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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자에게 화장이란

□ 류서연

  • 2015-01-22 14:13:43

화장은 나의 생명이다. 나는 하루도 화장을 떠나서 살수가 없다. 하루도 화장을 하지 않으면 문밖에도 나서기 싫을 정도로 나는 화장을 너무 좋아하고 그 어떤 하나의 성스러운 사명처럼 여긴다. 화장을 거쳐 매일 새롭게 변신하는 그 멋에 나는 화장을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 매일 화장을 거쳐서 나는 새로운 나 자신을 찾고 나 자신을 변신시킨다.

오늘 아침도 세수하고 거울에 마주 않는다. 살짝 이마살이 찌푸려진다. 아까운 내 청춘이 언제 다 지나갔을가? 나는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헌데 오늘따라 화장을 하는데 여느 날과 달리 화장발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분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끈적거리고 얼굴은 잠간사이에 엉망이 되여버린다. 당금 출근을 해야 하는데 화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코등에 진땀이 뽀질뽀질 돋는다. 이때 주방에서 남편이 밥 먹다 말고 소리친다.

“아침은 언제 먹겠소. 밥부터 먹고 하오.”

“화장이 잘 안되여 속상한데 당신 먼저 아침을 드세요. 근데 여보, 당신이 이번에 사온 화장품이 얼마짜리예요? 진짜 명품 맞아요?”

“참, 비싸고 좋은걸로 사다주어도 지청구요. 당신 피부가 인젠 나이가 들어 탄력이 없어 그렇겠지. 맨 얼굴도 괜찮은데 어서 밥이나 먹소.”

남편이야 무엇이라고 하든 말든 나는 부드러운 화장솜으로 얼굴을 박박 닦고 다시 화장을 시작한다. 먼저 수액을 바르고 손바닥으로 얼굴 전체를 가볍게 두드린 다음 유액을 골고루 발라준다. 그런 다음에 크림을 바르고 그우에 가볍게 분을 살짝 쳐준다. 내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방금까지 애먹이던 얼굴이 금세 촉촉해지고 부드러워지면서 피부에 반짝반짝 윤기가 돌고 거울에는 은은한 녀성미가 풍기는 말쑥한 피부를 가진 50대초반의 녀자가 곱게 비쳐진다. 당금 기분이 좋아진다. 이어 조심스레 눈화장을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서 눈귀가 아래로 처져 언제부터인가 나는 눈화장에 무척 신경을 쓰는터였다. 먼저 엷은 눈까풀에 연한 살색과 금색이 섞인 새도우를 살짝 발라주고 다음은 마스카라로 눈초리를 한껏 우로 올려주었다. 눈초리가 길어지면서 축 처졌던 눈꼬리가 올라가 눈이 상큼해보이고 발랄해보였다. 신이 났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별 볼모양이 없던 50대초반의 아줌마가 잠간사이에 아름다운 녀인으로 변신한다.

“여보, 나 오늘 40대중반 같아 보이지. 그치 자기야.”

나는 오래간만에 남편에게 없는 애교를 부리면서 남편의 코앞에 내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남편도 그러는 내가 싫지 않은지 시무룩이 웃는다. 기분이 날아갈것 같다. 남편이 밥 먹고 가라는 소리를 등뒤에 남긴채 나는 출근길에 오른다. 선들선들 불어오는 초가을바람에 목에 건 스카프가 파르르 하늘로 날아오른다. 내 삶의 터전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선생님 오늘 예쁘시네요. 10년은 젊어지신것 같아요.”

아이들의 칭찬에 저도 몰래 입이 벌어졌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젊음을 나누어 받고 청춘에 묻혀 사는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것을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몇십년을 화장과 끈끈한 인연을 맺고 살면서 새삼스레 화장은 녀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가 생각해본다.

매일 열심히 거울앞에서 찍고 바르고 짙은 화장으로 눈가의 잔주름을 가리고 자신을 아름답게 변신시키는것도 어쩌면 녀자들한테는 또 하나의 즐거움과 그 어떤 신성한 사명 같은것이 아닐가? 그것은 남모르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이미지일수도 있으며 그래서 더 신비로울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화장은 유쾌한 이미지 조작이다. 일년 365일을 하루와 같이 시끄러움도 버거움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아름답게 변신시키는 조작은 녀자들에게 무척 행복한 일이다. 이 행복은 분명 녀자들만이 누릴수 있는 특혜이기도 하다. 또한 화장을 통해서 부단히 자신을 가꾸고 자신을 완성시켜가는 녀자는 분명 외모를 가꾸는것만큼 내공도 부지런히 다듬고 가꿀것이 아닌가? 나도 분명 그 어떤 하나의 성스러운 사명감을 안고 화장대앞에서 자신을 아름답게 갈고 닦았으리라.

화장은 또한 조작의 기술이다. 녀성들은 화장으로 매일 새 얼굴을 부여받는다. 그래서 뛰여난 화장술을 지닌 녀성들은 자신의 장점을 더욱 두드라지게 부각시키고 자신한테서 드러나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워버린다. 화장을 거쳐서 자신의 얼굴을 직업이나 년령,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게 만든다. 화장술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고 카멜레온처럼 주위의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모시킬줄 알고 그 의미심장한 조작으로 자신을 변신시켜가는 녀자는 분명 총명하고 현명하며 랭철한 녀자이다. 그 조작된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하지만 화장술이 고도로 발전한 오늘에 와서 화려한 화장술이 자신을 아름답게 변신시킨다 해도 자신이 고유한 순수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표정까지 지워버리는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화장뒤에 자신의 고유한 따뜻한 인간미를 숨기는것을 원치 않는다. 화장을 하되 속되지도 않고 천박하지도 않고 우아하게 단아하게 자신을 변모키면서 내면도 끊임없이 정화시켰으면 좋겠다.

하기에 어느 누군가는 녀자의 아름다움은 남몰래 태여난다고 하였던가? 그래서 화장속에는 새로운 자신을 찾는 신비로움이 있다. 화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멋을 찾고 자신을 아름답게 변신시킬줄 아는 녀인들이 있어 이 세상은 더 밝고 더 아름답고 더 눈부신 것이 아닐가?

녀자들에게 화장이란 매일매일 새로움을 찾아가고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자신을 완성시켜가는 하나의 긴 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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