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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사촌

□ 정호원

  • 2015-12-17 15:21:15
넙적고무신에 한쪽 바지가랭이만 걷고 얼굴에 지도를 그리며 메갓으로 올리뛰던 미친 시절이 있었다. 개울가에 수수깡으로 방아를 걸고 밀보리 찧는다며 아빠, 엄마를 불러내던 아부재기가 상기도 하오동에서 들린다. 꿈나라에서 헤매던 력사는 말짱 뭍에서 자맥질하던 흉내였다. 황당하면서도 은근히 진실성이 있어서 그나마 추억이라 하는가! 학식이 높고 유모아적인 재주를 탐내던 혼신이 아직 잉걸불로 초가삼간의 싸늘한 부엌아궁이를 덥히는가! 지지리 질긴 갈망은 용마루에 치달아 오른 박넝쿨로 조짚이영을 칭칭 동이는가?!

사랑의 쪽배를 홀로 노 저으며 두고 온 땅을 되뇐다. 그럴수록 때 묻지 아니한 풍후가 사랑의 사촌과 흡사하다는것을 터득할따름이다.

오늘은 마스크를 낀채 사랑의 쪽문을 주시한다. 병독을 관찰하는 눈길을 지녔다. 들창을 열고 벌이 나드는 길목에서 포충망을 펼친다. 잡내를 제거하고 이물질을 거르면서 순수성의 농도를 살려내고저 한다. 노를 젓는 사이 배는 대안에 이른다. 밀집구역의 수풀을 헤치면서 사랑의 요정을 찾아 탐방을 놓는다.

과연 사랑을 탐구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러나 사랑을 연구보다 가늠하기엔 인생이 맞춤하다.

가만히 알고 보니 사랑은 사랑으로 통한다. 노 젓는 배전에서 물과 물이 부딪치면서 배를 떠밀어주듯이 말이다. 이물과 고물은 앞뒤에서 배의 구조를 결성하고 갑판과 닻줄은 물과 뭍을 하나로 묶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흔들림을 겁내고 파도를 꺼린다. 늘 그런 불안한 맘으로 아름다운 감정을 묵새기며 사랑은 체면과 용기를 빈발한다. 사랑의 구석에서 때론 잠 자는 힘을 동원해 님을 공격하고 꿈을 호소한다. 사랑이라는 낱말이 극히 평범하고면서도 벅찬 원인은 그것이 인간의 내용을 보다 오묘하게 윤색해주기때문이다.

사랑은 때론 아픔으로, 때론 행복으로 미치게 한다. 아플수록 커가는 성장의 비결처럼 행복할수록 그리운것이 사랑이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조차 사랑에서 찾으려 하고 힘의 한계 또한 사랑에 빙자해 타발할 때가 두간하다. 사랑의 마력은 그래서 신비하고 빙충맞기도 하면서도 흔히 미남이나 미인처럼 무척 훌륭하다.

누구는 사랑을 사막이라고 누구는 사랑을 바다라고 비유한다. 노를 젓는 풋내기 사공으로서의 나는 사랑이 때론 고기그물이라고 여긴다. 무엇인가를 낚으려고 준비한 어렵도구라고 말이다. 얻으려 노려보고 구하려 손을 내밀기도 한다. 또 바꾸려고 고치고 다시 쓰려고 지우는가 하면 대체하려고 차용물을 선택하기도 하지 않는가!

혹자는 사랑을 하늘이라고 우러르고 혹자는 사랑을 바람이라고 비난한다.

그렇든 말든 사랑은 존속의 영구한 비밀을 속성처럼 간직한채 궤도에서 탈선하고 골짜기에 정박해 비전을 노리기도 한다. 모래알로 반짝이는가 싶더니 별로 빛나며 수박 겉핥기 같은 겉치레를 거부하군 한다.

오로지 변함없는 덕목으로 사랑은 사랑으로 통할 때 그 가치는 보람차고 소중한것이다.

사랑과 사랑은 때론 마찰되고 충돌된다. 그것은 서로의 자기마당이 틀리고 방향이 빗나간탓이다. 사랑이 사랑으로 친하고 화목할 때 그 맛은 달콤하고 그 멋은 황홀하다.

사랑속에서 사랑을 이끌어내고 사랑우에서 사랑의 손길을 덧얹을 때 애인은 신기루를 접한듯 무아지경에 도취된다.

이로부터 알수 있는바 사랑의 사촌은 역시 사랑이다. 기습성형으로 불시에 부위를 고치는 돌격전이 아니다. 시나브로 젖어들면서 음으로 양으로 옮아들고 보완을 받는 교제의 과정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지만 그것은 촌수가 틀리기때문이다. 혈연의 혈육은 사랑의 사촌을 더 그리워한다. 결국 사랑은 환청의 아름다운 비명 그 자체에 머물러 신음하는 호흡이다. 부단히 음악을 재생하면서 생명의 약동에로 불러주는 입술소리다. 상어는 포획됐어도 거대한 부력을 떨면서 팔딱팔딱 호흡하지 않는가! 내 작은 매생이로 바다로 가기전에 합수목에 반디를 놓고 낚시법을 더 익히는것으로 사랑의 정리를 재삼 공부할가 한다.

그렇다. 사랑은 본체가 복잡한 다의성을 배태하고있다. 돌과 동물과 복장과 식물과 하늘과 음식과 술과 노래와 돈과 꽃과 물과 주택과도 연분이 있다. 또한 회뢰와 다이아몬드와 매음과 갈취와 아첨과 감옥과 동경과 혼혈족과 암호와 새치기와 리더십과 등가교환이다. 촌수는 어디까지나 사촌이다. 쌍둥이처럼 혹초(酷肖)했다. 출중한 사랑의 사촌은 아름답고 영광스럽다. 적어도 사랑으로 통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연분처럼 개선문을 떠이고 반겨줄만하다. 사랑공화국에서 국민 모두는 형제자매이고 한통속이다.

사랑이 이렇게 오묘할진대 이렇게 작은 편폭으로 그 진미를 어찌 다 그리랴?! 노는 젓는대로 또 한굽이 산코숭이를 에돌아 지평선이라는 이 새벽의 문턱을 넘어선다. 나그네는 사랑의 운영자이다. 해임통보… 강등비보…갈림길…나는 사랑의 방황자로 새 질문을 찾아 미끼를 늪에 던진다. 증인의 예고없는 결장으로 재판이 되는 날 사랑은 확실한 판결을 내릴것이다. 사촌들끼리 승소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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