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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이 주는 계시

남세풍

  • 2013-01-17 15:04:10

봄여름 농작물을 해친다고 지지리 갇혔던 아래웃집 닭들은 마가을이 오자 죄다 우리에서 해방받은듯 뛰쳐나왔다. 비좁은 우리에서 주는 모이나 쪼아먹고 팽이처럼 맴돌며 단조롭게 노닐던 닭들은 농장물을 말끔히 걷어드린 드넓은 들녘에 나오고보니 별세상 같았다. 시원하고 자유로와 제나름 나래를 퍼득이며 맘껏 올리닫고 내리뛰고 여간 좋지 않았다. 먹이도 풍성해 몰상스레 미닥질할것도 없고 길을 하나 건너 졸졸 흐르는 앞내가의 수정같이 맑은 물을 한껏 켜며 갈증도 말릴수 있었다.

답답하던 코구멍이 열릴듯 확 트인 시원한 들녘에서 아래웃집 닭들은 제무리끼리 볕쪼임하며 자유로이 노닐뿐 서로 어울리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서로 싸우는 법이 없이 한동안은 평화로웠다.

그러던 어느날, 유감스럽게 아래웃집 수탉 사이에 탈이 생겨 대판 싸움이 일었다. 제무리 암탉에 권태를 느꼈던지 아래집 수탉은 별다른 성감이 도져 은근히 웃집 암탉 한테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웃집 수탉이 무서워 감히 범접못했다. 시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아래집 수탉은 웃집 수탉이 앞내가로 물 켜려가는 사이에 드디여 웃집 암탉을 하나 건드려 미친듯 올라탔다. 순간 아래집 암탉들이 란리 난듯 나래를 퍼득이며 “꼬꼬댁 꼬꼬” 터밭이 들썽하게 웨치는 고함소리에 웃집 수탉은 물을 켜다말고 분김에 아래집 수탉한테로 쏜살같이 바람을 일구며 달려왔다.

송곳처럼 뾰족한 부리와 부리를 한일자로 맞대고 빨간고추처럼 잔뜩 독기 오른 눈 으로 볏을 날카롭게 쏘아보더니 화다닥 분수처럼 치솟으며 서로의 볏을 겨냥해 가차없이 짓쫏았다. 조금만 동작이 늦거나 헛방 치면 얼얼하게 볏을 짓쫏기는 판이다.

개는 송곳같은 이발로 목줄기를 물어뜯고 소는 한뽐되는 뿔로 미닥질하며 박 거나 뜨고 닭은 뾰족한 부리로 볏을 짓쫏는게 제나름의 싸움인것 같았다. 닭은 몸뚱아리가 전부 털로 덮혀 살점으로 내민게 꼭뒤에 솟은 톱날같은 볏밖에 없어 일단 싸움만 일면 죽어라 볏을 겨냥해 짓쫏는 모양이다.

싸움은 치렬했다. 몇번이고 살기등등 볏을 짓쫏더니 볏은 뜯기고 물리워 순식간에 피투성이 되여 볼품 없었다. 게다가 검붉은 피방울이 랑자히 쏟아져내려 목털을 연신 적셨다. 해도 두놈은 아프고 쓰리고 지침을 마다하고 일순 물러섰다가 재차 화다닥 치솟으며 볏을 짓쫏았다. 짓쫏고는 높이뛰기하듯 재차 몸을 날구며 정면 혹은 좌우면으로 날래게 볏을 짓쫏군 했다. 흡사 치렬한 권투장의 권투선수들이 앞을 막는 두주먹 사이 혹은 좌우면으로 날래게 얼굴을 치는 작법과 같았다.

결사적인 싸움은 지속되였다. 짓쫏다가 한놈이 지쳐 물러서면 다른 한놈이 기를 쓰고 쫓아간다. 가까이 오면 물러선 놈은 날래게 돌따서며 대바람에 쫓아온 놈의 볏을 짓쫏군 한다. 몇십번 모질게 짓쫏더니 두놈의 볏은 성한데 없이 피못이 되여 떨어질듯 간들거렸다. 이제 몇번 짓쫏고 물고 뜯으면 볏은 금시 떨어질것 같았다. 이렇듯 두놈이 치렬하게 싸웠으나 아래웃집 암탉들은 제무리끼리 몰켜서서 퀭하니 지켜볼뿐이다.

말리지 않으면 치렬한 싸움은 지속될것이고 금시 떨어질듯 간들거리는 볏은 다 떨어져나갈것이고 기진맥진하여 비칠거리다 쓰러져 어느 한놈이 숨질것 같았다.

그 곁을 지나다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된 나는 한참 지켜보다가 재차 죽고사는 치렬한 싸움이 일자 달려가서 발길로 쫓다싶이 갈라놓았다. 이로서 싸움은 끝났다. 그러나 나에게 남긴 여운은 깊었다. 며칠전 아래웃집 사이에 일어난 큰싸움을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번 싸움은 방금 본 싸움보다 더하면 더했지 짝지지 않았다

싸움은 시초에 아이들의 사소한 싸움부터 시작되였고 다음은 시비를 제쳐놓고 자기 아이 편을 들드는 아낙네들 싸움으로 옮겨지고 나중에 남정네들 큰싸움으로 번져졌다.

아이들 새싸움, 아낙네들 닭싸움, 나그네들 소싸움은 동네를 한바탕 웃겼으나 아무런 시비도 못가리고 나중에 아이들은 코피 터지거나 눈을 상하고 이낙네들은 볼품없이 머리, 얼굴을 뜯기고 나그네들은 정도부동하게 중상을 입어 병원놀음까지 하였다.

닭싸움은 어디까지나 미물들의 싸움인것만큼 시야비야 가림없이 덮어놓고 힘으로 대방을 제압하며 꺽자고 든다. 싸움 끝에 경위가 옳아도 몸힘이 약하면 비칠거리다 쓰러질수 있고 경위가 그르다 해도 몸힘이 강하면 대가리를 쳐들고 우쭐할수 있다.

문명치 못한 이웃사이 싸움은 미물의 수탉싸움과는 하늘과 땅처럼 판판 다르다. 수탉싸움처럼 몸힘으로 시비를 밝힐수도 없고 설상가상 서로 손해를 보며 상할뿐이 다. 언어가 통하고 의식이 있는 만물의 령장으로서 이웃사이 분쟁에서 자기 차실부터 찾고 량해하고 화해하면 다시 화창한 봄날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웃사이에 깃들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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