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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어머니를 겹쳐놓으면…

□ 채복숙

  • 2015-05-07 14:41:16

아침, 눈을 떠보니 맑게 개인 하늘이 창문 가득 들어와있다. 어제 온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세상을 노란색 모래바람으로 뒤덮은 일이 아예 없는듯한 얼굴을 한 하늘을 보며 “참 어쩌면 저렇게도 빨리도 변하지…”라고 생각을 굴린다.

습관적으로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을 더듬어 쥔다. 아침마다 한번씩 체크하는 일기예보, 오늘은 5도 내지 12도에 가끔 비가 온다고 했다. 다시 한번 말끔한 표정에 유유자적 흰구름을 흘러보내는 하늘을 쳐다본다. 오늘은 일기예보가 틀린걸가?

아침식사 준비를 마치고 아들애를 부르니 이 녀석이 반팔 차림으로 나온다.

“오늘 일기예보에 비 온다 했어, 너 이 옷차림 추울건데…”

“일기예보가 다 맞는건 아니잖아, 그리고 엄마는 항상 자기 표준으로 내게 강요를 해, 이런 날에 좀 비가 와도 안 추워, 물론 중년 녀성이라면 추울수도 있지…”

이 녀석이 아예 빈정대는 투다.

“최저 온도가 5도라 했어, 진짜 추울지도 모르니까 긴소매옷 입는게 좋잖아?”

“알았어, 말도 많네… 성가시게…”

결국 녀석은 반팔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반팔차림으로 나가는 녀석을 보며 저도몰래 시무룩해진다. 오늘 아침 하늘과 똑 같던 내 표정에도 황사바람이 한벌 돌고 갔으리라.

아침식사 자리를 대충 거두고, 거기에 맞춰 제몸도 대충 거두고 출근길에 나서려고 보니 하늘이 벌써 표정을 바꿨다. 찌뿌둥한 재빛얼굴을 하고는 알릴듯말듯한 가는 비를 뿌리고있었다. 두터운 코트를 입고 나섰는데도 바람의 쌀쌀함이 느껴졌다.

“이 녀석 오늘 제대로 얼겠는데…” 내 말을 무시하는 괘씸한 녀석, 그 괘씸한 생각이면 쾌재를 불러야겠는데 그보다도 어쩐지 근심이 앞선다.

뻐스에 오르니 오늘도 아침부터 할머니들이 쭉—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제일 앞줄에 앉은 할머니가 빽을 뒤지더니 핸드폰을 꺼낸다. 할머니치고 6인치는 잘 될듯한 크고 멋진 스마트폰이다. 할머니가 전화를 거신다.

“얘, 오늘 밖이 되게 춥다. 너 출근할 때 옷 두텁게 입어라.”

“흐흐흐…”

할머니의 “중요한” 통화 내용을 엿들을라니 저도몰래 입귀가 올라간다. 자식보다도 더 일찍 어디론가에 “출근”하시는 할머니, 얼굴이나 옷차림을 보면 70대 로인이니 그 자식은 역시 내 또래이리라. 중년의 자식이 옷차림이 엷을가 걱정하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보나마나 들으나마나 통화 저쪽의 사람은 시끄럽다는 어조로 “알았어요…” 하고 외마디로 대답하리라. 그래서인지 통화를 마친 할머니의 얼굴이 별로 더 개운해보이지 않는다.

앞줄 할머니의 바로 뒤에 앉은 할머니가 그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안절부절을 못하더니 역시 가슴에 앉고있던 가방안에 손을 넣어 더듬는다. 그리고는 흰 손수건에 정히 싸여진것을 살살 푼다. 역시 핸드폰이다. 앞줄 할머니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손수건에 정히 싼걸 보면 매우 아끼는 물건인 모양이다. 핸드폰을 체크해 보지만 아무것도 들어온 내용이 없는듯싶다. 그대로 다시 손수건에 정히 싸서 가방에 넣는다.

시간이 흐른다.

뒤줄 할머니는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가방을 열어본다. 그리고 또 아까처럼 흰 손수건에 정히 싸여진 핸드폰을 살살 꺼낸다. 다시 체크해보지만 역시 아무것도 들어온 내용이 없는듯싶다. 이번에는 체크 뒤 아예 직접 전화를 건다. “얘, 오늘 되게 춥다. 나 지금 여름신을 신었더니 발등이 시리다. 알겠니? 솜옷을 입어라.”

저도 몰래 웃음이 나온다. 좀 춥기는 하지만 이 오월에 솜옷까지야 뭐…

한어에 “퍼퍼마마(婆婆妈妈)”란 말이 있다. 쓸데 없는 말을 이러쿵저러쿵 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그런데 그 쓸데 없는 말을 한다는걸 표현하는 단어가 시어머니와 어머니를 겹쳐 쓴것이다. 두말할것도 없이 시어머니와 어머니가 잔소리 많고 쓸데 없는 말을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과연 한어도 참 묘하다! 시어머니와 어머니를 겹쳐놓으면 바로 들는척마는척 하는 자식에게 5월에 솜옷을 입어야 한다고 하는 저 할머니들의 모습이 겹쳐진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거기에 또, 오늘아침 이제 금방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중년녀성”이라고 꼬집힌 내 모습도 겹쳐진게 아닌가?

그게 세상 어머니들의 마음이리라.

추울세라 더울세라 항상 자식 걱정에 시름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들, 그 자식들 한마디에 때로는 맑고 푸른 하늘이 되고 때로는 황사바람이 훑고간것처럼 얼굴표정이 엉망이 되는 어머니들, 녀자 얼굴이 날씨보다도 변덕이 더 많다는데 어머니들의 얼굴은 사랑하는 자식땜에 날씨보다 더 변덕스러워지는게 아닐가?

5월의 첫 일요일은 중국에서 어머니의 날이다.

어머니의 날에 화사한 꽃다발도, 멋있는 옷도, 두툼한 돈뭉치도, 그리고 맛있는 식사도 좋지만, 항상 “적막한” 어머니들의 핸드폰에 따뜻한 목소리로 사랑합니다고 전화해보는건 어떨가? “퍼퍼마마”한 시어머니와 어머니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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