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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풍경

김일량

  • 2015-04-23 16:20:52

하얗게 세련된 바람이

나무잎을 건드리며

음악을 연주한다

산새는 고운 소리만 물어다가

보금자리에 두텁게 깔아둔다

어느 산에나

아름다운 소리들이 가득 차있다.

다람쥐가 굴려보는 소리는

너무나 신나고

산토끼가 밟아보는 소리는

너무나 가슴 간지럽다

빨갛게 부끄러워지는 나무잎들은

소리를 흔들어

어제밤 우주의 말씀을

다시한번 외워보고

바람은 소리 따라 걸으며

가을의 깊이를

나무잎 무게에서 가늠하며

지난밤 별들이

무슨 소리를 두고갔을가

나무를 다시한번 흔들어본다.

참나무 잎사귀에

곱게 매달려 그네 뛰는

파랗고 깜찍한 나무벌레통을

해빛이 신기하게

살살 만져보는 소리는

아름다운 섬섬옥수가

집 떠난 사나이 마음을

살뜰히 청소해주고있는듯

감각이 이상야릇하게 맞혀오고

산벌이 구새 먹은 나무에

감춰둔 향기를 지키며

붕붕 감도는 소리에는

우주의 가슴도 산꿀로 녹아 흐른다

진귀한 송이버섯이

바위 숨소리를 찾아

다시 감각을 노크하는

미세한 소리는

바위만 가만히 알고이고

산더덕이 흙냄새를 더듬으며

동면할 잠자리를 찾고있는 자취는

산만이 조용히 듣고있고

청개구리가 점잖게 뒤걸음질로

모래밭을 헤치며

목청을 숨기는 사연은

시내물만이 홀로 감각하고있다

우주는 맑아지고있지만

대자연의 조화가

신비하게 만들어내는 소리는

날마다 새롭다

가을나무는

그런 소리의 옷을 입고

온종일 몸을 흔들며

아름다운 음악으로

산을 산책하고

산속의 오솔길은

고운 소리를 찾아

요리조리 산비탈을 더듬어가고

신속의 샘물은

가장 말쑥한 몸으로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온 하루 깨끗하고 유쾌하다

대자연의 황홀하고

신비한 소리들은

산매의 눈처럼

눈부시게 반짝이며

낮이면 태양속으로

밤이면 달속으로

질주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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