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산야가 입었던
랭고 같은 눈옷 벗어던지고
나비 같은 초록 갈아입는다
봄은
강물이 덮어썼던
감옥 같은 얼음장 망가뜨리고
노래 같은 여울물 갈아입는다
봄은
천하를 휩쓸던
폭군 같은 설한풍 쫓아버리고
아씨 같은 훈풍 갈아입는다
봄은
집들에 얽히였던
사슬 같은 봉쇄 부셔버리고
꽃과 같은 드레스 갈아입는다.
저녁노을
새빨간 치마저골
이글이글 떨쳐입은 녀인
옷고름이 하느적하느적
치마자락 치렁치렁 서천 덮었다
일밭에서 굽석굽석 일하는
허리 굽은 농포들 보고 가슴 쓰리여
새날의 아침 고요히 기다려
허리 펴는 노을속에 다시 만나자
빨간 입술 오무작오무작
빨리 가긴 너무 너무 아쉬워
소곤거리는 안녕,안녕!
레 루
레루는 길다
장사진 렬차가 길다 해도
두줄기 손바닥의 소꿉놀이다
레루는 강하다
이 세상 제일 무거운 짐 지고서
뼈저린 동통 감내한다
레루는 어른답다
저층에 누운 침목 생각에
늘 아픈 가슴 뜯는다
레루는 꿈도 크다
동방의 활무대는 좁다고
서역만리 진출에 신들메 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