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렬 차 (외3수)

□ 박장길

  • 2014-05-22 15:57:00

긴 긴 사닥다리에

배를 딱 붙이고 푸른 뱀이

화장실로 달려간다

배 가득 꿀럭 삼킨

천층만층구만층을

배설해야 한다

배설하고 또 먹는다

우글거리는 먹이들…

춘하추동 밤낮 먹어도

공허로 배불러 잠든다.

골고다 언덕

예수를 먹고

33층계가 쌓여있다

꼭대기는 하늘의 자리

회초리로 성자를 휘감고

퍼렇게 멍든 버드나무

머리를 깊이 숙이고

뚝 ㅡ뚝 떨구는

퍼렇게 멍든 눈물을

해빛이 감싼다.

동해의 딸

바다 흰혀로 깨끗이 씻어놓은 모래톱에

너의 이름을 썼다 나의것이라고

하지만 바다가 너의 이름을 안아갔다

너의 동해의 딸이라고 바다가 품어간

너는 깨끗이 머리 감고 내 마음 하늘에

은빛 부드러움으로 가득 차올랐다가

또 다시 저 넓은 바다에로 되돌아갔다

바다에서 하늘에서 오르내리며 사는

너를 찾아 바다가를 서성이는 나에게

사자처럼 덮쳐와 무너뜨리려 했지만

결국 부서져 무너진것은 나 아닌 바다였다.

해 볕

조심하시지

그만 실수로 랭면사발을 쏟고

빨갛게 달아오른 아가씨

쏟아져 내려오는 국수오리

그만 실수하시지

그냥 쏟아지는 국수오리

잡지 못한 꿈

내 몸에 불 질러놓은 빨간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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