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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외 3수)

□ 강효삼

  • 2015-01-22 14:16:15

간다고

간다고

그 몇번 보따리 싸들고

문을 나섰다도

차마 발길 떠지지 않아

저고리고름 하얗게 날리며

가던길 돌아오셨네

허지만

오기 바쁘게 다시 돌아서야 하기에

다시 만나도 또 그 눈물이네

헤여져도 울고

만나서도 울고

아,눈물 헤픈 나의 로모여

무료한 고향

허허로운 들판 베고 장기쪽처럼 드러누운 마을들

이름은 제각기여도 어쩌면 똑같은 풍경일가

어느 서투른 화가가 그리다 만 낡은 풍속화인듯

꼭 닫힌 방안에서 거미줄 모여 앉아 향연을 베풀고

풀은 언녕 처마밑까지 쳐들어와 새끼를 쳤다

사람 살 곳이지만 사람의 소리를 들을수 없어

바람은 여기저기 제식구들 데리고

안식처를 찾는다

여름이면 창문이 열린 잡을

겨울이면 흰 빨래 널린 집을

그러나 만나도 반가움의 표정은 없고

주름진 얼굴 어눌한 표정

절망의 어두움만 남은 사람들

긴 이야기는 없다, 그저 울먹이는 위안과

넋두리 같은 하소연뿐

그런데도 그 무엇 건질것이 있다고

하루가 멀다하게 장사군들 사구려소리인가

아무도 달라는이 없어 한동안 주린 목청만 뽑다가

멋적은듯 제풀에 사라지면

잠시 쫓겨났던 정적이 다시 꾸역꾸역 몰려와

락엽처럼 제자리에 들어눕는다

이렇게 뜨는 해를 맞이하고

지는 해를 배웅하며

고향은 사시절의 무료를 견디고있구나,

끝없이 이어지는 공허를 씹으며

뚝ㅡ 하는 소리

젖꼭지를 입에서 떼여놓듯

뚝 하고 사과가 나무에서 떠나는 소리

크고 작은 온갖 소리들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

너무 짧고 낮은 소리지만

이 소리안에 다 들어있다,

이른봄 새움이 터나는 소리로부터 시작하여

결실에 이른 오늘까지

잎이 피는 소리 꽃망울 터치는 소리

가지들이 가지개 켜며 키를 늘이는 소리와

주렁진 열매들이 다투어 크는 소리

그리고 병충해의 습격에 놀란 웨침소리며

폭우 내리는 날 몸부림 치며 견디던 소리

노을빛 곱게 물드는 소리와

이슬이 촉촉히 적셔주는 소리

무지개빛으로 황홀해지는 꿈의 소리 소리들

낮과 밤 봄과 여름의 계절을 넘어

오늘에로 걸어온 그 무수한 생의 소리들이여

마침내 이 한 소리로 응축되였나니

이 소리는 또한 위대한 자연이

자신을 변형시켜 인간에게 베푸는 소리

이 소리 들으며 둥근 사과 받쳐드니

무겁다, 마치 옹군 지구 하나를 손에 쥐고 있는듯

높은 산정의 나무를 보면서

높은 산에 좋은 나무가 없다더니

크고 굉장한 나무들은 보이지 않고

크기도 전부터 벌써

허리가 꼬부장 못난 잡목림들이

높은 산 정상을 차지하고있다

자신이 쌓은 높이가 아니고

산이 수고스레 밀어올린

그 높이를 훔쳐가졌기매문일가

대신 보아라,저기 저 산아래 낮디 낮은 골짜기에

오구구 모여 푸른 동네를 이룬 나무들

얼마나 끌끌하고 아름다운가

서로 돕고 부축여주는 그 속에서

모두다 거목으로 자라고있겠지

허나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의 습격을

하루도 편할수 없는 높은 산정의 나무들.

항상 설자리의 신물나는 고민때문에

조그만 바람에도 잉ㅡ잉

몸부림 치며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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