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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마지막 고백

  • 2015-12-21 08:46:32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한 작가에게 두번은 주지 않는다는것으로 권위를 뽐내는 프랑스 공쿠르상 1975년 수상작이다. 그러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저자는 프랑스문학에서 최고로 꼽히는 그 상을 받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상을 주는쪽에서 “공쿠르상 아카데미는 한 후보가 아닌 한권의 책에 투표한것이다. 탄생과 죽음처럼 공쿠르상은 수락할수도 거절할수도 없는것이다. 수상자는 여전히 아자르다”라며 상을 떠안겼다.

그러고도 한동안 에밀 아자르는 몇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가 누구인지 알수 없었다.

작가의 실체를 두고 이런저런 추측이 떠돌았고 이미 공쿠르상을 수상한적이 있는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표절하려는 로쇠한 작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1980년, 예순여섯의 로맹 가리는 권총으로 스스로를 쏘아 생을 마감했다.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을 탈고해 두고서 말이다.

로맹 가리가 태여난지 100돐이 되는 2014년, 《내 삶의 의미》가 출간됐다. 죽음을 결심하기 몇달전, 라지오 카나다 방송에서 자신의 삶과 작품, 철학과 변신에 대해 짚어보는 로맹 가리와의 대담을 담은 이 책은 그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카멜레온처럼 전투기 조종사를 거쳐 소설가로 이름을 알리는 동안 세계를 누비며 위선과 거짓, 변명거리찾기 등 온갖 비극적인 문제를 가진 세상의 현실과 엉터리 해결책들로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외교계에 발을 디딘채 영화계와 마주친 순간을 로맹 가리는 비현실적인 동시에 현실적이였다고 돌아본다.

관찰자이자 소설가로서 삶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주변의 비현실을 리용했다는 뜻에서는 현실적이였으며 할리우드라는 경이로운 꿈 제작소 한가운데 있으면서 그 꿈들에 휩쓸리지 않으려 했다는것이 비현실적이였다던 그는 외교관을 그만두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고 명예와 사랑, 영광의 순간들을 이어갔지만 결국 자살한다.

한 인간이 자기 삶을 망쳤다고해서 그것이 곧 그가 추구했던 가치를 저버렸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라는 로맹 가리의 목소리는 그의 마지막을 거둬간 총성보다 크고 아프게 울린다.

신화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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