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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외 4수)

□ 주향숙

  • 2016-01-07 15:51:31
기다림은 춥다

라목처럼

기다림은 어둡다

밤하늘처럼

기다림은 페허다

상처의 흔적처럼

그리움의 동굴속에

수인으로 갇혀

기억의 꽃들만

무더기로 피워내며

자욱한 슬픔의 향기에 취해

그림자와 함께 휘청거린다.

고요

신음도 없이

피를 토하고

슬픔의 호수로

아득히 가라앉는다

이제 빛 같은건

더는 반짝이지도 않으며

이제 향기 같은건

더는 피여오르지도 않는다

비릿한 눈물에 실려

희멀겋게 떠오는 아침속에

한잎의 마른 락엽처럼

처연한 미소로 눕는다.

기억

혼자 남은 기억이

무성하게 피고지며

외로움으로 펄럭인다

그 향기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되여 찌르면

비릿한 피방울이 맺힌다

붉은 상처자국들이

곪다가 허물지다가

갈수록 두터워진다

오롯이 한세기쯤

살갗 아프도록 그리워하노라면

이제 서서히 잊혀져가겠지.

가을날에

락엽이 홀홀히

나무가지를 떠나가듯

너의 체온을

내 살갗에 붉게 물들이며

나 락엽처럼 떠나야 할 때이다

락엽은 또다시 땅에 내려

뿌리에 깊이 입맞추는데

약속도 없는 내 서늘한 시간은

무수한 혈흔으로 얼룩진다

이제 길고긴 사무침으로

내 생명은 아프게 깨여나고

오래된 기억의 날개만

영원의 하늘을 외로이 날아옌다.

나의 초상화

내 눈동자속에

네가 웃고있었다

내 입술에

너의 숨결이 흐르고있었다

내 살갗에

너의 실피줄이 스며있었다

내가 없다

오직 너뿐이다

내가 찾고있는 너는

내속에 충만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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