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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시대사랑” 장률감독이 말하는 영화와 필름 그리고 사랑

  • 2015-11-05 16:24:48

장률감독은 “필름시대사랑”(감독 장률)의 VIP 시사회에서 “이상한 영화 한편이 나온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십시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리명세, 정지영, 윤종빈, 박정범 감독을 비롯해 신민아, 강동원, 김호정 등 배우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감독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다소 낯설지만 흥미로운 결과물에 대한 환호였다.

“필름시대사랑”은 보기에 따라서는 어렵게 다가올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장률감독은 “이상한 영화”일수 있지만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이 작품의 시작은 “서울로인영화제”였다. 로인과 영화에 대한 주제로 개막작 연출을 의뢰받은 장률감독은 10여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계획하고 박해일, 문소리, 한예리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총 3회차의 촬영을 마쳤다.

“이상하게 며칠간 잠이 오질 않았어요. 뭔가 끝나지 않은것 같은 찝찝한 마음이랄가요. 게다가 이야기의 주 무대였던 병원이 우리 촬영을 마지막으로 철거된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철수한 다음 그 공간은 어떻게 될것인가 궁금했어요. 감독과 배우의 감정을 투영했던 그 공간에 사람이 빠지고 나면 뭐가 남을까 이런 물음표가 작품마다 생기더군요. 근데 이번엔 그게 유독 심했어요.”

감독의 머리속을 원혼처럼 떠돌았던 그 잔상이 문제였다. 결국 장률감독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영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필름시대사랑”의 이상한 려정이 시작됐다.

◆ 정신병원과 로인에 투영된 장률의 영화와 공간

단편으로 시작해 장편으로 확장된 “필름시대사랑”은 1장 사랑, 2장 필름, 3장 그들, 4장 또 사랑까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영화는 필름과 디지털, 색채와 흑백, 유성과 무성, 내러티브와 비내러티브 등 상반된 방식의 스타일로 전개된다.

손녀(한예리)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안성기)를 면회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로인은 흠모하고있던 간호사(문소리)에게 공들여 깎은 사과를 건넨다. 하지만 간호사는 여러 차례 거절한다. 화가 난 로인은 병원에서 간호사와 난데없는 추격전을 벌린다. 쫓고 쫓기던 두 사람이 가까워지던 찰나 “컷” 하는 소리가 스크린을 채운다.

이것은 영화속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이 현장을 지켜보던 조명부 퍼스트는 감독에게 대뜸 “감독님은 사랑을 믿으세요?”, “영화 이렇게 찍으면 사랑을 모욕하는 거예요”라고 반기를 든다.

영화 현장에 반기를 드는 조명부 퍼스트를 감독의 분신으로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아니였다. 장률감독은 촬영 이후 남겨진 공간에 대한 잔상만큼이나 현장 스태프들의 수렴하지 못했던 의견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고 했다.

“배우, 감독, 조명, 촬영 등 영화에 참여하는 스태프마다 작품을 해석하는 시각이나 방식이 다를수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시스템의 권력구조 아래에서는 결국엔 감독 생각으로 영화가 만들어져요.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의견과 시각이 사라져야 하나?’. ‘사라졌다고 해도 과연 진짜 사라진걸가?’. 이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물론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 식대로 영화를 찍어왔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생각이 많고 예민해요. 그런것들을 현장에서 모두 반영할수는 없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서라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가 싶어요. 특히 감독이라는 사람은.”

◆ 장률의 필름 시대 그리고 배우의 필름 시대

“필름시대사랑”은 장률감독의 필름에 대한 애정시다. 2000년 “11살”로 데뷔해 “두만강”(2009) 때까지 35mm으로 영화를 찍어온 그는 명백히 필름시대의 감독이다. 필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수밖에 없다. 장률감독은 2장 “필름”을 1장 “사랑”과 똑같은 공간에서 인물은 빼고 음향만 채워 완성했다.

가장 난해하게 느껴지는 장이였다고 하자 “이번 영화에서 가장 수월한 장”이라고 답했다. 장률감독은 “영화는 어떤 이야기 틀안에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것보다 정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오히려 이야기를 정교하게 짜고 대사를 만들어내는게 더 어렵다. 그런 빈 공간에서 소리만 존재하고 그게 하나의 기억이 되고 꾸밈이 없지 않나. 실제 우리의 삶도 이야기가 부재한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게다가 2장은 디지털이였던 1장과 다르게 16mm 필름으로 촬영했다. 거친 질감이 스크린에 도드라지지만 오묘하게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디지털, 물론 편리하죠. 그렇다고 필름의 정서라는 게 없어질가요? 어떤 정서는 필름으로 담아야 맞아요. 질감이 전혀 다르거든요.”

장률감독은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필름의 속성이 좋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은 10년, 100년이 지나도 늙지 않아요. 그런데 늙지 않는다는건 공포스러운거예요. 필름도 오래되면 스크린에 비가 내리잖아요. 사람도 사랑도 그래요. 시간이 흐르면 감정도 변하죠. 그런데 이게 자연스러운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 “사랑을 믿으세요”…“필름을 믿나요”

필름통을 훔쳐 현장을 빠져나온 조명부 퍼스트는 다시금 어떤 로인과 마주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랑”을 떠올린다. 왜 조명부 퍼스트는 영화를 찍다 말고 난데없는 사랑타령을 한것일가. 모든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끝날 때까지 품을 수밖에 없는 의문이다.

여기서 사랑이라는것은 영화(필름)로 치환될수 있을가. 언제나 그러했듯 장률감독은 “그렇게 보실수도 있겠죠”라며 해석을 관객 각자의것으로 남겨두었다.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필름의 시대, 필름에 대한 사랑, 필름시대의 사랑 모두를 아우르고싶었는지 모른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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