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라이프

알아버린 잘못(외 1편)

구용기

  • 2015-09-07 09:23:39

1985년생의 젊은이와 대화를 한적 있다. “너는 아직 젊겠다, 출국해서 대학원을 나왔겠다, 중국의 제일 큰 도회지에서 취직을 했겠다… 세상에 부러울게 없지?” 나의 말에 젊은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선생님의 젊은 시절보다 불행합니다.”

나의 젊은 시절? 나는 지금 나의 젊은 시절은 비참했다고 생각하고있다. 문화대혁명때문에 공부를 못했고 외국을 나가보지 못해 중국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지상락원인줄 알고 어리무던하게 지내왔다는것으로 분노를 느끼기도 하는 상황인데 내게 행복했던 젊은 시절이 있다는것이 웬 말이냐!

이때 젊은이가 말했다. “제게도 지금보다 행복할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요. 대학을 나와 할빈의 한 은행에 취직을 했습니다. 거기서 지금까지 출근하고있었더라면 월급도 많이 올랐을것이고, 그렇게 작게 편안히 살수 있었습니다. 출국공부에 든 학비로 집도 한채 마련할수 있었을것이고…”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다시 나의 청춘시절을 생각해보았다. 락후하고 가난한 나라의 공민이였지만 매일 꿈으로 충만된 삶을 산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때는 사람이 꿈만 가지면 하늘 땅도 개변시킬수 있을것으로 믿어의심치않았다. 그것이 행복이였을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긍정할수가 없는 론리이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처럼 사는것이 공허하지 않은것만은 사실이다. 오히려 더 많은것을 보고 느끼고 알게 된 지금이 행복하지 못한것은 무엇때문일가. 사람이 더 많은것을 알고 더 멀리 보고 더 넓게 사는것을 부정하면 안된다.

그런데 많이 알수록 더 허탈해지고 삶이 두려워지는것은 어쩔수 없다.

행복한 골치거리

세집에서 살 때 이사를 하게 되였다. 워낙 이사를 많이 해서 경험도 있거니와 이사때마다 버리고 버려서 짐도 많지 않았다. 대충 짐을 만들고 이사짐쎈터를 찾으면 이사가 되였다. 그런데 이사를 며칠 앞두고 집주인이 이사짐쎈터를 찾을것 없이 자신이 도와주겠다는것이였다. 처음 나는 그것이 별로 반갑지 않았다. 이사짐쎈터를 찾아서 돈 300원만 주면 만사순리일것을 주인때문에 일이 복잡해지는것 같았기때문이였다. 그렇다고 주인의 호의를 거절할수 없어 그렇게 하자고 하는수밖에 없었다. 대신 짐을 나를 인부를 하나 찾으라고 하였다. 주인은 역시 그럴것 없다고 하였다. 오십을 넘어보이는 집주인이 아무리 힘이 좋아도 나의 그 짐짝들을 5층까지 옮겨갈수 있을가 미심쩍었다.

이사날이 되였다. 집주인이 소형봉고차 한대를 몰고왔다. 나는 이 차로 세번은 실어날라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은 다른 말 없이 먼저 가보자고 하였다. 실어야 할 짐들을 둘러본 그는 한번이면 다 싣는다고 했다.

주인은 내 보기에 전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였다. 한차에 짐을 다 실은것이였다. 짐을 싣고 가는 길에서 내가 물었다.

“년세가 얼마인가요?”

“올해 칠십이요.”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겉보기나 일솜씨로 보면 방금 오십을 넘겼을것으로 보였다. 나이가 칠십인 로인에게 이런 일을 부탁한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이 나이에 일하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어쩐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라 그냥 보고있어야 할뿐이였다.

로인은 짐을 잘도 짊어져 날랐다. 나는 빈손으로 5층을 둬번 오르내리고나니 전신이 나른했지만 로인은 조금도 숨차하지 않고 일을 축냈다.

일이 끝났을 때 로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건강하실수 있습니까?”

“나는 그저 일하기를 좋아하니까. 주위 사람들의 모든 일을 도우면서 사는게 내 재미요.”

그의 말은 정말이였다. 나의 이사짐을 지고 나른것도 돈을 벌기 위한것이 아니였다. 내가 돈을 내밀자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거절하는것이였다. 그 로인 앞에서 돈을 내미는 내 자신이 졸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로인에게 고마운 뜻을 꼭 알려야 했기에 돈을 억지로 질러넣어드렸다.

이사후에도 로인은 내가 사는 집의 변기며 세탁기 등을 무료로 손질해주었다. 샤와기를 내가 탐탁해하지 않자 로인은 직접 가서 새것을 하나 사다가 바꿔주는것이였다. 내가 돈을 주려 하자 로인은 역시 거절하였다. 그래도 내가 새로 산 샤와기 값만은 내가 내겠다고 했더니 로인이 말했다.

“이건 내가 응당 갖춰주어야 하는것이야. 사서 달아놓으면 내 고정재산이 되거든.”

정말로 돈을 더 내밀수 없었던 나는 수심에 잠겼다. 무엇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좋을것인가. 받은만큼 해드리고싶은 나였다. 좀 골치가 아팠다. 그런데 골치를 앓으면서도 얼굴에 웃음이 피여오른다.

이 로인과 같은 좋은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것이 나를 너무 유쾌하게 했던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