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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자화상

□ 안수복

  • 2015-09-17 14:48:48
지난 이른봄 진달래꽃향기가 손짓하고 연두색 옷을 갈아입는 봄아씨의 유혹을 못 이겨 봄소풍도 할겸 언제부터 벼르던 두만강발원지 답사길에 나섰다.

우리 일행은 유유히 흐르는 두만강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에 홀딱 반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름답고 웅장한 산벼랑, 양산처럼 펼쳐진 소나무, 아기자기 삐여져나온 기암괴석, 웅기중기 바라보이는 야산, 나무가 우거진 원시림, 푸드득 날아예는 수많은 꿩들과 이름 모를 새들, 하늘은 티없이 맑고 푸르다. 특히 강을 따라 량쪽 옆에 병풍처럼 둘러서있는 신이 조각한듯한 기암괴석들과 산벼랑들, 온 산을 태울듯이 지천으로 피여난 연분홍 빨간 진달래곷이 눈뿌리를 뽑는다. 여태 한폭의 빨간 치마를 펼쳐서 걸어놓은듯한 한무더기의 진달래꽃이나 수줍은듯 이산저산에 빨간 점으로 홀로 피여있는 진달래꽃만 보아온터라 빨간 비단필을 펼친듯 계곡을 누비며 끝간데없이 아득히 펼쳐진 진달래꽃바다를 바라보노라니 그 어떤 감당 못할 기쁨과 환희에 가슴은 터질듯이 부풀어올랐다. 상류의 거울같이 맑은 두만강물의 세례를 받아서인가 아니면 장백산의 정기를 받아서인가 아니면 민족의 정한이 어려서인가 눈이 부시게 화사한 진달래꽃은 봄의 색갈, 봄의 기운, 봄의 정취를 더 짙게 과시하고있었다.

고즈넉한 산기슭 볕바른 자리에서나, 키 작은 다복솔 뒤켠에서 숨은듯 반만 보이는 진달래꽃도 경이롭지만 산정상이나, 바위틈에 멋진 모양으로 기울어져 피여난 진달래꽃의 기품은 고오한 녀성의 모습과 흡사하다. 실로 경탄이 없이는, 감격이 없이는 바라볼수 없는 한편의 예술작품이고 자연의 걸작이였다.

눈부신 꽃의 계절, 싱그러운 신록, 계절의 절정을 보여주는 그 눈물 돌듯한 아름다움에 반해 어느 사이 화룡의 명승지인 호곡령, 숭선을 지나 고산지대 광평을 거쳐 적봉을 넘어섰다. 드디여 일행은 두만강원지(源头) “천녀늪”에 이르렀다. 원지는 해발고가 1,300메터 되는 고한산구라 이제야 진달래꽃봉우리가 피여나려는 참이였다. 꽃을 살 때나 꺾을 때 핀 송이보다 덜 핀 봉오리를 선호하는 리유를 알게 해주는 애틋한 진달래꽃봉오리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번 답사길에 최고봉인 적봉을 답사하지 못한것이다. 온통 산 전체가 붉은 흙과 돌로 이루어졌다는 적봉정상에 올라 화룡시와 안도현 경계비를 포옹해 보는것도 꿈이였는데…

두만강발원지답사는 몇번의 시도끝에 이루어진 쉽지 않은 산행기회였다. 해가 언제 뜨고 지는지, 나무잎이 언제 피고 지는지, 결혼해 지금까지 옹근 24년 동안 돈벌이기계로 전락되여 손바닥만한 가게안에서 맴돌며 개미 채바퀴 돌듯해온 나… 높고높은 파란하늘, 노오란 민들레꽃, 살랑대는 버들옷 잎사귀, 지천으로 피여난 진달래꽃과 눈이 모자라게 눈앞에 펼쳐진 맑고 시원한 두만강원지를 바라보노라니 오늘처럼 가슴이 활짝 열리고 머리가 탁 트인적이 한번도 없었던것 같다. 문만 열면 바깥풍경이 한눈에 안겨오는데 왜 “갑”속에만 갇혀 허송세월했을가?

‍돌아올 때 보니 반겨주는 가로수들이 아침에 떠날 때와는 달리 제법 푸르러졌음을 확연히 느꼈다. 떠날 때는 분명 깃털 같은 애기손톱만한 잎사귀가 매달려 있었는데 돌아올 때는 보란듯이 애기손바닥만한 잎사귀로 피여있었다. 단 하루만에 변화, 자연만의 변화가 아니였다. 자연속에서 깨닫는 자연의 숭고함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자각… 봄은 자연만의것이 아니다. 봄을 느끼고 창조하는 생활에서 꽃피고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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