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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구름 (외 2수)

□ 김응준

  • 2013-05-10 08:16:34

저 동녘 하늘에 서있는

하얀 구름은 하얀 거울

훌러간 옛날을 이야기한다

베짜기에 한생 바친 할머니

열새베처럼 보드라운 마음 비껴있는

내 집 떠날 때면 바래주던 어머니

흰수건처럼 적시여진 적성 담겨있는

사시장철 베옷바람에 뛰던 애숭이

구름기차 타보자던 꿈이 걸려있는

고항의 구름 오늘도

고향처럼 티없는 거울에 비춰보라고

하늘만큼한 파란 치마자락 펼치고

적셔진 나의 손 끌어당긴다.

봄아씨에게 띄우는 편지

교외의 숫눈판에 허리 곱삭 수그리고

피타는 식지를 붓으로 삼아

그리운 봄아씨에게 편지 쓰노라

곁에 선 소소리높은 백양나무

잎새 하나 없이 떨고있지만

뿌리에선 가녀린 숨소리 들려오고

나무 정수리에 앉은 외로운 새

나를 보고 알은듯 자지러지다

우리 같이 봄아씨 찾아가자고

이제 새로 오는 봄아씬

례년보다 한결 어여쁠테지

나의 꿈은 엄동에도 자라고있거늘

봄아씨여 나의 편지 기다려다오

한 겨울을 감내한 사랑의 씨앗

편지 받고 새파랗게 피여나겠지.

땅딸기의 번연

콩크리트숲의 숨막히는 포위속

손바닥만한 록색의 세계

땅딸기밭 집뜨락 빛낸다

포기마다 향기론 빨간 열매

몇알씩 살짝 무르익혀주고는

줄기를 뻗침에 골몰한다

기여가는 줄기들은 총총

땅에 새로운 뿌리내려

후세의 식솔 낳아쌓는다

번연에 충실한 족속

한치보기 소인들보다 귀여워

무궁한 맥락 길이 이어져간다.

어깨는 퍼로 적은 교과서

지금은 가끔 시혼을 지고

시골의 농포들을 찾아가는

석양에도 굽힘없는 철옹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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