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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외 4수)

□ 김영건

  • 2015-12-10 13:34:35
보리밥에는 겨울을 밟고 간

할아버지 언덕이 있어 좋고

산노루 곱게 잠든 아버지

하얀 겨울산이 있어서 좋다

골짜기 열고 달려오는 하얀

울 엄마 여울목이 있어 좋고

파신령 허기진 바람이 순이

고운 가리마를 나붓겨서 좋다

두만강 비릿한 삶들을 품은

노을빛산마을이 있어 좋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의 시작인

보리고개가 솟아있어서 좋다!

붉은 수수

머리에 추켜든 붉은 알맹이들에

엄마의 붉은 눈물이 열렸다

익어도 함부로 고개 떨구지 않는

아버지 한숨이 서꺽대는

붉은 수수밭은

하늘에 추켜든 고향의 심장!

진붉은 피방울이 농익어

이 가슴에 쏟아져내린다

그 열매 다 털고도 남아

텅빈 하늘

쓸어내는 허름한 그림자

우리 삶의 구석

마지막 어둠까지 다 거두어내는


수수밭은


울 엄마 구슬픈 그림자

울 아버지 검붉은 멍방울이여!

바퀴의 노래

둥그렇게 세월을 메워

땅우를-세월의 눈물 곱게 익혀

하늘속을 굴러왔습니다

진창길 넘어온 먼 보람

마른 세기를-흙모래바람 다 보내고

푸른 해살로 날아왔습니다

아버지 젖은 발등에

피빛 노을로-어머니 흰저고리 고름

원색의 꿈을 익혀왔습니다

둥그렇게 사랑을 메워

새벽길을-왔던 길을 가슴 비우며

싱글벙글 다시 돌아갑니다

사라지는 풍경

유리의 벽속에 파릇한 사랑이 걸려있고

챙챙한 메아리가 팔락어요

황사에 고개 떨군 흑장미의 눈물 보여요…

그 앞으로

지금 저녁해가 떨어지고있어요

아기들 고시리손 하늘에 멈추고…

뒤산도

하마 붉게 젖어

깊은 강물에 물앉아버렸어요…

아늑한 농가

굴우리에 검정돼지 두마리

꿀꿀-꿀

메롱- 지붕우를 쫀드르르

흘러-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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