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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외4수)

□ 김기덕

  • 2015-02-12 14:04:28

바람아

넌 왜서 날에 날마다 그리움을

앞세우고 돌아 간 길을

끝없이 닫고 열고

또 닫으면 또 여느냐

난 아직 바람을 다 알지 못하고있다

바람을 생산하는자는 바람을 피우고

바람을 먹고 옷을 벗는 녀인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봄을 가볍게 옮겨가서

꽃나무가지에 사무친 기억을 꽃 피우고

봄을 떠나보내고 여름을 맞는 날

바람은 또 새 길을 재촉하고있네

밤 하늘

어제밤만 보이고

오늘밤은 어디서 깜박거릴가

그 많은 밤중에 하늘에 떠있는

시간의 바구니들

외로운 어머니의 잔걱정이

애기별처럼 초롱초롱 걸려있는 밤

저 많은 별로 자식농사를 짓고

세상을 길러간 어머니

오늘의 달은 어디로 가고

하늘 한 가득 흘려 놓은 밥알

USB에 복사하여 담은 밤하늘

어느덧 새벽이 깃을 펴오네

빛나는 바다

온 밤 몸을 틀던 통증이

저렇게 물렁해진 흰죽 사발이 되였나보다

한 점의 빛을 받아드리고싶은 파도

먼 섬을 한입에 넣고 오물거리고있다

밤하늘이 빛나는 동전을 다 꺼내놓고

그리운 바다가 도시의 비전을

갈매기 나래에 새날로 펼쳐두고

한 점의 빛이 그리는 봄날

아리랑 고개에 넘치는 동경

바다는 저녁의 포근한 기대를 베고

바다 물에 미역을 감는 저 큰 대야에

크고작은 우주의 빛이 잔잔히 출렁이며

아침빛 문장이 말없이 다가서 오고있다

쌀 밥

하얀 김 몰몰 피여오르는

2015년 첫 밥상에 하얀 꿈들이

지나간 과거를 수북수북 쌓고있다

떠나 보낸 력사의 코너에 찍은

붉은 사인처럼

쌀알 한 공기에

하얀 동경이 부풀어오르는

력사의 긴 몸부림

사랑의 맞은 켠에 일어서는 그림자

그립다

늘 배고픈 시간을 앞에 두고

점점 자랑거리가 많아지는

하늘은 또 한걸음 물러서고 있네

겨울밤

하얀 상고대를 덮어쓰고

겨울의 깊은 곳을 은밀하게 파고드는

하늘에는 비밀만 초롱초롱했다

바다가의 겨울은 어디에 다녀왔는지

새벽의 숨소리에 코드를 맞추는

겨울의 밤은 목표 없는 시작을 두고

멀리 보낸 가을의 풍편을 뜯어내고있다

사랑하는 달빛 그림자를 안고

굴뚝에 만주의 밤연기가 떠 오르고

강가 버드나무에 오랜 기대에

가죽모자 삐딱하게 쓰고

먼 기억속을 아프게 후비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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