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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 김승종

  • 2013-05-03 10:49:05

요즈음

참 이상야릇해집니다.

기대치(期待値)와 소망치(所望値)를

너, 나, 그,

마음절구속에 넣고 찧고 빻고 하는

짓거리와 짓거리에

무척이나 넋을 빼앗깁니다……

그무렵, 지꿎게 굳이 보리떡을 만들어

개구쟁이들에게 먹이고싶은

그 까닭은 또……

쯔즘쯔즘 까달까달 쩝쩝……

그 찰나, 그 옛적, 모래톱소꿉놀이도

하냥 즐거웠고…… 또 그립고……

하지만 요즈음 개구쟁이공화국에선

모래톱 소꿉놀이는 전혀 까막나라 이야기!-

요즈음, 꾸겨지고 곰삭은 령혼들앞에서

이 텁석부리의 마음은 늘 싹 사그라진

녹슬은 화로불과 마주하고있습니다……

요즈음,

너무나도 참 이상야릇해집니다.

이십사기(氣)와 칠십이후(候)와 함께

너, 나, 그,

마음과 마음이 징그럽게

눈언저리 핥으며 메말라가고있습니다……

그무렵, 지꿎게 굳이 보리떡을 만들어

개구쟁이들에게 먹이고싶은

그 까닭은 또……

쭈룩쭈룩 서섬서섬 냠냠……

그 찰나, 이 골목 저 골목

맛갈스럽게 누벼가며

늘 사시절 색다르게 놀던 놀이들은

인젠 새파아란 귀등에서

서리 맞은지 오래고……

그리고 요즈음 개구쟁이공화국에선

그 무슨 “……게임”에 귀여운 눈꼴 눈매마저

다아 빼앗겨 피발에 성엉켜 비지땀 흘리고.

보리떡 대신 그 무슨 괴상한 이름으로

얼룩진 “……먹기콩클”에 호들갑을 떨며

그렇게도 아롱지던 눈빛과 눈빛들 사이는

점점 헐벗고 굶주리여가고……

요즈음, 녹쓸고 텅 빈 령혼들앞에서

이 텁석부리의 마음은 늘 싹 사그라진

녹슬은 화로불과 마주하고있습니다……

요즈음,

이눔은 운이 좋게 내몽골초원 한가운데의

썅싸만(向沙彎)에 갔다 돌아와서부터

더더욱 참 이상야릇해집니다

염통방 닿기전 곰이 잔뜩 핀

그렇게도 찬란한 해볕마저도

지리지리 무서워짐은 또……

그무렵, 지꿎게 굳이 보리떡을 만들어

개구쟁이들에게 먹이고싶은

그 까닭은 또……

썅싸만 모래들의 소리는

이내 텁석부리 귀전에서

늘 찬란히 소소명명이 메아리치고……

웡-웡- 왱-왱- 쏴-쏴-

그 찰나, 썅싸만의 모래들은

소리에 소리를 뭉쳐

몽고포속 개구쟁이들을 왕왕 불러내여

거치른 모래바람앞에서

말이며 양떼며 락타들과

함께 열심히 뛰게 하면서

빨주노초파남보

새 별유천지로

생생히 만들어가고있었습니다

요즈음, 색바래지고 굳어진 령혼들 앞에서

오늘도 이 텁석부리의 마음은 늘 싹 사그라진

녹슬은 화로불과 마주하고있습니다……

느지막,

25시너머―

누우런 이끼 돋힌

침묵의 천년바위앞에서

개구쟁이들에게 보리떡을

정나미 정나미 먹이고싶습니다……

저― 높은 산아래

자그마한 “산”이 되기전

―모두들 무사함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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