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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 대한 견해는 (외 3편)

□ 구용기

  • 2015-02-12 14:08:45

한 사람이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한테 너무 잘해주어서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나도 잘해주려고 무등 애를 쓴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문뜩 내 생각밖의 일을 한다. 자기 자신을 챙기기 위해 내게 썰렁한 언행을 한다. 그때 나는 아, 내가 속았구나, 저 사람은 가까이 할 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탄식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그가 또 내 가까이로 친절히 다가온다. 어리둥절해지다가 저도 모르게 그가 다정하게 여겨진다. 그날의 랭랭하던 모습은 없었던 일 같아진다.

이렇게 어떤 사람과는 시일을 경유하면서 마찰을 겪고 나야 가까운 사이를 이어갈수 있다. 성미가 너무 급해서는 안된다. 가깝던 사람이 갑자기 싫어질 때는 성급히 결론을 내려 나쁘다고 찍어버리지 않는다. 그를 멀리로 떠밀어버리지 않고 며칠을 더 두고 본다. 그 며칠이 중요하다. 많은 경우 그 며칠은 나의 견해를 돌려버리게 한다.

한 사람을 정말로 가까이 사귀기는 너무 조련치 않다.

일시의 생각으로 가까이 할수 있는 사람을 부정해버리지 않는다.

내게 별 같이 떠오르는 친구가 생길 때

나게 진짜 친구는 너무 적다. 그래서 금싸락 같이 귀하다. 한번은 내게 사고가 생겼는데 친구가 나서 본인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나의 일인데 그가 나에 앞서 대안을 내오고 빈틈없이 일을 밀어가는것을 보면서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 그때 나의 눈앞이 번쩍 밝아졌다. 아, 저 사람이 내게 진짜 친구로 되겠구나 하는 예감이 왔다.

저 사람이 나를 아껴주듯이 나도 저사람을 아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졌다. 그가 제일 관심하는것이 무엇인가, 그에게 가장 수요되는것이 무엇일까. 나는 이것을 절대 소홀이 할수 없는 중대사로 삼고 열심히, 그리고 알뜰히 사색을 하였다. 아직 그에게 아무것도 해 지 못했다. 하지만 꼭 무언가를 해주어야 했다. 그 사람을 내 친구로 꼭 붙잡아두는데는 지금이 기회라고 믿었다. 그를 놓치면 안되는 나였다.

그의 진짜 관심사와 그의 절실한 수요를 알기 위해 나는 우선 그와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소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별 같이 떠오르는 친구가 생길 때 눈을 감고 기쁨을 음미한다.

친구의 친구를 만나며는

나의 김씨 친구는 손님이 오면 늘 나를 불러 같이 술자리를 하군 하였다. 그때면 나는 친구와 같이 손님에게 술도 권하고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특히 손님앞에서 친구를 많이 칭찬한다. 한 사람이 평범할지라도 꼼꼼히 살펴보면 그에게는 너무도 많은 자랑할만한것들이 있다는것을 발견할수 있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것을 손님앞에서 늘어놓는다. 친구를 아낌없이 화끈하게 칭찬해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자기를 자리에 불러준 친구는 뒤로 밀어두고 손님앞에서 제 잘난체를 하거나 손님을 아예 제 친구로 만들어버리려고 사사로이 끼어드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좋은 손님이 왔을 때는 남에게 소개시키지도 않고 자신이 감싸고 독차지해버린다.

친구의 술자리에 갔으면 친구가 자리의 주인이 되도록 도와주는것이 의리다.

친구의 친구는 먼저 친구의 친구다.

친구에게 기회를 주었다

한국에서 온 한 사내가 내게 말했다. “미안하다. 너의 친구 김이 한국산 량면열팬그릴을 하나 사다가 널 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내 짐이 너무 많아서 그냥 와버렸다.” 친구 김이 혼자 사는 내 불편을 덜어주려고 그런 부탁을 했을것이었다. 먼저 날에는 내 생일을 잘못 기억한 친구 김이 하루 늦어 생일파티를 마련했었다. 그 날이 내 생일이 아니라는것을 알았을 때 그의 얼굴은 죽는 상으로 변했다. 그뿐 아니었다. 어제도 퇴근때 비가 내리면 쓰라고 우산을 내 사무실로 보내왔다. 친구 김의 성의를 봐서라도 정말 비가 내렸으면 좋았겠는데 하늘이 개이고 맑아져 버렸다.

친구 김을 생각하면 늘 고마움이 앞선다. 내가 어느새 그의 마음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간것이 미안했다. 그가 늘 나를 염려해주는것이 미안스러웠다. 고맙고 미안하고 자꾸 그의 성의를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또 한번 더 미안했다.

그런데 마침 일이 잘 되였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지긋지긋 아파왔다. 감기인듯했다. 나는 좋아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아, 나 감기 걸렸다. 온몸이 말째야. 와서 조반 좀 해주라.”

내 말에 친구는 “그래 잠시만 기다려!”하는것이었다.

택시를 잡아 부리나케 달려올 김을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가슴이 빠지지했다. 나는 좀 울먹이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러면 너에게 기회를 준셈이다……”

친구간 정이 깊어지면 자로 잴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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