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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외 2수)

□ 김정권

  • 2015-12-10 15:02:53
캄캄한 땅굴속에서 농부의 땀방울같이

탱글탱글한 날알을 제멋대로

베고

눕고

깔고

먹고

싸고

하품질하는 게으른 쥐들의 일상과 같이

지구도 한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하얀 밍크코드를 입은 동지가

오그랑팥죽을 한임 이고

소한에게 선물하려고 서두르는데

저만치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보던 대한이

차가운 얼굴로 랭소를 보낸다

해와 달이 가장 가깝게 하늘상에 마주 앉아

실타래 같은 기인 그리움을 풀어놓을 사이도 없이

또 다른 만남과 리별을 기약하면서

은하수를 하얀 유리잔에 담아 건배를 한다

눈꽃

꽃도 잎도 다 보낸

쓸쓸한 아교목가지에

계절의 만화(慢花)로 남아

겨울의 요정으로

참새들 노래가 차가웁다

하늘이 보내준 선물로

외로운 참솔나무가지에

계절의 드레스로 남아

혼백의 꽃으로

눈이 눈부시다

첫눈

순결이 하얗게 눕는 육체우를

나는 맨발로 걷는다

발밑을 간지럽히는 하얀 신음은

어느새 내안에 피여나는

저고리 흐르는 소리

상아드레스 깃털같이

조용히 내 얼굴 스쳐옴은

내 은밀한 단추를 벗기는 향기

너의 령혼에 알몸 던져

향연의 은빛을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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