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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 오르기와 내리기

□ 최균선

  • 2013-12-12 16:28:22

오르기ㅡ하면 높은 곳에 이어지고 높은 곳ㅡ하면 산이 떠올려진다. 등산과 인생길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등산의 출발동기를 “저기 오를수 있는 산이 있으니까” 로 개괄할수 있다면 인생길은 보이지 않는 정상에 톺아오르는 과정이다. 등산은 산정에 오르는 그 자체가 곧 목표일수 있고 남들이 다하니까 덩달아 오를수 있지만 인생길은 숙명인듯 오른다.

등산에는 산정이 목표이지만 인생길에는 많은 정상이 그려져있다. 우선은 물욕의 정상, 권력의 정상, 명예의 정상… 그 모두를 합쳐서 행복의 정상이라 할수 있을것이 다. 그런데 등산은 오르기 위해 급급해할수도 있고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오를수도 있고 험한봉 절승경개에 경탄하며 눈으로만 오를수도 있고 내키는대로 오르다말고 멋없이 되돌아 내려올수도 있다.

등산은 정복이면서도 흔상하며 즐기는 과정이기에 속도란 별 의미가 없다. 빨리 오른 사람이 늦게 오르는 사람을 탓할 일도 없고 늦게 오르는 사람이 빨리 오른 사람을 부러워할 일도 없다. 빨리 산정에 올랐다고 더 많이 보는것도 아니요 뒤늦게 올랐다고 볼것을 놓쳐버릴 일도 없다. 오르기는 추구이고 내리기는 자족이다.

산정에 오를 때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게다. 허위허위 올랐지만 한정없이 소일할수 없다. 산정은 머물 곳도 아니다.너무 좁고 바람도 세차고 구름만 스쳐갈뿐, 오를 때는 나무가지라도 잡았지만 산정에서는 손에 더 잡힐것이란 없다. 오를 때 올려다보던 눈길은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개체란 얼마나 왜소한것인지 알게 되고 가슴에 남는것은 깨달음뿐이나 그 모두가 실체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길에서 오르기는 등산과 다르다. 인생에도 올리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 인생과 등산의 공동분모는 희로애락이다. 정상이 보일 때도 있지만 흔히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인생길도 오르는 길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울고웃는 길이다. 오르려는 마음을 희망이라 할제 아무 뜻도 없는 사람은 그저 빈 체구와 같다.

인생에 3경이 있다고 한다. 삼선초기(参禅)에 산을 보면 산일뿐이고 물을 보면 물일뿐이란다. 삼선에 감오가 있을 때 보는 산은 그저 산이 아니며 그저 물이 아니다. 그런데 문득 깨닫고나서 보면 산은 의연히 산이고 물은 의연히 물이다. 여기서 사람이 인생길에서 얼마나 멀리 나가고 큰 흔적을 남겼더라도 돌아보면 생명려정에는 높고낮음을 가려낼수 없다는것을 알게 된다.

물은 낮은데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데로 간다는 말은 너무 들어서 새로울것은 없으나 인생길에 오름길과 내리막에 비유한다면 조금 달라질수 있을듯싶다. 사람의 본성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다. 정상은 물론, 각이한 높은 곳에 오르면 좀체로 내리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권좌를 둘러싸고 암투와 혈투가 랑자하게 된다. 산정에 오른 수많은 사람들이 다 그곳에 붙박이가 될수 없듯이 권좌에서도 스스로 내려 뒤따라 오르려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평생 앉아 뭉개려 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게 세상사는 리치요 섭리이다.하건만 사람들은 왜 내려오기를 싫어하는지?

끝없는 탐욕은 궁극적으로 빈궁해지는것이고 만족은 가장 진실한 재부를 얻는것이란다.인생의 최종목적이 행복의 산에 오르는것일진대 산정에만 절경이 있는것이 아니듯 행복도 오르는데만 있는것이 아니다. 높은 곳에 올라 넓은 산하를 볼수 있었다면 낮은데서 올려다 보아야 높은 곳의 질감을 느낄수 있다.

높은 곳에만 집착하는 그들은 인생이 저물어 내려올 때가 되여도 거기서 숨이 지기를 바란다. 그들은 이 산에서 저 산을 바라보며 군침을 넘길수도 있으나 어느 위치에서든 어떤 풍경이 있는 법이라는 간단한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다. 높은 곳에 바람이 더 맑을수 있을지 몰라도 낮은 곳에도 해볕은 충족하다. 높은 곳에 올라서 골짜기가 있기에 산정이 있음을 알게 되는것은 지리상식이지만 인생의 도리를 깨우치는것과는 다르다. 그런 도리는 량지가 있는 지자만의 몫이다.

높이 올랐다 해서 다가 현자인것은 아니다. 현자는 흔히 낮은 곳에서 은둔하며 산다. 우자는 육체로 심령을 지배하고 지자는 심령으로 육체를 지배한다. 만족이 있는 곳엔 지옥도 천당이 되고 희망이 있는 곳엔 고통도 환락이 된다. 대신 오를줄만 알고 내릴줄 모르고 이 산, 저 산을 징검돌로 삼아 더 높은 봉에 오르려고 욕심부리다간 현애절벽뿐이다. 이것이 인생길에서 오르기와 내리기의 도리이다.

묘연한 행복의 큰 산에 오르는것이 인생의 행선지로서 그곳의 풍경은 무한히 좋기만 할것이라 환상한다. 권력의 높은 봉에 이를지 중도에서 발목을 접지를지를 아무도 예측할길 없다.인생의 화려한 항구에 들어섰다가 찌그러진 배를 몰고 후회의 물결에 휘감길수도 있지 않은가? 신념과 선택은 내가 할탓이다. 내 마음은 여기에 있고 마음은 내 손안에 있다. 오르기와 내리기는 다같은 숙명이리라.옛날 김천택 할배님의 멋진 시조로 횡설수설을 꼭지를 지어본다.

절정에 오르다 하고 낮은데를 웃지 마소

뇌정된 바람에 실족키 괴이하랴

우리는 평지에 앉았으니 두릴것이 없어라

지족이면 불욕이요 지지면 부태라 하니

공성명립하면 마는것이 그옳으니

어즈버환 해제군은 모두 조심하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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