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머리속에서
옛날 나그네 나무단을 지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저도 모르게 지른 소리
"여보"
돌귀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황소의 소리는
이따금 퉁소소리 새소리
아버지의 호령소리
엄마의 바가지 긁는 소리
돌눈으로 익혔던
고추다래 넝쿨진 조롱박
그리고 물방아
즐비하게 늘어진 장독들
기초돌은 땅속에 갇혀
웃었다 울었다 한다
그러면 수수깡바자가 나를 달래며
“너가 썩지 않는것은 흔적을 담아서 그런거잖아”.
뙈기밭
난 봄바람을 먹으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호미끝에 묻어들어오는
각가지 씨들과 정사를 나눈다
하늘이 질투하여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면
난 기를 세워
하나하나 잉태하여
세상밖에 내놓는다
딱개모자 쓰고 나와
여기저기 보는 새끼들
해와 방긋하고 비살과 뒹굴며
파란 그림을 그린다
밭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수염은 흔들거리고
길건너 산등성의 진달래가
옷 걸치지 않고
꽃망울을 쳐들고 움실댄다
버드나무 허리를 구부리고
귀향하는 철새들을 맞아들인다.
거친 마음
참나무숲사이
난데없는 코걸이 날아와
나를 끌고간다
산정까지 올라가는 사이
짙푸른 산초 눈에 끌려
호흡이 거칠어진다
내 숨소리를 끌어안고
웃는 빈 자갈길
어둠속에 지친 몸을 어루만진다
하얀 마음을
절구에 찧어 보드랍게 한다
아주 보드라운 가루로
손등에 바르면
피부가 매끌매끌하고
얼굴에 바르면
이쁘게 되여 모두들 훔쳐간다
내두산 양지바른 곳에
달맞이꽃이 달따라 다니고
육체를 버린 한쌍의 나비가
시를 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