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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별 (외1수)

□ 김현순

  • 2015-01-15 13:57:09

그래서 울고 돌아섰던 날 저녁이였지

세찬 바람같이 거센 물결같이 내 청춘은 반역을 꾀했다

연길시 하남가 담배공장 뒤골목 어느 으슥한 구석

눈물 한잔 받쳐들고 떨리는 별빛 담아 아픈 가슴 적시며

사내는 스쳐가는 녀자의 옷자락 붙잡고 노래 불렀다

사랑은 그리움의 궤적이라고 가난의 탈에 얼굴 파묻으며

그래도 사랑엔 파들거리는 불씨가 소중하다며

떠오르는 달빛에 헐벗은 마음 달랬다

바람이 일적마다 문이 펄럭일 때마다

생채기에 비린 추억은 아픈 가시에 찔렸지

고소함속에서도 문득 하늘을 쳐다보고

아- 하고 깊은 한숨 토할 때면

까닭없이 뒹구는 락엽의 자세가 눈물겨웠지

찬바람 이슬속에 차갑게 돌아서는 저녁마다

등굽은 골목길엔 희부연 가로등이 외롭게 지켜보고있었다

이 사 (搬家)

정처 없는 민들레홀씨의 사랑같이

하얀 눈발 흩날리는 겨울의 아침

이오이에 이사이사는

판도라의 궤속에 깔려있던 작은 희망 한자락

기발로 추켜들었다

황홀하게 나붓기던 슬픔을 쥐여짜

아침 반주술로 넘기고

가난을 씹으며 떠나는 짐차는

부릉부릉 감격에 목멘다

하남거리 뒤골목 굽이 돌아

개발구(开发区) 내 집으로 통하는 장백로엔

즐비한 건물들이 임금의 행차를 지켜서듯

숙연히 대례짓고

묵묵히 찢긴 세월 둘러친 하남가 칠년살이 세집은

어느새 가슴속에

색바랜 날개를 접는다

까르르 웃어대는

천사 같은 안해와 어린 딸내미의 밝은 미소―

흔들리는 래일은

또, 설렘으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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