의 작은 행복들을 다 놓쳐가며 난 큰 성공을 해야 행복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또 그날이 오기만을 고대하며 쉼없이 달리기만 했으니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얻은것보다 잃은게 더 많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큰 꿈이 이뤄지는 날만을 기다려왔는데 그 과정이 사실 더 중요할수도 있다는걸 지금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도 혹시 나처럼 “행복”해지려고 열심히 뛰는 사람이 있다면 뛰는 과정에서의 작은 행복도 놓치지 말라고 권고해주고싶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였나?”라고 잠깐이나마 생각이 스쳤던것도 이제와 보면 너무 렴치없고 과욕한 일이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많은 행복속에서도 그게 느껴지지 않아 자신한테 행복했던가고 질문을 던졌으니…… 이젠 무뎌졌던 나의 행복감지촉각을 좀 더 예민하게 세워봐야겠다.

글 쓰는 동안만에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나의 행복한 일들이 줄줄이 떠올라서 내가 하버드대학의 행복을 강의하는 그 어느 교수보다도 사실 훨씬 행복한것만 같다. 아니 “촉각”만 좀 더 예민해진다면 앞으로 훨씬 행복할거다.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