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긴 사닥다리에
배를 딱 붙이고 푸른 뱀이
화장실로 달려간다
배 가득 꿀럭 삼킨
천층만층구만층을
배설해야 한다
배설하고 또 먹는다
우글거리는 먹이들…
춘하추동 밤낮 먹어도
공허로 배불러 잠든다.
골고다 언덕
예수를 먹고
33층계가 쌓여있다
꼭대기는 하늘의 자리
회초리로 성자를 휘감고
퍼렇게 멍든 버드나무
머리를 깊이 숙이고
뚝 ㅡ뚝 떨구는
퍼렇게 멍든 눈물을
해빛이 감싼다.
동해의 딸
바다 흰혀로 깨끗이 씻어놓은 모래톱에
너의 이름을 썼다 나의것이라고
하지만 바다가 너의 이름을 안아갔다
너의 동해의 딸이라고 바다가 품어간
너는 깨끗이 머리 감고 내 마음 하늘에
은빛 부드러움으로 가득 차올랐다가
또 다시 저 넓은 바다에로 되돌아갔다
바다에서 하늘에서 오르내리며 사는
너를 찾아 바다가를 서성이는 나에게
사자처럼 덮쳐와 무너뜨리려 했지만
결국 부서져 무너진것은 나 아닌 바다였다.
해 볕
조심하시지
그만 실수로 랭면사발을 쏟고
빨갛게 달아오른 아가씨
쏟아져 내려오는 국수오리
그만 실수하시지
그냥 쏟아지는 국수오리
잡지 못한 꿈
내 몸에 불 질러놓은 빨간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