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라이프

그녀의 서재

□ 리련화

  • 2015-09-10 14:56:48

해살이 가득 쏟아지는 창문가로 그녀의 서재가 꿈결인양 보인다. 세련된 감성이 넘실거리는 비밀스런 서재이다.

아침 눈부신 해빛이 눈가에 비추면 친절함이 흐르는 그녀 서재는 적당한 여유로 나를 맞이해준다.

신비스런 우주를 품은 그녀 서재에는 무궁무진한 책들의 향기가 고스란히 발산하고 있다. 그러면 그속으로 그녀는 자유로운 활자로 되여 성큼성큼 활보하기 시작한다.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가 감흥의 창을 타고 흘러나온다. 독특한 음색과 아름다운 선률은 꿈을 엮는 소녀의 마음을 관통하고있으며 단꿈에 단비를 흠뻑 내려주고있다.

톡톡 꽃망울이 터지고있던 봄날, 그녀는 일곱 빛갈 고운 무지개로 차곡차곡 서재를 빚고있었다. 소박한 공간에는 위트와 활력이 넘치고 색다른 경지를 연출하고있다. 책갈피사이로 소담스럽게 영글어가는 즐거운 비명소리가 천장을 가득 메운다. 서재 귀퉁이에서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반짝이고 해볕에 따가운 언어들이 꿈틀거리며 자유롭게 유영하고있다. 아직 읽지 않는 스토리는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있는 녀신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감미롭고 느긋한 책 읽는 즐거움이란…

그녀가 남긴 사색의 페지를 살짝 넘기면 아직 채 완성되지 못한 탑이 펼쳐지고있다. 명상과 고독을 즐기며 오래토록 머물고싶은 공간이다. 일망무제의 시원한 전망을 감상하면서 소소한 이야기에도 사로잡혀 돌아갈 길을 잃고만다. 그 세계는 마치 여기로부터 인생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길을 내면서 부단히 질주해왔다면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는듯했다.

한장을 넘겨보면 책장쪽으로 난 시원한 쪽문이 생겼고 또 한장을 넘겨보면 훤히 내다보이는 초록이 가득한 수림이 생겼다. 도란도란 모여앉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완연한 여름, 그녀는 소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서 넌출거리는 삶의 무늬를 단숨에 술술 읽어내려간다. 탄탄한 구도는 틈틈이 펼쳐져 충분히 여유로운 호흡으로 읽어 내려갈수 있도록 기묘한 문양처럼 배치되였다. 그 여백은 마치 봉숭아물을 곱게 들인 어린 소녀의 손결을 련상시킨다. 그 실크 같은 손길이 지나는 곳마다 넘실넘실 환희의 여파가 밀려와 물결치다가 희열의 수평선을 이루고있다. 순간 즐거운 탄성, 싱긋한 미소가 끊임없이 쏟아지고있다.

가을빛 팔분음표들이 따뜻한 시와 수필에 머물고있다. 서재의 모퉁이로 그녀의 로망이 이루어지고있다. 서재의 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풍성한 가을이 내려앉아 깊게 파고드는 울림마저 황홀하다. 어느 돌담길우로 담쟁이의 익어가는 독백이 소리없이 줄을 타며 올라가고있을 때 랑랑한 가을독서는 행복의 쏘나타이다. 추억의 악보는 가을빛속에서 더욱 짙어가고있다.

완벽한 줄거리에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무색하고 식상한 소재와 진부한 이야기는 그녀의 서재에서 따스한 조명아래 무한한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화이야기로부터 살아숨쉬는듯한 세계명작에 이르기까지 찬찬히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고요함과 안정감마저 감돌고 비로소 순환의 미학을 페부로 느낀다. 아늑한 공간에서 빙글빙글 돌고있는 책속의 지혜는 한세기를 롱런하고 공간에 울려퍼지는 문장들은 무궁무진한 우주를 이룬다. 넓다란 하늘이 내려앉은 가슴으로 흥얼거리는 가사는 시름을 실컷 풀어주고있다. 사뿐사뿐한 걸음이 곁들어지는 세상의 무대는 전쟁마저 평화롭게 다스리고있다.

사락사락 흰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서재는 가장 뜨거운 심장을 안고 달콤한 열기를 뿜는다. 그녀는 풍요로운 령혼이 피여오르는 난로앞에서 소설 주인공의 친밀한 은어를 마시고 마지막 페지를 음미하고있다. 사뭇 진지하게 혀를 풀고 목젖을 열린 다음에 문장의 톤에 맞게 적절한 감정을 실어서 읽는다. 들쑥날쑥한 에피소드를 뒤로하고 발칙한 이야기 결말에 안온한 미소로 온밤을 허락한다.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